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 일본에서, 준님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오늘의 주인공 최준님 소개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준님이에요!
일본은 아무래도 가까워서 자주 여행 가게 되는데, 일본의 실제 직장 생활, 문화를 알기는 어렵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 자리여서 좋았습니다!
올해 만 32세로 약 10년 전부터 개발자로 경력을 시작하면서 주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일해왔어요. 사용자와 가장 맞닿는 지점에서 개발하고,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을 코딩으로 풀어내는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링에 매력을 느끼고 이 세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본 YAMAP이라는 등산/아웃도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를 맡은 최준이라고 합니다. 인터뷰는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본 취업에 대한 호기심이 처음 생겨난 건 유고 나카무라와 같은 거장을 필두로 한 일본의 인터렉티브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면서였어요. 그러다 2014년부터 일본 여행을 도쿄로 다녀왔는데, 거기로 여행을 가면서 여기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감정으로 번지게 되었어요. 그 이후 일본 여행을 쭉 다니다가, 후쿠오카에 가서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게 되었어요. 19년 말에 결혼하였고, 그 후 제가 일본에 오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오게 될 때만 해도 한국 회사에서 리모트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일본 현지 기업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리모트 근무가 몸은 정말 편한데, 마음은 외로워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19년도 말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별 일이 없었는데, 코로나 시국이 되었어요. 일본에 떨어져서 집에서 혼자 오래 일하다 보니 외로움을 많이 느꼈어요. 회사에 있는 동료들은 다 같이 떠들고 일하는데, 저만 혼자 일하는 게 외로움으로 다가왔어요. 동료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구직 사이트는 <리쿠나비> 나 <비즈 리치> 가 있어요. 보통 일본에서 취업할 때는 이 두가지 서비스를 많이 이용해요. 하지만 저는 스타트업 이직을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티들리(wantedly)를 이용했어요. 원티들리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모여 구인을 하고 있어요. 이 성향이 저랑 맞았기 때문에 원티들리를 사용했어요. 이번에 입사한 회사는 제가 예전부터 희망했던 곳 중 하나였어요.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공고가 나온 걸 보고 지원해야겠다! 한 찰나에, 회사 측에서 먼저 면접 제안이 왔었어요. 코로나인 관계로 면접은 모두 리모트로 진행하고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입사한 곳의 경우는 컬쳐핏을 가장 중시했어요. 큰 프로세스를 말씀드리자면 스크리닝과 CTO면접을 진행한 후 과제가 주어졌어요. 과제 제출 이후에는 같이 일 할 분들에게 팀원 면접을 봤고, 최종적으로 대표 면접이 있었어요. 면접 중에서는 소위 말하는 압박 면접이나, 리얼 타임으로 알고리즘 문제 풀이, 기술적인 질문이 이어지는 기술 면접은 특별히는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편한 분위기에서 봤었어요.
일본어는 아무래도, 비지니스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워낙 수다떠는 걸 좋아해서 펜팔 사이트에서 일본인 대화상대를 구해서 일본어를 익혔어요. 일상 생활 중에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건 어느정도 익혔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회사에 들어와보니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더라구요. 비지니스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대화하는 문체, 단어의 사용이 크게 달라요. 이런 부분에 대해 익히고 들어가는게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일본 최소 취업 어학 능력 조건은 일본 JLPT N2 정도라고 하는데,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바로 직장에 투입해서 업무를 하기까지는 충분히 언어 능력을 더 갖춰야 할 같아요.
일본은 억양도 다른 것 같아요. 트위터에서였나? 관련 썰을 본 것 같아요.
일본은 남성, 여성 문체와 말투가 정해져 있어요. 단어의 선택과 말투가 다르기 때문에 잘 선택해서 말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야맙은 오프라인 지도를 보면서 등산할 수 있는 서비스에요. 우리나라는 핸드폰 신호가 잘 터지지만, 우리랑 제일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산 같은 곳을 가면지 핸드폰이 안터지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야맙 서비스는 입산하기 전에, 지도를 오프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산에서 GPS 신호를 받아 걱정 없이 등산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예요 현대사회의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거나 스마트폰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이 적어졌잖아요? 건강이 약해지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연을 접하고 몸을 움직이면서 건강해지는 걸 회사의 비전으로 하고 있어요. 회사의 비전을 우리가 기술을 통해서 풀어나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구요. 이 부분에 대해 많이 공감했어요. 기본적으로 기업은, 자본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기업이 돌아가면서 사회에 환원하자는 지향점이 보였고 그 점이 좋아 이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일본에서 살게된지 대략 1년 반 정도 되어가는 시점에서 얘기를 해볼게요. 일본에서 살게 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물가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월세가 정말 비쌉니다. 전기, 수도, 가스 등과 같은 공과금이 어림잡아 약 2배 정도는 비싸다고 느껴져요. 국민들의 성향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굉장히 시큰둥한 편이에요. 한국은 새로운 개념이 나오면 받아들이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가령, 한국은 전산과 통신 측면에서 국민들의 수용률이 아주 높아서 요즘 디지털이 아닌 것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일본은 한국과 달리 아날로그한 부분이 사회 곳곳에 아직도 많이 자리잡고 있어요. 그 예가 우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우체국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처리 가능한 많은 것들이 기본적으로 우편으로 이루어지거나 우편으로만 처리해야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업무에 있어 가장 큰 차이는 일본은 업무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면서 나아가는 느낌이 강해요. 한국 분들은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왜이렇게 답답하게 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실수 등으로 인한 업무 리스크를 최대한 즐일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반대로 작업 효율은 떨어질 수 있어요. 업무를 빠르게 진행하고 싶어하는 한국인의 성향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느낀 것은 일본에 매뉴얼 문화가 진짜였어요. 이직 후 사내 위키에서 엄청난 양의 각종 문서를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가령 인사에 대해 궁금한 점, 경비 산정, 요런 궁금증이 생겼을 때면 검색하면 거의 다 나와요.
