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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Apr 10. 2024

테무, 이거 너무 들이대는 것 아니요!

난 여러모로 촌스러운 사람. 트렌드를 앞서가기는 커녕 발맞추어 가는 것에도 좀 뻗댕기는 고약한 기질마저 있음을 고백한다. 특히 소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거창하게 탄소 배출 문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나는 그냥 사는 주변에서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한국인이 '배달의 민족'이라지만 한국에서 살 때도 나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곳 캐나다에 살면서 새벽 배송이라는 말을, 아니 현상을 접하고는 거부감이 확 들어버렸다.  


아, 인정할 수밖에. 참 고약한거 알고있다. 다들 좋다고 하는데 혼자서만 중뿔나게 싫다하는 그 성미. 나처럼 북미의 만만디 나라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중 고국의 빨리빨리 배송문화를 자랑스러워 하고 그리워 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나는 어째 이리 생겨먹은 것인지. 암튼 나는 지금도 왜 새벽배송이 필요한지 지지도 공감도 못하겠다. 아니, 반댈세! 편리함을 위해서 누군가 죽겠는 사람이 있는게 그리 예찬할 일일까.  


캐나다에 살면서 가끔 아마존을 이용했더랬다. 너무 없는게 없이 다 취급하는 것이 무지막지하게 느껴져서 거부감이 들어 자주 이용하지 않는데 아주 가끔 주문해 놓고 배송되기까지 '아, 그것이 올테지...'하는 설레임도 느껴보긴 했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산장의 여인'같은 단조로운 삶을 살기에 때로는 아주 작은 기쁨이 되어주는 것도 경험해봤다. 하지만 성미에 안맞으니 난 그들에게 꾸준한 고객이 되지 못한채 잊혀졌다. 


그러던중 온라인으로 스크럽을 구매하기로 한 어느날, 구글에 검색을 했다. Temu라고 첫번째 올라있는 것을 보았는데 가격이 쌌다. 테무? 이름도 들어본적 없느 상태에서 주문을 했다. 구매동기는 물건 자체의 가격외에 '배송료 무료'가 끌렸다. 내 안의 모순. 누군가의 수고로움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이게 왜 반가운 것이냐고. 이런 엉터리. 


그들은 배송조회를 할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를 해주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안오면 5달러를 도로 주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나는 성질급한 '피배송인'이 아니므로 그런가보다 했다. 물건을 받아보니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색깔이 내가 원하는게 아니었는데 찾아보니 내가 착각을 하고 잘못 주문을 한 것이었다. 일단 제품이 확인이 되었으니 반품하기로 하고 다시 주문을 하면서 마침 필요했던 다른 것도 함께 주문을 했다. 


이곳에서는 반품을 할 때 업체가 발행한 반품 스티커를 붙어 캐나다 우체국을 통해 무료로 하게 되는데, 통상적인 절차는 그들이 내가 돌려보낸 물건을 받고 검사를 한다음 내게 환불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은 내가 물건을 우체국에 가서 맡기자 마자 환불을 해줬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 이건가. 묻지마 환불?  


테무인지 티무인지 어디꺼지 싶다가 물건을 받고 나서 나는 만족이란걸 했다. 중국 업체라는 것을 알고는 왠지 뭔가 저항감이 드는 건 왜였을까. 그렇게 절대적으로 신뢰해주면서 미리 환불도 해주는게 어쩐지 중국스럽지 않았지만. 왠지 그들이 번성하는데에 일조하고 싶지 않은 이 모순은 또 뭔가. 스스로 코스모폴리탄임을 자처하면서 중국인에게 경쟁심리를 느끼는 한국인인건가. 푸하. 


1차 구매에 만족을 한터에 살짝 사이트에서 몇가지 검색을 했다. 역시 쌌다. 이렇게 싼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었는데 주문을 하려니 무료배송을 하려면 총 35달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맘먹고 있었던 유리 도마를 하나 추가했다. 이건 그렇게 싸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세가지를 채워 주문을 완료했다. 역시 배송에 필요한 시간을 채운후 물건들이 도착했다. 무료배송을 위해 채워넣었던 도마만 쓰기로 하고 싸디쌌던 두 아이템은 질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반품을 신청했다. 그랬더니 환불은 처리했고 물건은 도로 보내지 말고 그냥 어디 기증하거나 리사이클에 버리란다. 물건값보다 국제운송값이 더 드는 형국인듯 싶었다. 이런 식으로 구멍을 메우려면 누군가의 착취는 불가피한 일이렷다. 


만원이 안되는 물건을 비행기에 실어  왔다갔다 하게 하는 건 역시나 할짓이 아니다. 그것말고도 나로하여금 테무를 끊을 결심을 하게 한 것은 또 있었다. 그들은 너무 들이댄다는 것. 내가 딱 싫어하는 두가지는 바로 너무 들이대는 것과 너무 나대는 것. 첫주문 이후 그들은 하루에도 몇 통의 이메일을 보내는지. 


너의 방문에 우덜 감사를 담은 추가할인을 받아도~ 

우덜은 이 추가할인으로 너를 놀래키고잡아 

특별할인에 너의 당첨을 축하축하~ 

이 특별할인의 기회를 안 받으면 후회하지롱~

이봐 친구, 네가 원한 바로 그 아이템이야 한번 보지 않을텨? 

우와, 이 엄청난 할인의 기회를 놓치지 마삼.

추카추카, 이 기회 잡으면 30달러 절약하는 건데 좋제? 


와 사람 확 질려버리게 만드는 테무에게 단호하게 말하노니, 

됐네 이 사람아. 이 (중국)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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