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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꼬질이들 Jan 03. 2019

미국(혹은 한국) 회사생활 마인드셋(Mindset)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며 느낀 도움이 될 만한 마음가짐 몇 가지


빨리 해. 실수해도 좋으니까 빨리. 틀리더라도 빨리하는 게 나아.


마지막으로 인턴을 했던 꽤 유명한 브랜드의 꽤 유명한 상사가 나에게 한 말이다. 직장부터 인턴, 학교 아르바이트까지 다섯 군데 정도에서 일을 해 보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할 때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어서 어리숙하기도 하고 내가 보스여도 답답했을 일들이 많다. 오늘은 그 답답함을 여러분은 조금이라도 덜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미국 회사를 다니며 기억해두면 좋을 마인드셋을 적어보려 한다.


1. 빠르고 덜 실수하기

초보라면 실수하는 게 당연하다. 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빠르고 완벽하게 일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처음부터 빠르고 완벽하면 신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해서 틀려도 다시 해야 하고 빨리 해서 틀려도 다시 해야 한다면 차라리 빨리해서 데드라인에 최대한 맞추고 그 후 수정하는 게 낫다. 어차피 초보라면 그렇게 중요한 일을 맡기지도 않을뿐더러, 지금은 이 사람의 역량을 시험하는 단계이기에 아주 중요한 부분만 캐치해서 맞추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놓치더라도 괜찮다. 다만 무엇이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를 분별해내는 눈치력은 아주 중요하다. 설사 눈치력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경험을 통해 얼마든 쌓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 내가 다 떠맡을 필요는 없다.

나는 회사의 로봇도 아니고 노예도 아니다. 묵묵하게 가만히 있으면서 혼자서만 속을 끓이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은 할만하니까 가만히 있겠거니 한다. 싫으면 싫다고, 많으면 너무 많다고 근거에 기반한 나의 감정을 털어놓는 것은 회사생활에서 꼭 필요하다. 다만 모든 일에 불평을 털어놓는다거나, 할 수 있는 일에도 꾀를 부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지만은 않다. 이유는 3번으로 말해보겠다.


3. 다들 모르는 척하면서 다 알고 있다. 특히 당신의 보스는.

가장 악랄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많이 “격한 방식으로” 나에게 가르침을 준 보스가 인턴을 그만둘 때 나에게 말했다. 네가 프로젝트 하나를 맡겼을 때 세 시간이 걸렸다고. 자기가 시계를 보며 체크하고 있었다고. 나는 그게 무슨 프로젝트였는지 기억을 하고 있었다. 코트를 하나 던져주고 패턴을 만들라고 하였다. 중간중간 옷을 여기저기에 배달해야 했고 옷에 꾸미는 장식들을 사러 지하철을 타고 업타운 다운타운을 다녀야 했고, 프로젝트도 함께 수행해야 했다. 결국 오후 4시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나서 한 시간쯤 후에 모든 것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놀고먹느라 일부러 천천히 한 것도 아니고, 보스는 내가 보기에 디자인실에서 하하호호 동료들과 얘기하며 놀기만 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할 때도 매우 친절하고 친구같이 지내는 회사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한 디자이너가 직원들에게 그래픽 디자이너인 남자 직원을 언급하며 “What exactly he’s doing?”(그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라고 하였다. 인턴인 내가 보기에도 약간 여유롭게 일하는 스타일에 항상 조금 피곤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아무리 회사 분위기가 좋고 서로에게 친절하더라도 다들 공공연히 느끼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4.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일을 하던 한 회사에서 어느 날 CEO가 직원 몇 명을 불렀다. 그중에 한 여자는 화를 많이 내며 짐을 싸서 나가버렸다. 알고 보니 동료평가에서 안 좋은 점수를 받은 직원들이나 그 외 평가가 좋지 않은 직원들이 해고당한 것이었다. 미국에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해고당한 사람은 Notice기간이라는 여유기간도 없이 바로 회사를 나가야 한다. 반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은 회사에서 다음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2주 정도 미리 알려줘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미국은 워낙 이직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한 기업에서 오래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과는 달리, 현실에 안주하고 도전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래서 실무 경력을 잘 쌓아서 더 높은 연봉을 오퍼(offer) 받고 더 좋은 회사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5. 잘 가르쳐줘도 될 일을 굳이 성질내가며 가르치는 보스는 좋은 보스가 아니다.

앞서 말했던 악랄한 보스는 한 명이 아니었다. 여러 군데에서 일을 한 만큼 내게 보스는 여러 명이 있었는데 그중엔 좋은 보스도 있었다. 사실 악랄하기보다는 ‘까다롭거나’,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 보스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자신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 부하 직원에게 지나치게 까다롭게 굴거나 화를 잘 내고 굳이 상처를 줄만한 발언을 한다거나 감정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지나친 짜증 혹은 잔소리를 기분 나쁘게 하는 스타일의 보스들은 생각보다 흔한 것 같다. 나는 그들에게서도 일하는 방법을 배우긴 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본인들이 일을 잘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기만큼 하지 못하면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을 잘하거나 그의 성격이나 스타일에 잘 맞으면 해결되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내 스타일을 바꿔가면서까지 그에게 억지로 끼워 맞추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추천하지도 않는다. 내가 실수하고 말고를 떠나서 나에게 인격적인 모독감을 주거나 내 존재 자체를 깔아뭉개는 듯한 느낌을 주는 보스라면 그건 그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상사가 직장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직장 밖 본인의 개인 생활에서도 분명 스며 나올 것이고, 그 부분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에게 걸림돌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는 부드럽게 항의하거나, 혹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라 여길 필요가 있다. 나를 진심으로 케어해서 하는 조언이나 가르침과, 그러한 마음 없이 무작정 나무라고 조롱하고 꾸짖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6. 사실 직장동료의 대부분은 직장을 관두면 평생 안 볼 사람들이다.

당신은 친구를 사귀러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들은 친한 친구들과 상의해도 된다. 직장동료는 직장동료일 뿐 내 고민과 걱정은 가십거리가 될 뿐이다. 일하는 곳에서는 일을 열심히 잘하고 적을 만들지 않을 정도로만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되,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서로 친하게 지내서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이 사람들도 사람인지라 너무 친해지면 가십과 드라마가 생길 뿐 아니라, 막상 일을 잘 못해서 본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반면 너무 조용하게 혼자서 일만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잘린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네트워킹은 적당히. 직장동료들과는 쓸데없는 이야기만 하거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내가 낼 수 있는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7. 하지만 네트워킹은 중요하다.

미국은 지난 직장에서의 추천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전 직장에서 개판을 치고 떠나면 다음의 행보가 막막해질 수 있다. 물론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전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는 것이 다음 직장에서 아주 좋은 플러스 요인이 된다. 그렇기에 리스닝과 쓸데없는 말하기로 적을 만들지 않고 모든 이와 ‘대체로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보스들은 당연히 일을 잘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내가 지켜본 결과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캐치해서 하지 않는 능력 또한 굉장히 중요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사람을 더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건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떠올려봤을 때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미국에 회사생활을 하며 느낀 점들을 알아보았다. 어쩌면 미국만으로 한정되는 이야기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뻔하기도 하지만, 경험이 없었던 나에게는 새삼스러웠기에,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모두들 건투를 빕니다 (:






젠(Jenn)

경험하고 창조하고 소통하며 사랑하는 것을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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