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매끈하고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구멍이 있다. 매끈매끈 보송보송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작은 화살, 큰 화살 때로는 기다란 창이 훅 다가온다. 그렇게 생긴 작은 구멍들은 시간이 지나 차츰 작은 흔적을 남긴 채 메워진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귀에도 구멍이 있다. 대학 들어가기 전에 귓바퀴에 뚫은 귀걸이 구멍이 아니다. 선천성 이루공. 병원의 공식 명칭은 전이개 누공. 태어날 때부터 귓바퀴 앞쪽에 작은 바늘구멍 같은 것이 있었다. 태아 때 잘 붙어서 만들어져야 할 귀의 일부분이 미처 붙지 않아 작은 구멍이 생긴 채로 이 세상에 나왔다. 팔삭둥이인지 구삭둥이인지도 모르겠다. 산부인과 출신이 아니라 엄마가 집에서 진통하고 낳았으니 정확한 주수를 알 수 없었으리라. 세상을 빨리 보고 싶었던 것일까. 다른 집 아이들보다도 훨씬 빠르게 몸을 홱 뒤집었다고 엄마가 말했다. 그냥 호기심 많은 아기라 생각하기로 한다.
보기에는 작은 바늘구멍이지만 그 구멍의 깊이는 알 수가 없다. 빨갛게 붓고 염증이 생기고 냄새가 고약한 고름이 나기도 했다. 국민학교에 가기 전까지 작은 병원, 큰 병원, 한의원 이곳저곳을 다녔다. 심지어 민간요법으로 손바닥을 닮은 넓적한 선인장을 찧어 귀에 붙이기도 하고 선인장 바늘을 염증 부위에 꽂은 적도 있었다. 어떤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았다.
학창 시절을 무사히 버티고 어른이 되었다.
별문제가 없이 살아가려니 했는데 오십이 지나 마음도 몸도 흔들리며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몸의 면역력이 뚝 떨어진 듯했다. 몸의 여기저기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동네의 다양한 병원에 드나들었다. 이비인후과에 갔다. 대학병원에서의 수술을 권했다.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대학병원 진료 예약을 했다. 사진을 찍고 검사를 했다. 생각보다 구멍이 깊고 넓어 성형외과와 같이 진행하기로 한다. 수술은 이비인후과가, 상처를 꿰매는 것은 성형외과가 담당한다. 성형외과는 눈, 코, 입 등 미용을 위한 수술을 위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수술과도 이렇게 결합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비용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다. 절개 1cm 당 50만 원. 성형외과 다운 금액이다.
수술을 하기 위한 검사들이 이루어진다. 대기, 검사, 대기, 검사, 대기, 검사. 커다란 병원의 시스템이다. 긴 대기시간을 피할 수 없다. 책 한 권을 들고 긴 대기시간들을 버텨 본다. 상당한 시간을 기다리며 각종 검사를 끝낸다. 그리고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 교수님의 수술 일정에 맞춰 나의 수술 날짜를 정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 폐 기능 검사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한다. 다시 병원으로 호출이다.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폐 기능이 떨어진다. 호흡을 제대로 충분히 하지 못한다. 어쩐지 숨쉬기가 힘들더라니. 미세먼지 탓인가 했다. 먼지가 아니라 나의 약한 폐가 문제였구나.
호흡기 내과를 다시 방문한다. 또다시 긴긴 대기 시간을 거쳐 드디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하얀 마스크를 쓴 채로 네모난 투명한 아크릴 판 안에 앉아 있었다. 안전해 보였다.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각각의 진료실의 분위기가 다르다. 이비인후과는 각종 장비가 주렁주렁 달린 거대한 의자가 진료실 한 편에 떡 하니 자리 잡고 그 옆의 각종 모니터와 컴퓨터가 늘어서 있다. 흡사 미래로 가야 할 것 같은 타임머신 의자에 앉아 진료를 받는다. 성형외과는 진료실 한쪽 벽에 매끈한 파란 베드가 놓여 있다. 진료도 일단 베드에 누워 침대 위쪽에 있는 밝은 조명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각각의 전문 분야에 맞춘 진료실, 흥미롭다.
약 먹을 정도는 아니나 전신 마취로 수술하고 나서 자가 호흡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폐 기능이 약해서 힘이 들 수 있다.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각종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얌전히 듣고 드디어 수술 허락이 떨어진다.
오, 감사하다. 수술을 할 수 있다. 호흡기 내과 교수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이비인후과랑 성형외과 교수님의 바쁜 일정을 뚫고 들어가 다시 수술 날짜를 받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협업은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입원 전날, 동네 중국집에서 든든하게 짜장면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