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니까, 당연한 줄 알았다

by mingdu

나의 엄마는 우리의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며 살아온 분이다. 자신의 시간은 뒷전으로 미룬 채, 오직 가족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오셨다. 그 시절엔 많은 엄마들이 그랬겠지만 내 기준, 우리 엄마는 더 그러셨다.

그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성인이 되어서는 엄마에게 취미 생활도 권해보고, 친구들과 만나보거나 여행도 많이 가보라고 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성인이 된 우리를 챙기기에 여념 없었다.




자녀들이 모두 독립한 뒤의 엄마는 왜인지 더 쓸쓸해 보였다. 그 허전함을 일을 하면서 풀어냈고 그러다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겸사겸사 휴식을 계속 가졌으면 좋았으련만.. 내 아이가 생기고 내가 다시 일을 하게 되면서 엄마는 이번엔 손주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고 있다. 그것이 행복하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내 죄책감을 애써 합리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엄마의 육아 방식이나 아이가 엄마한테 하는 행동들을 보며, 난 자꾸 엄마에게 못되게 굴게 된다.

"엄마가 혼을 안 내니까 할머니한테 저렇게 버릇없이 굴지"

"엄마가 간식을 많이 줘서 배가 안 고프니까 밥을 안 먹지"

그러면 또 엄마는 "미안.. 너 힘들 텐데 내가 신경 쓰게 했네" 하며 되려 본인을 탓한다.




사실 돌이켜보면 엄마가 할머니로서 최선을 다해 주시는 건 결국 나를 위한 일이다. 나의 아이이기에, 내가 힘들지 않았으면 해서. 그럼에도 나는 내 엄마라는 이유로, 내가 하는 투정을 다 받아준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매일같이 못된 딸이 되곤 한다.


내가 아이만 바라보고 있을 때, 엄마는 늘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아이를 챙기고 있을 때, 엄마는 옆에서 나를 챙겨주고 있다.




엄마가 엄마의 자리에서 엄마의 몫을 다하고 있을 때, 나는 그것을 너무 쉽게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엄마의 행동 그 어느 것에도 당연한 것은 없었다.

그저 나를 온몸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임을..


그러니, 엄마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나 또한 노력해야 한다.

나의 모든 행동을 받아주는 사람이라고 내 민낯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이제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존중과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