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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부터 Oct 30. 2024

까마귀의 은밀한 고백

물옷(수영복)의 세계

까마귀 한 마리의 모습으로 종종 걸어 도착한 수영장. 이제 변신을 시작해 볼까.

무채색의 육지 옷을 스르륵 내려놓고, 검은 날개 밑 감춰 두었던 은밀한 취향을  보이는 시간이 시작된다.


새빨간 태양을 닮은 키치레드(누군가는 초고추장색이라 말했다), 초록의 나뭇잎을 가득 담은 에버그린, 밝고 경쾌한 꽃이 만발한 노랑의 다프네, 차분하면서 존재감을 뽐내는 코튼퍼플.

까마귀 색의 해녀복은 치워둔 지 오래라지.


물 생활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빛깔의 수영복이 필요하다. 수영복을 입을 때만큼은 실루엣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느껴서일까, 아니면 모든 사람이 물안경과 수영모자를 쓰면 똑같다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예쁜 수영복을 입으면 수영이 더 잘된다는 것이다. 진짜다. (수영은 천천히 느는데 어쩐지 수영복은 빠르게 느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아무렴 어때.


오늘도 색색의 물옷을 입은 사람들로 투명한 파랑빛 수영장은 색채의 향연장이 된다. 색채의 마법사가 도와주는 걸까. 아니다. 이것은 물옷 세계의 정령이 강림한 것이리라.


육지의 그림자로 살던 까마귀는 색색의 빛나는 지느러미를 장착한 돌고래 되어 물을 탄다.

오늘도 깊어지는 물속 세계와 함께

나의 물옷 세계도 진해지는 중이다.

돌고래가 되어 빛나는 그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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