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언저리에서 생긴 다짐들
"축하합니다. 정상입니다."
"아... 너무 다행이에요! “
"네. 심장이 조금 특이하게 생겨서 그래요. 정상범위로 건강한 상태니까 잊어버리고 사시면 됩니다."
나의 흉통은 스트레스 성이고, 팔 저림은 심장병과 관계없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순간이다.
어릴 때 아파서 혈관이 좁아졌다고 말했던 돌팔이 의사도,
조영제가 뜨겁게 혈관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기분 나쁜 기억도,
한 달간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 중 어디께에서 질척대며 음울하게 지내던 나의 나날들도,
다 괜찮아졌다.
“심장이 특이하게 생겼으면, 정상인 사람들보다 조심할 건 없나요? “
“없습니다. 키가 작은 사람이 있고 큰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냥 심장이 다르게 생긴 거예요. 정상범위 안에 있으니 괜찮습니다. “
재차 확인 후 눈이 마주친 엄마와 나는 둘이서 함께 활짝 웃었다.
나는 심장마저 반골기질이 있어서 남들이 ‘두근’할 때 ’근두‘하는 여자였던 것이다.
엄마는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무척이나 기도를 열심히 했고, 아빠와 남동생도, 내 친한 지인 몇몇도 그동안 많이 걱정해주었다.
하도 생난리를 쳐서 조금 민망하지만, 그래도 모두들 내가 아픈 것보단 좋아해 줄 거라 믿는다.
인생에서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 한 번 더 분명해졌고,
혹시 쓰러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비상약을 들고 다니던 기간 동안 지나간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다짐할 수 있었다.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틈나는 대로 하기
말을 못 해서 상처받지 말고, 최대한 내 감정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기
하고 싶은 건 그때 그때 최대한 다 하기
인생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걸 인식하며 살기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말고, 실패에서 배우면서 더 나은 앞날을 바라보기
스스로를 못났다고 괴롭히거나 추궁하지 말기
무조건 나와 내 인생을 ‘최 우 선’으로 두기
멘탈이 흔들릴 때마다 독서를 했는데, 아플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읽는 책은 더욱 감명 깊게 와닿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철학자 니체에 푹 빠졌다.
그의 책들을 내가 느낀 대로 요약하자면,
덤벼라 세상아 나는 존ㄴr(이 단어 말고는 딱히 표현할 방법이..) 강하다
그는 마치 철학계의 벌꿀 오소리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니체의 책들은 아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꾸준히 일을 할 수 있게 도와 주었고, 앞으로의 내 인생에도 큰 영향을 줄 예정이다.
아무튼 앞으로도 나는 나의 특별한 반골기질 심장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이다
사뭇 비장한 라이프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