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까 거시기한 요즘 한국어
인터넷에 떠도는 '극강의 맞춤법'을 보고 웃고 즐기면서도 내심 이게 남 얘기가 아니지 싶었었다.
그게 인터넷상의 유머로서의 의미가 큰 것인지 아님 일종의 실태보고의 성격인지는 모르지만 이러거나 저러거나 이즈음 나의 모국어는 슬픈 신세다.
한국에서 태어나 의무로 받도록 되어있는 정규 교육을 받은 이후 더하여 고등학교씩이나 진학한데다가 심지어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육을 가까스로나마 마친, 지극히 대한민국 표준인 내게야 누군가 웃으라고 만든 것 같기만 한 내용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초등교육조차 마치지 못한 저것들, 어정쩡한 저것들은 과연 어떨까 장난기 어린 호기심이 발동했다.
위의 테스트 결과를 분석해 볼짝시면.
고리타분한, 이래라 저래라, 꽃샘추위, 한계, 나무랄 때, 세뇌교육, 쉬엄쉬엄, 멘토로 삼다, 장래희망, 부라리다, 등등 초급 한국어 맞춤법까지는 무난히 소화하는듯 보였으나, 일취월장, 마마일언중천금, 반려자 등의 한자에서 유래된 말이나 헤게몬, 실외기, 오라 등은 그냥 'what the hack?'일뿐으로 총 18개중 10개를 맞춰 55점.
이것을 그렇게 한심하게 볼 일도 아닌것이, 요즘 인터넷에서 글들을 읽다보면 본토 성인 한국어 사용자들중 '낳다'와 '낫다'를 잘못 쓰는 경우를 참 많이 봤다. 인터넷상에 표기만 괴상망칙한게 아니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생활한국어'도 얼마나 이상한지. 물건을 사러 가게에 가면,
"1000원이세요...이건 1300원이시구요."
"고객님 피부엔 이게 더 나으실 거예요. 보습력이 아주 좋으세요..."
"고객님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까 조심하세요..."
너와 나는 물론이고 우수마발에 온갖 무생물까지 다같이 높여부르면 예의바른 언어생활이 되는건가.
참 흔하게 들을 수 있는걸 보면 어떤 한 사람 개인의 잘못된 언어습관이 아닌것 같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때 가장 강력한 걸 들었다.
"어떠신 분은 저희들한테 이렇게 여쭤보세요..."
"오른쪽으로 돌아가셔서 거기있는 직원분한테 여쭤보세요..."
그런데, 문제는 자꾸 들으면 자연스러워질지도 모른다는 것. 원래 맞는것인지도 모른다고 여길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도 그렇다.
쇼핑몰로 들어가는 주차장 입구에 내걸린,
'즐거운 쇼핑 되세요!' 나'좋은 하루 되세요~'
이건 그닥 보기에 불편하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맞는건지 틀린건지도 모른채. 처음 접했을때 이상한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잘못된 데가 없어보인다. 요즘 한류로 한국어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늘어간다는데 그들이 우리나라로 '어학연수' 오겠다면 그건 말려야 하지 않을까. 와봤자 '원어민'들이 순 엉터리 한국어를 구사하는데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원어민들이 상당한 현실이므로.
그런데 한국을 떠나온후 모국어가 망가지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는것 같다.
틀린 맞춤법이나 이상한 높임말 정도가 아니라 들으면 전혀 무슨 말인지 짐작조차 안가는 말이 늘어간다는 거.
'츤데레'라는 말을 어디선가 봤는데 뜻도 모르지만 이걸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 츤데레 스럽다? 츤데레야? 츤데레 같아? '드립치다'는 또 뭘까. drip치다? 혹시 요리같은데서 쓰는 말로 한꺼번에 확 쏟아붓지 않고 양념따위를 솔솔 뿌린다는 뜻일까? '핵노잼, 핵꿀잼'은 대관절 어떻게 해서 생겨난 말인지... 뜻은 물어서 알게됐지만 나도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썸타다'는 또 뭐며, 정말 정말 모르겠는거 하나는 '각'이다. 이게 조사인지 어미인지 어떻게 갖다붙여 쓰는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최근 느껴지는 현상이 또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발음. 유독 젊은 여성들은 ㅈ이나 ㅊ이 들어간 단어를 발음할 때 우리말에서는 없는(내가 알기론) [z] 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진짜?'를 말한다면 마치 '[zinzza]처럼 들리게. 언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달라지면서 환경과 문화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확장되기도 할 일인데 왜 나는 예민한건지 모르겠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신종 괴상망칙 한국어를 습득하려면 못할것도 없지만 영 마음이 불편해서...모국어만큼은 바르게 사수하여야만 하겠다! 고 주장하면 '골이 따분하'거나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려나?
태어난 나라가 아닌 이 먼곳에 와서 살면서 쓰는 남의 말도 broken, 저절로 배운 모국어도 broken일 수는 없지 않은가. 차라리 우리말중 극강의 애매모호, 귀신도 모른다는 그 말을 쓰면 오히려 느낌이 올지 모른다.
요즘 한국어는 쪼까 거시기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