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권에서 잘못 쓰이는 소위 '차이니즈 뉴 이어'는 나의 짜증나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거기에서 출발해서 지난 몇 년간 혼자서 씩씩대며 벌여온 지독히 미약한 나의 차이니즈 뉴이어 퇴치투쟁, 올해 어김없이 또 그 시기를 맞았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거들랑 지난 글 '차이니즈 퇴치투쟁 1,2,3을 찾을 수 있다)
양력으로 새 해를 지나 음력 새 해를 향해가면서 슬슬 흠, 올해는 어떻나 보자 하고 별렀었다. 그런데, 올 해는 이상하리만치 너무나 조용하다. 흔히 호들갑스럽게 장식하곤 했던 마트 등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엉터리로 할거면 차라리 그게 낫다 싶다가도 한편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전에 무지 다문화(multicultural)스러운 척 호들갑떨던 것은 무슨 선심성이었는가 싶어서. 경기가 안좋은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한결같지 않은데서 진정성을 찾기란 어렵지 않겠는가.
어디에서고 피상적이나마 메시지를 받아보지 못했고 주로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내걸었는데 그것도 보기 어려웠다. 차이니즈 뉴이어도 제대로 된 루나 뉴 이어도. 내가 본건 찔금 뻘건 바탕에 금박무늬가 다 였다. 나야 그것이 '중국풍'임을 알아차릴 수 있지만 시비를 걸 근거는 너무나 약하므로 패스. 나의 '차이니즈 뉴 이어'에 대한 거부감이 중국에 대한 혐오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특별히 흥분할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가던중 우연히 내가 쓰는 플래너를 보게됐다. 흔히 '다이어리'라고 불리우는 그것을 넘기는데 1월29일 밑에 깨알보다 더 작은 글씨로 떡 하니 씌어있는 'Chinese New Year' 그 밑에 불어로 씌어있는 Nouval An Chinois까지. 내, 이런!
곧 흥분까진 아니고 그냥 차분히 구글에 그 플래너 회사 홈페이지를 검색해 메일을 썼다.
나는 당신들의 제품을 수년째 써오면서 느껴온 잘못된 점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오는 1월29일은 음력 새 해의 첫 날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의 제품엔 '차이니즈 뉴 이어'라고 돼있더군요.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음력 새 해를 기념하는 하나일뿐 차이니즈 뉴 이어란 명칭은 맞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이런 잘못된 부분이 시정된 제품을 사게되길 희망합니다.
그냥 눈에 띄는대로 잡아 족치기? 이 잡듯 뒤져서 하나하나 퇴치하기? 올 해는, 저들이 시들하니 투쟁도 시들하지만 나의 투쟁의지는 건재함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에서 그쳤다. 음력으로 설을 쇠는 지구상 모든 이들이 다시 한번 맞이하는 새 해에 심기일전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