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어중 사투리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넓지도 않은 땅덩어리에서 그렇게 언어가 확연히 다를 수 있는지 흥미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어떤 사투리에도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은 표준어 구사자이다. 그런데 사투리에 능통하다고 자부한다. 물론 네이티브앞에서는 얼치기 수준을 드러내기 꺼려 입도 뻥긋 못하겠지만.
아이들 어렸을 때 종종 사투리로 말하면 아이들은 재밌어 죽겠어 하면서 묻곤 했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사투리를 잘 아냐고.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다 읽고 나면 전라도 사투리 마스터(감히?) 까진 아니고, 아주 깊숙한 고급어휘(?)까진 아니어도 일상회화 수준은 너끈히 능통해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반면 경상도 사투리의 경우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완독하면 그 정도 레벨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둘 말고도 충청도 강원도 저 멀리 가장 이색적인 제주도까지 많지만 이상하게도 희화화되면서 유머에 등장하는 것은 대체로 두 지역의 사투리인 것 같다. 거기엔 그 사투리 사용자의 인구수도 작용을 했을 수 있겠고, 길디 긴 정치적인 배경이 작용을 했을 수도 있겠다.
이런 우스개 이야기도 존재한다.
경상도 지역에 가서 길을 물으면 설명이 길고 자세하다고 한다. 이래가 저래가...한참을 설명을 하는데에 반해 전라도에 가서 길을 물으면 퉁명스레 "쭉 가부러" 한다는.
앞에 언급한 나의 개인적인 사투리 교본(?) 두 작품에서 얻은 것은 아닌데 요즘 내 머리속에는 특정 사투리 문구가 떠다니고 있었다. 바로 "조져불자!" 경기장에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끼리 의기를 투합하는 "파이팅"을 전라도에서는 "조져불자!"라고 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유머를 들은 이후 내 머리속 어딘가 처박혀 있던 웃긴 이 네 글자의 구호가 요즘 모국의 시국을 바라보며 난데없이 튀어나온 것이다. 나는 사투리를 즐기는 한편 '표준어' 강박도 좀 있기에 사전을 찾아봤다.
조지다;
1. 일신상의 형편이나 일정한 일을 망치다.
2. 짜임새가 느슨하지 않도록 단단히 맞추어서 박다. 일이나 말이 허술하게 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하다.
3. 호되게 때리다.
약간 상스러운듯하면서도 직선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이 간략한 네 글자에서 거두절미한 집중된 전투력마저 느껴져 알게모르게 정감이 가고 사랑스러워(?)지던 중이었다. 그런데 좀 전 한겨레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권영란 '지역쓰담' 대표가 쓴 칼럼을 보고서였다. 요즘 경상도의 한 지역에 나붙은 현수막 구호가 '덜내삐자 뽀사삐자 가다삐자'라는. 하하하
이 참에 진정 사람사는 세상에 참이 아닌 모든 것들, 사람, 논리, 가치관 따위가 상식과 정의에 의해 다 '조져'져서, 나 살던 반도의 남녁 땅에 다시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