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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빛 Mar 25. 2024

전쟁인데, 모스크바 살기 괜찮아요?

다양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니님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오늘의 주인공 지니님 소개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는 지니님입니다!  지니님은 회사 출장으로 

현재 모스크바에서 1년 째 살고 있는데요. 

요즘 러시아 전쟁 상황에서 러시아에서 사는건 어떤지 한번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지니


안녕하세요, 눈과 불곰의 나라 러시아에 1년째 근무중인 지니입니다.





Q. 안녕하세요 지니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년째 러시아에 살고 있는 직장인 입니다. 작년 2월에 부임해서 러시아에 계속 살고 있어요. 처음엔 러시아 전쟁 상황에 걱정과 불안감을 안고 러시아에 부임하였습니다만, 생각보다 잘 적응해서 이것저것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부정적인 것보단 긍정적인 것에 집중해서 러시아 생활을 계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Q. 1년 동안 러시아에 거주하고 계시는데 혹시 러시아어 배우고 가신건가요? 

  

러시아어를 전혀 못하는 상태로 갔고, 지금은 식당 및 카페에서 주문할 수 있는 정도로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사실 러시아어를 못하면 생활하기 불편하긴 하지만, 구글 번역기와 눈치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어요!

처음 왔을때는 관광지에 영어 안내판이 거의 없고, 심지어 매표소 직원도 영어를 못했어요. 게다가 티켓 종류가 너무 많아서 정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러시아어로 “티켓 한장!”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티켓?”하고 물어봐서 “어… 그냥 티켓 한장!”이라고 한참을 대치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젠 사전에 어떤 티켓이 있는지 알아보고 갑니다. 


놀랍게도 현장에는 영어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사이트에는 영어로 소개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Q. 아무래도 러시아 전쟁중이다 보니, 생활하기 무서울 것 같아요. 

러시아 전쟁 상황은 실제로 어떤가요?  


작년에 제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 건물에 드론이 2번이나 떨어지긴했었어요!

그래도 대체로 주거 빌딩보다는 상업용 빌딩이 많고, 새벽이나 주말 등 사람들이 없을 때 드론이 떨어져 실제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요새는 모스크바까지는 드론이 날라오고 있지 않아 큰 신변의 위협은 느끼고 있지 않아요.


일상 생활 속에서도 러시아 전쟁의 잔상을 잘 느끼고 있진 않습니다. 뉴스에서는 계란 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한국보다 저렴한 편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 크게 물자 부족이나 물가 상승을 느끼지 않고 않습니다. 슈퍼에서 파는 주요 서민용 먹거리(우유, 감자, 계란, 밀가루 등등)의 가격은 정부에서 통제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러시아 전쟁이 있다는것도 잘 못느끼는것 같습니다.


다만, 전자기기 등 기타 공산품 가격은 많이 올랐고, 서양 제품의 자리를 중국산 물품이 채우고 있습니다.  차 값은 정말 많이 올랐다고 들었어요. 제가 차를 사려고 알아봤을 때는 한국 내 가격의 거의 두 배였습니다.

그래도 부자는 계속 부자인지라 비율은 많이 줄긴 했지만 모스크바 내 여전히 벤츠, 마이바흐 등등 외제차가 많이 모스크바에 다니고 있어요.


지방에서는 징집이나 자원 입대 때문에 러시아 전쟁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도시에서는 징집이 많이 이뤄지지 않아 사람들이 더더욱 러시아 전쟁을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Q. 도시 사람들은 일부로 징집 안하는건가요?


러시아 예비군 중 IT, 금융, 국영언론인 등 특정직업군은 징집대상에서 제외되었어요.

결론덕으로 도시 사람들(?)은 징집에서 많이 제외된것 같습니다. 근데 사실 자원병을 제외하고 동원령에 따라 징집 된 사람들이 총 30만명인데, 러시아 인구는 1억 4340만명이라 동원된 사람 수는 아주 많지 않고, 대다수는 자원병, 계약병들이라 월급 많이 준다 그래서 러시아 전쟁에 간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다보니 월급 수준이 낮은 시골에서 러시아 전쟁에 나가게 된 것 같습니다.




Q.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 러시아 전쟁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는 어떤가요? 

뉴스 보도에 따르면 많은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지에서는 실제로 어떤 분위기인가요? 

(푸틴 대통령 욕하면 큰일나나요?)   


외국인으로서 실제 현지사람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는 하기 어렵죠. 다만,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과거 옐친 시대 때 자유화에 대한 기억이 너무 안좋아서 러시아는 강한 리더가 다스려야되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푸틴욕하면 큰일 나는지는…. 무서워서 답 못하겠어요!





Q.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이미지 때문에 러시아 국민들 또한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현지에서 느낀 러시아인들의 성격이나 태도는 어떤가요?   


러시아 사람들은 친절합니다! 

