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홍콩·마카오, 마지막 이야기
쉴 틈 없이 달려온 3일을 보내고, 4일 차 아침은 조금 느슨하게 시작했다.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조식을 먹으며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몸이 먼저 아는 듯했다.
우리는 마카오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세나도 광장과 성바울 성당을 보기로 했다. 호텔 셔틀을 타고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장에 닿았다. 역시나 마카오를 대표하는 관광지답게 수많은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갓 구워 나온 따끈한 에그타르트를 한입 베어 물고, 기념품 가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기자기한 물건들 사이를 오가며 여행의 흔적을 하나씩 담아갔다. 성바울 성당과 성 도미니코 성당을 둘러보고, 유적지까지 천천히 걸으며 마카오의 시간을 온전히 느꼈다.
하지만 점점 많아지는 인파에 조금씩 지쳐갔고, 결국 카페에 들러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그렇게 여유를 찾은 뒤, 기념품을 몇 가지 더 챙기고 관광을 마무리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비가 조용히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유난히 맑은 하늘을 만나기 어려웠다.
저녁에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를 보기 위해 COD로 향했다.
늦은 점심으로 먹은 샤오롱바오는 아이에게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으로 남았다. 결국 추가 주문까지 하며 한참을 맛있게 먹었다.
공연장에 들어서며 다시 한번 기대감이 커졌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선택한 공연이었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아이는 물이 튀는 자리를 원했고, 우리는 앞에서 두 번째 좌석에 앉게 되었다. 우비와 수건을 건네받고 공연을 기다리는 순간마저 설렜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배, 그 위에서 이어지는 액션과 다이빙,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장면 전환들. 연극과 뮤지컬, 서커스가 한데 섞인 듯한 무대는 그야말로 ‘스케일’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1시간 3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했고, 공연이 끝났을 때는 단 한순간도 아깝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역시 같은 마음이었는지, 여행이 끝난 지금까지도 그 공연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공연장을 나서자, 이번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이의 “오늘 완전 워터쇼데이네!!!”라는 말에 웃음이 터졌지만, 곧 우산이 뒤집히자 울상을 짓는 모습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번 여행 동안 가장 많이 걷고,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함께해 준 아이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홍콩 in / 홍콩 out으로 항공권을 예매한 나를 잠시 원망하며, 다시 홍콩으로 향하는 페리를 타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IFC몰에서 점심을 먹고, 마지막 기념품을 사고, 카페에 들렀다. 이후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새로운 경험 하나하나에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아침의 작은 후회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래도 잘 왔다’는 생각만 남았다.
그렇게 우리는 저녁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4박 5일의 홍콩·마카오 여행.
우리 부부에게는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고, 아이에게는 조금 버거운 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은 분명 성공적인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앞으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훨씬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어쩌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건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더 넓은 세상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국내든, 해외든
관광지든, 휴양지든
망설이지 않고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