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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장 Jul 11. 2019

[칼럼]도시를 보는 새로운 관점, 도시재생

익숙하지 않지만 들여다봐야 하는 이야기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처음에는 소수의 활동가로부터 시작된 지역공동체 프로젝트였는데, 이번정부 들어 도시재생뉴딜사업이라는 거대 국책사업이 되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기다리던 단비와도 같은 일이지만, 준비되지 않는 곳에서는 어찌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도시는 사람들의 삶의 그릇이며,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고칠 수 없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그렇기에 도시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은 신중해야한다.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시재생은 기존의 도시개발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우선, 목적이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개발은 새로운 주거지를 만들고 그에 수반하는 기반시설을 확충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인구가 증가할 것을 가정하고 계획하며, 이 내용은 도시기본계획에 담긴다. 한편 도시재생은 쇠퇴한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실행된다. 지역이 쇠퇴한 원인을 기반으로 계획하며 인구감소는 쇠퇴지표 중에 하나이다. 즉, 도시재생은 인구감소를 전제로 한다. 이 내용은 도시재생전략계획에 담긴다.      


또, 다른 점은 장소이다. 도시개발은 사업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빈 땅을 찾는다. 그래서 넒은 평지가 있는 곳을 신도시나 신규택지로 지정하고 그곳에 적절한 도시계획을 세운다. 혹은 낡은 시가지의 일부를 전면적으로 철거한 곳에서 진행된다. 그러니까 예전의 도시적 문맥과 연관되지 않은 채로 시작할 수 있다. 한편, 도시재생은 인구와 일자리가 줄고, 산업체가 축소되는 원도심지역이 주 무대이다. 그곳에는 우리가 사용하던 도로 등 기반시설과 개인의 재산인 건축물이 그대로 있다. 또, 사람들이 살아오며 만든 역사와 오랜 시간 쌓아온 문화가 남아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이는 신시가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시간이 만든 자산이다.     


장소가 가진 특징 때문에 이해관계자도 다르다. 도시개발은 빈 땅에서 이뤄지기에 토지매입이 끝나면 발주처와 시행사의 관계가 남는다. 사업성은 도시개발에서 중요하고, 이윤의 배분과정에서 서로 다른 셈법 때문에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시재생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이뤄지기에 지역의 주민이 핵심이해관계자가 된다. 쇠퇴한 원도심이 활성화되느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사업으로 조성되는 시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주요한 관심요소이다. 이 논의를 주도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갈등이 생기고 극복하기를 반복한다.   


이처럼 도시재생은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도시개발과는 많은 부분에서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기존에 도시를 다루던 방식으로 접근하면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속출한다. 도시재생을 위해 시설물을 만들었는데, 정작 그곳의 주민들은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다거나, 외부인이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강요받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해당사자인 주민을 계획수립과 사업실행 그리고 사업이후의 과정까지 참여하도록 한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주민에 있다.      


이렇게나 다른 도시재생을 우리에게 익숙한 방법과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을까. 그저, 국비를 지역으로 가져온 것만으로 의미를 둘 수 있을까. 도시재생은 그 자체로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했음을 알리는 패러다임 전환이며, 방향전환이다. 도시의 중요한 것을 결정하는 주체가 소수의 전문가에서 지역의 주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이는 상징적인 개념이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존의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경고등이다. 이제 공은 도시재생의 주체인 우리에게 넘어왔다. 우리는 도시재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다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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