특히 식당 같은 경우는 한국보다 더 친절한 것 같아요. 다 먹은 접시는 빨리 치워주고, 다 먹고 나면 꼭 음식이 어땠는지 물어보며 항상 대체로 웃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오기 전에는 러시아 사람들이 무뚝뚝 하고 잘 안 웃는다고 들었는데, 제가 느낀 러시아인들은 대체로 잘 웃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러시아인들의 터프함을 느낄때가 있는데… 장난감 가게에 가면 레고가 대포나 총을 만드는 게 많아요…. 초콜릿도 총모양 초콜릿이 있답니다! 한국에선 한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에요.






Q. 러시아하면 대표적으로 술이 떠오르는데요.

실제로 러시아인들은 술을 많이 사랑하고 자주 마시는 편인가요?   


제 생각에는 한국인들이 더 술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ㅎㅎ 

경찰이 무서워서인지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취해서 헤롱헤롱 다니는 사람들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야외 음주가 불법이 아닌데도 야외에서 술을 마시며 노는 것도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구요. 다만, 술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다양한 보드카 종류를 판매하고 있고, 슈퍼에서도 쉽게 살 수 있어요. 한국 소주도 팝니다! 


아, 사실 러시아 사람들은 음주도 좋아하지만 더 좋아하는 것은 ‘음주가무’입니다. 결혼식 뒷풀이나 집과 같은 좀 더 프라이빗한 곳에서 술을 마시면 일어나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춥니다. 그래서 결혼식은 밤새 춤추고 노래 부르며 계속된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친구한테 들었는데, 러시아 사우나를 가면 사우나 안에서 얼린 보드카(?!!)를 마시는 아저씨들이 많다고 합니다. 보드카를 마시는 아저씨들 머리 위로 “사우나 안에서는 위험하니 술을 드시지 마세요” 라고 써져있데요.





Q. 예전에 슈카월드를 보다보니 러시아 사망 이유 순위중에 싸움..이있던데 

싸우는 사람이 많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술에 취한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싸우는 사람도 별로 본 적이 없어요. 사실 1년동안 한 번도 본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느끼기에 러시아는 치안이 굉장히 좋다고 느껴집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경찰이 무서워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새벽에 여자 혼자 걸어다녀도 그렇게 무섭진 않아요.

길에서 술에 취한 사람은 딱 한 번 봤는데, 대낮에 술병을 들고 돌아다니시고 계셨고, 술에 취해 싸웠는지 한쪽 눈에 멍이 들어 있었어요(!!). 그건 모스크바 외곽이었는데요. 아마 제가 술 취한 사람들을 잘 못 본 건 모스크바에 살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Q.  러시아가 치안이 좋군요?   


1990년대 ~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치안이 좋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치안이 정말 좋습니다. 사실 때때로 한국보다 더 좋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소매치기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 덜렁거리는 편이라 핸드폰을 두고 다니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진 한 번도 누군가 제 물건을 훔쳐 간 적은 없습니다. 곳곳에 CCTV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요.


하지만 옛날에 러시아에서 근무하셨던 분들의 이야기로는 1990년대 ~ 2000년대 초반까지는 경제가 매우 안 좋아서 버려진 개들이 너무 많아 개에 물리지 않으려고 우산을 휘두르며 다녔다는 무용담도 들었습니다.

그때는 스킨헤드도 있어서 이상한 사람 만나서 맞을까봐 지하철 타고 이동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데요! 제가 기차 타고 혼자 모스크바 밖의 다른 도시를 여행하고 왔다고 하니까 세상 참 좋아졌다고 하셨어요.





Q. 추위는 어떤가요?   


춥고 눈이 정말 많이 오는 것은 맞습니다! 모스크바 한정으로 이야기하면 아주 추운 2-3주 동안은 영하 20도~30도까지 내려가고, 나머지 겨울은 한국 겨울의 추운 날과 비슷한 영하 5-10도 수준입니다. 추워서 못 살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좀 불편합니다. 걸어다닐 때 일반 신발을 신으면 양말까지 다 젖고, 방수가 되는 장화 같은 것을 신어야 합니다.


사실 모스크바는 눈이 너무 많이 오기 때문에 눈 치우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돌아다니면서 눈이 오면 바로바로 치웁니다. 요새 러시아 전쟁 때문에 루블 가치가 많이 내려가서, 스탄 국가들에서 오는 노동 인력이 많이 줄었다는데 그래서인지 눈 치우는 속도가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겨울도 길어서 10월부터 추워지기 시작해서 3월까지도 추운 것 같아요.


대신 여름은 정말 환상적이에요! 15~20도 정도 수준이고 아주 더운 날도 20도 중반이니 정말 활동하기 편한데다, 위도가 높아서 낮도 아주 길어요. 해도 눈부신데 별로 덥지 않아서 야외 활동하기에 너무 좋습니다.

밑에는 러시아의 겨울과 여름 사진!





