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ark'은 영원한 로컬방식일뿐
한때 민주주의에도 '한국식'이 붙어서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순전히 '한국식'인게 또하나 있다. 바로 이중주차. 세상 어디에도 없을 우리만의 주차방식이 아닐까.
혹시 이중주차란 말이 영어에도 있을까 궁금해졌다. 말이 있다면 현상이 있다는 의미이므로.
이중주차는 영어로 뭘까. double parking? 인터넷 사전에 정의를 찾아보니 이렇게 나왔다.
to park (a vehicle) beside a row of vehicles already parked parallel to the curb
씌여진 말대로 머리속에 그림을 그려보면 우리가 흔하게 보는 그런 그림은 아니다. 두 줄로 앞으로 나란히.
그런데 이것은 명백히 'illegal' 이며 'traffic violation'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면 우리가 하는 '한국식' 이중주차란 뭐냐. 일반적인 주차장에 차가 다 들어찼을 때 이미 주차된 차 앞에 수직의 방향으로 하여 차를 주차시키는 것. 이것은 지금 생각하면 참 상상을 초월하는 과감무쌍한 주차행위로 여겨진다. 남의 차 앞을 떡 가로막은채 나의 차를 대고 사라진다... 어떻게 이런 발상이 가능한건지.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생각하는 방식이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융통'하며 살아가는 방식 되겠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여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할 자리가 없을 때, 아주 짧게 난감해한 후 충분히 시도할만한 일상적인 옵션이 바로 이중주차 아닌가.
단, 주의할 것은, 앞바퀴를 앞으로 나란히 시키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중립에 놓고 내리면 제법 상식있는 운전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놓고 운전자가 차를 떠난다? 내가 차를 빼기 전에 안쪽에 갇힌 차를 배려하는 상당히 매너있는 조치라고 여겨지지만 세상에 운전자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가 굴러갈 수도 있도록 해놓는 게 '조치'라면 무슨 그런 위험천만한 조치가 있는건지. 실제로 간밤에 주차해 놓은 지점에서 아침에 보면 저만치 차가 밀려가 있는 경우는 흔하다.
사실 이런 생각은 순전히 캐나다에서 몇 년 살았다고 들게된 생각이다. 전에는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그 '조치들'을 잊지않고 세심히 챙긴다면 좀 부풀려 말해서 스스로 '타인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을 갖춘 교양있는 시민'으로 봐줄만 했으니까. 왜냐하면 이마저도 안하는 몰지각한 운전자들이 너무 많은게 현실이므로. 정해진 주차 자리에 주차시켰지만 아침에 나가보니 앞에 요지부동 버티고 있는 이중주차 차량은 거의 불가항력의 영역이 아닌가. 이런 경우 직장상사에게 지각사유로 참작이 될까. 정말 아무 잘못도 없는데 예측불허의 상황을 맞게되는거다.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택가 담벼락에 가위그림 그려놓듯이 차 앞에 '내 앞에 차대지 마시오 주차자 백' 이라고 쓰고 위협이 될만한 그림을 그려놓은들 효과가 있을까. 아무리 미치고 팔짝 뛰어도 차 주인은 바깥상황에 대해 알 바 없는 것이고, 그러다가 분노가 폭발한 갇힌 차의 운전자가 해꼬지를 해서 일이 커지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접한다. 그래서 캐나다엔 없고 한국에만 있는 것 하나가 또 있다. 운전석 dashboard께에 붙여놓은 차주인의 핸드폰 번호. 이게 캐나다 차량에서 발견된다면 상당히 이색적인 또는 이국적인(?) 데코레이션 되겠다.
이중주차를 떠들다보니 떠오르는 삽화같은 이야기 하나가 있다.
때는 지난 20세기 말, 서울 모처에서 차를 주차시킨후 일을 보고 나왔는데 자그마한 내 차 앞에 놓인 육중한 검은색 중형차 한 분. 앞에서 말했듯이 그건 도시민의 일상이기에 귀찮을뿐 특별히 노여울 일은 아니었다. 어둠이 내린 후의 인적이 드문 광활한 주차장, 익숙한 솜씨로 손가락도 좀 두두둑 꺽고 퉤퉤 손바닥을 비빈다음 두 발을 적당한 거리로 벌려 안정된 자세로 디딘후 두 팔을 어깨넓이로 벌려 막 잡으려는 찰나, 어둠속에서 등장한 한 사람이 있었다. "밀어드릴까요?" 였는지 "도와드릴까요?"였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지만 왠 젊은 남자의 접근이 내 시야에 포착되었다. 뜻밖에 나타난 키 크고 잘생긴 짱가의 도움의 손길을 두고 살짝 당황한 내 머리에 퍼뜩 스치는 생각이란, 아, 이럴 땐 좀 쩔쩔매주는게 도리일라나...
고맙다는 나의 수줍고도 정중한 인사에 뭐 별일 아니라는듯 캐주얼하게 "넵" 하며 반바지 주머니에 손넣고 유유히 사라지는 넓은 그의 등뒤엔 자막이 하나 새겨졌다. 젠.톨.만. 80년대 당시 화제가 되었던 리복광고로 유명해진 배우 이종원. 그후 그는 영원히 내게 '젠틀맨'으로 남아있다.
낯선 캐나다에 살면서 '수업료'를 가장 많이 지불한 부분이 바로 주차부분이다. 소방관련 시설을 차단하거나 했을 땐 매우 엄벌로 다스리는 의미의 고액의 범칙금을 각오해야 한다. 주차비 낸 영수증을 잘 보이도록 해놔야지 미세하게 열려진 창문틈으로 바람이 종이를 휙 날려 잘 알아볼 수 없는 포지션으로 해놨어도 안통한다. 그것은 '운전자의 책임'이라며 '얄짤없음'의 피드백만 받을뿐. 처음엔 참 이해할 수 없었다. 땅덩어리도 넓은데 왜 그리 째째하게 구는지. 주변을 살펴서 별 문제가 안될 것 같아 차를 주차시키는데도 야속한 흰 티켓이 꽂혀있기를 여러번하고 나서 학습된 주차의 원칙은 딱 두 가지다.
'하게 되어있는 자리가 아니면 차 댈 생각조차 하지 말것' 과 '마땅히 내게 되어있는 주차비는 꼭 내고 댈 것'.
공연히 차량 이동시 진로 및 방향에 따른 각도의 공간학적 분석따위에 머리 굴리지 말고 다만 원칙대로!
우리도 이젠 과감히 퇴출할 때가 되지 않았나. 편리하기보다 그렇게 얼굴 붉히고 언성 높이게 되는 일이라면, 더우기 안전하지가 않은데.
K-pop은 지구적으로 승승장구할지언정 K-park은 영원히 로컬 방식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