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소식은 접해서 정신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혈압 관리도 안될 것 같아서 가급적 멀리하고만 싶다. 그런데도 한쪽 눈 가리고 한 눈으로만 살~짝 찔~끔 엿보듯이 할 때가 많다. 암만 그래도 순간 덜컥 못볼 꼴들은 잘만 포착되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두 눈을 질끈 감거나 그것도 잘 안되면 천조각이라도 찾아내 두 눈을 스스로 가리고 싶을 정도다.
내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정도까지 아니어도 저절로 눈살이 찌뿌려져 눈가 주름을 촉진하는 독소적인 세상 소식이 지뢰처럼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안다. 지금 글을 시작하여 대여섯 줄 남짓 주절댄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삐딱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좀전 실눈뜨고 조심스레 온라인 신문기사를 훑어보다가 '눈가 주름 촉진' 기사를 접했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독서 관련 행사 소식이 그것. 읽자마자 궁금해지게 만드는 것을 감안하면 행사 기획력에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하나. 이름하여, 힙독클럽이란다.
우선, 나는 '힙하다'가 정확히 뭔지 느낌이 확 오지 않는다. 내 소싯적 유행했던 '쿨하다'는 이제쯤 시비거는 사람 없는 것처럼 '힙'은 정말 '힙'한 거라서 나같이 굼뜨게 반응하는 사람이 아직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일까. 요즘 '힙'은 그저 만사형통의 단어같다.
한참 전, 부산 엑스포 유치 때 등장한 '힙 코리아'도 무지 생뚱 맞았었다. 한 나라가 통째 '힙'하려면 뭐가 어쨰야 하는 건가 싶어서. 그런데 이번엔 책도 힙하게 읽잔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힙한게 되는건가 진정 궁금하다.
뿐만 아니다. 전국 명소를 찾아 독서를 즐기는 '노마드 리딩' 이란다. 그러니까 전국 명소에 가서 자리펴고 책을 읽는다? 이른바 원정 독서라는 건데 노마드 리딩이라고 이름붙였다.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모여 책을 읽는 것은 '리딩 몹'이다.
아, 공허하다. 힙하든 힙으로 책을 읽든 책 읽자는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수레에 책을 그득이 싣고 가는 형상이 떠오르는 대신 깡통을 잔뜩 실은 수레가 요란스레 소음을 만들어내며 삐뚤빼뚤 어지러이 지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무튼, 책도 요란하게 읽어야 하는 시대인가 보다. 일단 이것을 접한 내 감상은 딱 이거다.
행사자체도 빈약하지만 명칭을 영어로 쥐어짜내서 말 지어내느라고 애들 썼다! 서울시의 '쏘울'이 거덜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