우리나라에 갑질을 일본에서는 '파워하라'라고 불리우는데요.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일들 또한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번 이직의 목표는 "수평적인 회사 찾기" 였어요. 지금까지 한국에 근무해오면서 좋은 기업문화를 가진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수평적인 분위기이며 개개인의 의사가 존중받는 환경을 찾고자 노력하였고, 그 결과로 지금 일하고 있는 기업을 찾게 되었습니다.
회사마다 매우 케바케라고 생각되는데, 제가 근무 중인 곳의 경우 업무강도는 전혀 높지 않은 편이에요. 다만 와이프는 제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야근이 굉장히 잦아요. 저번달에는 무려 최대 잔업시간을 초과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얼마전에는 유명 광고 회사에서 과로사로 사망한 뉴스가 나왔더라구요. 다만 일본의 경우 야근수당은 철저하게 지급되는 편이긴 합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먼저 말씀드리자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연봉테이블에 차이가 있어요. 일본은 갓 졸업해서 신입하는 사원을 신졸이라고해요. 신졸 채용의 경우, 신입 연봉이 꽤 낮은 편이에요. 한화로 따지면 약 2000만원대 정도예요. 다만 회사에 들어가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경우 급 상승에 따라 상승폭이 큰 편이에요.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평균 연봉이 한국이랑 비슷해져요. 다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한국과 물가 차이가 있고, 세금에도 큰 차이가 있어요. 저같은 경우에 이 회사에 이직하면서 연봉이 올랐지만, 한국에 있을 때보다 각종 세금이 올라가는 바람에, 실수령액은 별 차이가 안 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월세나 각종 생활비 부담도 크기 때문에 차이는 더 줄어들었어요.
세금에 대해 더 말해보면, 일본같은 경우엔 일본은 주민세라는 세금이 존재해요. 지자체 단위에서 걷는 세금인데, 1년 최소한 몇십 만원 이상이 나와요. 소득에 비례해 나오는 세금이거든요. 국민 연금도 2배정도 뗍니다. 이런 여러가지 조건이 차이가 있어요.
일본에는 도시락 문화가 있어요. 저희 회사는 점심을 따로 먹어요. 회사 근처에 점심 시간쯤 도시락 파는 사람들이 몰려와요. 그럼 직장인들이 도시락을 먹고 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심을 다 같이 먹으러 가잖아요? 이 부분에서 조금 놀랐어요. 확실히 우리나라는 단체 행동 위주인 반면, 일본 같은 경우에는 개인 성향이 하다고 느꼈어요.
일본의 대표적인 조직문화 중에는 호렌소(報連相) 원칙이라는 것이 있어요. 호렌소라는 본래 일본어로 시금치라는 의미이지만, 보고/연락/상담의 일본어에서 첫글자를 따와 만든 말이에요. 일본인들과 같이 일해보고 나서 느낀 것이 이 호렌소 원칙을 실제로 철저하게 지킨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꽤 사소한 것도 다 통지해요. 뭐 구체적으로, 컴퓨터를 쓰다가 트러블이 생겨서 재부팅을 하게 되잖아요? 이런 것도 메시지를 보냅니다. 서비스를 릴리즈할 때에도 세밀하게 한 단계, 한 단계씩 보고하면서 올려요. 이런 걸 보면서 어떠한 일이 발생하면 작은 부분이라도 철저하게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커뮤니티에 정보를 얻으러 다녔는데, 의외로 일본에 대한 단순한 동겸심을 가지고 있거나, 막연하게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도피처로 일본 취업을 고려하고 계시는 것을 종종 보았어요. 하지만 해외 취업은 내가 일하는 환경뿐만 아니라 삶의 환경까지 바뀌는,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지고 오는 일이에요. 결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일본 취업에 도전했다가 근무조건이 좋지 않은 블랙회사에 입사해서 고생하거나,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다시 귀국하는 사례를 보곤 했습니다. 내가 왜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지 이유가 확실해야 하고, 일본이라는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요. 취업의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된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지금 이루고픈 기본적 목표에요.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서는 개인적으로 인터렉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이 부분의 스킬을 점차 늘려나가고 싶어요. 관련된 프로젝트도 진행해보고 싶어요. 전체적으로는 개발자로서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과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