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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 개발자 이야기

비전공자가 개발자가 된 사연

by mingdu

나는 문과 출신 개발자다. 이 길을 걷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고등학교 때 나는 문과를 선택했다. 수학을 정말 좋아했지만, 과보다는 사 과목이 더 재미있었다. 독서하는 것도 좋아했고, 근현대사나 경제를 공부하는 것도 즐거웠다. 그래서 문과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수능을 치르고 나니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다른 과목들은 기대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지만, 수학 성적이 유독 좋았다.


사실 나는 재수를 하고 싶었지만, 가정에서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던 중 담임 선생님이 "교차 지원"이라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프로그래밍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컴맹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대학을 간 후 2년 뒤에 경영학과로 전과하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2학년 때부터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시작했지만, 경영학과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결국, 전과를 포기하고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계속 공부하게 되었다.


바로 프로그래머로 직업을 정한 것은 아니었다.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끝까지 성취했고, 대학 졸업 전에 경영 쪽으로 입사하고 싶어서 반년 정도 취업 준비를 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했다. 나름 대학에서 차석도 해보았고, 졸업작품도 성공리에 끝났으나 나의 전공 실력을 내가 인정해주질 못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아쉬운 결정이었지만..)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교수님이 추천해 주시는 중소기업 입사로 시작해 버렸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했고, 정말 많이 배웠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이 조금씩 흥미를 붙이게 만들었다. 마치 내가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수학문제를 매일 푸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개발자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여러 번의 이직을 경험하며 다양한 환경에서 일해볼 기회도 얻었다.



하지만 역시나 지속적으로 이 길이 나와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현재도 여전한 것 같다. 정말로 이 길이 나와 잘 맞는 걸까? 개발이 싫은 건 아니지만, 주어진 업무를 할 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해내지만 개인적인 시간에서까지 남들처럼 즐기면서 공부하고 깊이 파고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더 좋아했고,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게 더 즐거웠다.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앞으로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처럼 예상치 못한 길을 걷게 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지나온 과정들이 헛되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깨닫고 싶다. 그리고 이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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