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같지 않은 명절. 그래서 더 좋은 명절
코로나 추석의 '때문에'파 vs '덕분에'파
명절이란 나에게 이젠 '강건너 불구경'인지 '그림의 떡'인지 모를 일이 됐어.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토양을 떠나 딴데 멀리 나가 산다는 건 말야, 그런거 같애. 여기도 못끼고 저기도 못끼는 처지. 정서와 습속들에 여전히 젖어들어 있지만 명절이 된다해서 '본토'에 있는 사람들과 같을 수가 없지. 왜냐하면 일단 여기는 그냥 보통 날들이거덩. 일하러 가고 학교에 가고 그런 보통날. 그렇다고 여기서의 명절, 그니까 곧 Thanksgiving day가 돌아온다해도 그걸 쇠자니 이게 또 부자연스러워요...
나는 (그놈의) 전따위 음식이 그립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터키를 속 채워 오랜시간 구워 먹고싶은 생각도 들지않는거지. 그냥 이것도 퉁치고 저것도 퉁쳐버리고 지나가니 뭐 속이 편할 수도 있겠고 속이 허전할 수도 있겠지. 순전히 사람의 성향에 달린 문제야. 나? 나는 뭐 그저 수족이 편한 쪽에 점수를 주는 쪽이지. 전에도 말했듯이 난 이곳에 오기 전 꼬박 10년동안 제사 명절 차례의 호스트로서 진두지휘..는 절대 아니고 기냥 솔선수범하는 일당백의 처지로 지낸 사람이잖아. 그러니 수족이 한가한게 곧 속이 편한 거 아니겠냐 이 말씀이지. 나랏님 말씀마따나, '(살아있는) 사람이 먼저' 아니겠냐고.
근데, 좀전 '수족이 편한' 어쩌고 했지만 우덜이 꼭 명절 차례상 차리는 것 자체에 그렇게 진저리를 치는건가 뭐? 그건 아니지 않아? 우덜이 명절을 앞두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벌렁벌렁해지며 뭔가 뜨거운 불기운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증상을 겪는건 단지 일이 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랑게. 허면 뭐시냐. 명절이랍시고 모여드는 구성원들중 있기 마련인, 그 있잖아. 자기딴엔 세상 사람좋은 척 하면서 은근히 뒷통수치는 말뽄새를 구사하는 사람부터 아예 대놓고 사람 차별하는 상종안하고픈 휴먼빙, 그리고 내편인지 남편인지 확실해지는 화상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우덜을 슬프고 노엽게 하는 거 아니겠어?
밴드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멀리서나마 나누는 친구가 사진을 올렸더라고. 처음으로 혼자 차려본 차례상이라면서. 혼자 '독박' 쓰게 됐다면서 씩씩댄게 아니야. 엄청 많은 양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다가 순전히 자기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은근히 즐기는 눈치더라니까. 차례지내고 남편 설거지 시켜놓고 과자와 맥주놓고 '두번할까요?' 를 보고있다는 추신 사진까지. 난 순간 깜짝 놀랐지뭐야. 그런 차례상 두번이라도 차리겠다고? 그나저나 '두번할까요?'는 뭘 두번하는 이야길까?
자, 각설하고. 정리해보자고. 이번 '명절같지 않은 명절을 맞아 본토에 계신 동포여러분들을 두 파로 가를 수 있겠다 싶어. '때문에'파와 '덕분에'파. 누구나 명절같지 않은 명절을 원망하고 개탄해마지 않을것 같은데 은근 표정관리해야 하는 '덕분에'파들에게 이 멀리서 이도저도 아닌파가 연대의 정을 보내는 바이야.
아울러 그동안 '덕분에'파를 착취하며 명절을 입만 가지고 즐겨온 수많은 얄밉캐릭터, '때문에'파들도 이번 기회에 뭔가 자각 성찰들 하시어 코로나 이후 다시 멀쩡히 돌아와 맞게 될 명절엔 부디 한마음이 되었으면...
이상 추석 기념 캐나다 보름달 아래 모노수다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