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데까지 해보고

by 혜윰의 해밀

[시와 시인의 노트] 2026.3.30.

하는 데까지 해보고

임미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미 기울어 있는 방

웃음이 먼저 흐르고

책임은 뒤에 남아 있다


나는 앉는다

떠나지 않은 사람의 자리

손을 얹고

말을 건넨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러나 기울어진 것들은

끝내 돌아서지 않는다

무너진 자리마다

내 손이 닿지 않는 깊이가 있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보되

끝까지 붙들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손을 거두고

몸을 세운다


남아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 사이

나는

나를 잃지 않는 쪽으로 조용히 기운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문턱에서 멈춘다

그 멈춤이

나를 지키는 마지막 일


✍️[시인의 노트] ― 「하는 데까지 해보고」를 쓰며


이 시는 '남아 있는 것'과 '떠나는 것' 사이의 긴장 위에서 쓰였다. 나는 늘 끝까지 남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모든 자리를 지키는 것이 책임은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물러나는 것이 더 깊은 책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가는 중이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라는 말은 포기의 언어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응답하려는 태도의 이름이다. 그 경계 위에서 비로소 나는 나로 남는다.


소나무와 목련 꽃봉오리, 촬영: 임미옥

– 가까이 있으되, 건너지 않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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