Q. 생활비는 어느정도인가요? 캐나다나 다른나라는 물가가 너무 세서 저축할 수 있는 돈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러시아도 비슷한가요?   


모스크바의 집세가 정말 비싸서 한국보다 더 비싼 느낌도 있어요! 대체로 회사에서 집세까지 커버해 주기 때문에, 집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나머지 생활비는 한국보다 덜 드는 것 같습니다.

제재로 인해 공산품은 한국보다 비싸지만, 식재료는 훨씬 저렴해서 집에서 주로 음식을 해 먹으면 정말 적은 돈으로 생활할 수 있습니다. 외식비는 호텔에 있는 미슐랭 고급 식당 같은 곳은 1인당 5-8만원 수준이라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고, 일반 식당은 1인당 8천-2만원 수준이어서 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한 느낌입니다.


결론적으로 캐나다나 서유럽의 선진국과 비교하면 정말 살 만하죠.





Q 도시락, 밀키스, 초코파이는 정말로 진짜 인기가 많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신라면 파이기 때문에 도시락을 여기서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 어디를 가든 도시락과 초코파이는 항상 있죠. 메로나 같은 한국 아이스크림도 대형 슈퍼마켓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심지어 작은 지방 도시에 있는 슈퍼에서도 한국 식품을 찾아볼 수 있어서 한국 음식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답니다.

다만, 라면의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에요. 한 봉지에 약 2,500원 정도인 것 같아요. 참고로, 한국 음식점 체인도 모스크바 곳곳에 있어서 한국 음식의 전반적인 인기가 꽤 높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Q. 러시아에서 느꼈던 특별한 문화가 있다면 소개시켜주세요!   


유럽의 다른 지역들과 비교해 보면, 인종차별은 상당히 적은 편이에요. 러시아는 식민 지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즘 같은 극단주의를 물리쳤다고 해서 유럽을 구원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습니다. 옛날엔 스킨헤드들이 많아서 동양인은 지하철 타는것도 무서웠다고 들었는데 요새는 적어도 주요 도시에서는 스킨헤드를 거의 볼 수 없어요. 씨가 말랐어요. 아마도 강력한 경찰력 덕분인 것 같아요.


러시아의 독특한 점은, 발레나 오페라 같은 문화 예술을 정말 사랑한다는 거에요. 발레나 오페라 표값이 우리 영화 표값하고 비슷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고, 여름에는 길거리나 공원에서 취미로 풍경화를 그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또 독특한 점은 식당이나 극장 등 어디를 가도 항상 외투를 보관하는 곳이 따로 있고, 대부분의 경우 옷을 받아 주는 사람도 있어요. 이건 겨울이 추워서 외투가 두꺼운 탓도 있고, 밖에서 입은 옷을 실내로 가져오는게 더럽게 여기는 문화 때문인 것 같아요.





Q. 러시아에서 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화가 있을까요?   


제가 직접 겪었던 건 아닌데, 친구가 얘기해준 것 중 인상 깊은 건 러시아 사우나 문화였어요.

사우나 온도가 100도인가 여튼 엄청 뜨거운 곳인데, 1시간마다 청소를 해서 정각이 될 때 직원 안내에 따라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간대요. 너무 뜨거워서 5분 버티는 것도 대단한 거라, 5분 지나면 직원들이 박수치면서 "당신은 진정한 러시아 남자가 되었습니다!"라고 응원해준다고 합니다.ㅎㅎㅎ


더 뜨겁게 만들려고 직원이 사우나 안에서 커다란 부채를 들고 사람들한테 뜨거운 바람을 주입시켜준다고 하는데, 처음엔 사람들이 "더! 더!" 외치다가 더 못 버틸 정도로 뜨거워지면 "이제 그만...!!"을 외친대요.ㅎㅎ

너무 뜨거워서 머리카락이 탈까 봐(!!) 흰 천으로 만든 모자를 다들 쓰고, 잎파리 달린 나뭇가지 같은 걸 사서 등을 두드린다고 합니다. TV에서 종종 보는 핀란드식 사우나랑 비슷한 것 같아요.


5분을 버틴 훌륭한 러시아 남자들은 밖에 나가서 바로 5도 수준으로 특별히 관리되는 냉탕에 바로 입수해서 더위를 식힌대요. 그럼 너무 시원해서 한번 사우나에 중독되면 헤어나올 수 없대요. 사우나를 쉬는 중간중간에는 한국처럼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게 해서 간식을 먹는다고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사우나를 별로 안 좋아해서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만 들으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지니님은 꿈이 뭔가요?   


저는 남편이랑 세계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이것저것 경험하고 도전해보는 삶을 꿈꾸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서 어딘가 오래 정착하기보다는 떠돌아 다니고 싶었어요. 남편은 한국에 직장이 있기 때문에 제 꿈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안 된다면 언젠가 나이가 들어서는 꼭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남편이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니 사진을 많이 찍어서 기록을 남겨두고, 나중에 세계 곳곳에 살아본 경험을 담아 책을 써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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