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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벨 Mar 13. 2019

생사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 골든아워 1,2를 읽고

골든아워 1,2를 읽었다. 한국에서 사 올만한 책을 고르다 영상으로 간간히 봤던 이국종 교수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걸 보고 주문했다. 전쟁터 같은 의료현장에서 생사를 목전에 두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일까 생각해보게 했다. 한 사람의 평생에서 지근거리에서 죽음을 목격하는 일이 많지 않을텐데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이국종 교수 팀은 자신의 경계 안에 생사를 들여놓고 산다. 매일 생과 사를 경험하는 그들은 다른 생각,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것 같다. 우리에게 생사가 가장 중요한 일인건 당연하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생사의 중요성을 느끼고 살지 않는다. 돈, 학업, 취업, 건강, 가족, 관계 등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느끼고 산다.


몇 해 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엄마는 당신 주변에 근심거리가 생기거나 혹은 내가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하면 사람이 죽고 사는 일 아니면  괜찮다고 하면서 크고 작은 근심거리들을 넘기셨다. 그게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옳은 태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힘들어하거나 전전긍긍하지 않고 넘길 수 있어서 유용한 태도임이 분명하다. 나도 엄마가 그렇게 얘기하면 다른  위로나 도움이 될 말들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어 부담감을 덜 수 있고, 내 걱정거리도 순간순간 넘길 수 있다.


골든아워 속 중증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생사가 목전에 달린 일이 아니면 다른 개인의 일, 고통, 기관의 부당함, 억울한 여론 등은 넘기며, 아니 견디며 사는 것 같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사람을 코 앞에 두고 개인적인 고통이나 외부의 부조리함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이국종 교수팀의 의사들, 간호사들 등은 자신들의 병들은 치료할 시간조차 충분히 갖기 어렵고 아프다고 내색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일을 한다. 당장 위급한 환자들 앞에서 자신을 돌보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사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이젠 무리예요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막상 생사의 고비에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니 이국종 교수가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이해가 된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다른 일들은 무시될만 할지모르나, 그 역시 최악으로 치닿을 수 있으니 고비고비를 넘기는 것으로는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설 연휴에 국립응급의료센터 의사가 심장마비로 죽기도 했다.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맡겨두기에는 개인의 희생이 너무나 큰 의료환경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시스템이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개인의 노력과 희생이 강요되는 걸 보면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국종 교수의 말에 동감하게 된다.


이국종 교수가 우리나라 의료가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자원이 집중되는데 반해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치료는 언제든지 문닫을수 있는상황이라고 말한다. 만성질환은 사람이 노화되면서 당연히 찾아오는 병이고 대부분의 의료자원은 그것을 치료해서 생명연장을 하려는 노력에 집중된다. 그러나 중증외상환자 치료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찾아오는 생사를 가르는 중대한 일이다. 사람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생명연장이 아니라 제 수명을 다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자원은 소수지만 긴급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되지 않고, 다수의 긴급하지 않은 질병에 집중된다. 이건 가치관과 선택의 문제로 보인다. 나 혼자 살아남는 게 아니라 같이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경쟁이 우리 치열한 사회에서는 쉽게 되지 않나 보다.


책 2권 뒷부분에는 인물지라고 책에 등장한 여러 사람들의 이름과 프로필이 들어가 있다. 읽어보면 중증외상환자 한 사람을 치료하는데 의사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여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따로 책에 남긴다는 것은 이국종 교수가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센터는 여러 사람들이 얼개로 역여서 굴러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국종 교수도 센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오면 언제나 그만두면 되지 라고 되네이며 고비를 넘기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이 백업플랜을 가지고 있지를 염려한다. 미래를 전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힘은 함께하는 동료들에게서 나오지 싶다. 내 존재의 이유도 주변사람들로부터 찾아지는 건 당연한 인간의 본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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