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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tal Jul 03. 2024

40대 육아 중

6개월쯤 되니 이제 좀 지치네.

1월 31일.

40세에 엄마가 되었다.

결혼도 늦게 했지만 40살에 엄마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시험관을 통해 만나게 된 아이는 벌써 5개월이다.


두 번의 유산을 겪은 후 인연이 된 우리 아가는

다행히 우량아처럼 크게 잘 자라고 있다.


막달 2주 남겨두고 회사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내고 지금은 집에서 독박육아 중이다.

하지만 나도 집에서 일을 하고 있고 돈도 벌고 있는 상태다.

남편에게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좀 여기에 욕 좀 해야겠다.


나도 일을 했었기에 바깥일이 힘든 것도 알고 있고

나만 육아한다고 유세 떨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근데 오늘은 좀 속상하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걸렸던 감기를 올해 오랜만에 걸렸다. 그만큼 면역력도 떨어졌다는 것이겠지..

몸이 아프면 서럽다고 하던가..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은 출근 전에 약을 하다 주겠다며

새벽부터 편의점과 24시 어쩌고를 들린 모양인데 감기약이 있겠냐.. 뭐 그 정도는 바랬던 게 아니라 괜찮다.


남편이 오늘 퇴근하고 돌아와서 한 거라곤

오늘 같이 먹을 삼겹살 굽기, 아기 안아주기, 아기목욕 서포트 정도다.

설거지, 이유식 만들기, 뒷정리, 아기케어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심지어 아기 낳기 전부터 사놓았던 CCTV는 아직도

설치를 하지 않았고 아기 침대를 들여놨기에 오늘 낮에

내가 CCTV상자를 오픈했다.

내 핸드폰은 아이폰이라서 와이파이 연결 어쩌고 가

잘 되지 않아 삼성폰인 남편은 한 번에 될 거니 이따 함 보라고 했는데도 소파에서 그냥 잠들어버렸다.


웬만해선 이런저런 요구하는 편이 아닌데도

오늘은 좀 한계에 다 달았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나의 업무는 끝이 나지 않았다.


내가 콜록콜록하는데도 크게 별 반응도 없고

아기에 대해 , 우리에 대해 크게 대화가 없고

회사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정말 어이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생활비를 받는 건 아니다.


남자들은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내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내가 왜 이런 건지 말을 해줘야

알고 뭘 시켜야 그것을 해내는 정말 단순한 동물이다.



하지만 말하기 싫다.

지시하기 싫다.


오늘 첨으로

다음생에 결혼한다면

지금 남편과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날이다.


요즘 뭐가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의 삶, 방향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실망이고 지친다.


매일매일 하루에 2-3번 전화로 본인은 잘하고 있다고

쓰레기 버려준다고 본인이 잘하고 있다고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준다고 본인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우연히라도 보고 내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해 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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