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강요로 읽다..The Giver(기억전달자)

청소년 책 리뷰

by 쑥과마눌
NaverBlog_20170616_195114_00.jpg 열 한살 큰애가 제일 좋아하는 책

젊은 날 어느 한 자락에

이 책을 읽고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책이라 말하던 친구가 있었고..

20년이 지난 후에

나는 그 기억을 풀어내어

빤스앤노블스에서 세일 표딱지가 붙은 패키지를 사두었다.


그때 큰 아이는 지금의 막내의 나이였고,

술도 아닌 책이라도 묵혀두면,

언젠가 향기로운 정신으로 피어나리라 하고...


세월이 흘러,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두고두고 내게 말했다.

정말 좋은 책이라고,

엄마가 읽어야 하겠다고..


나는 영어로 된 책을 읽는 걸 별로로 안 좋아라 한다.

정확히는 귀찮아한다.

한국말보다 속도도 딸리고..

한국말보다 내게 닿는 느낌도 덜 느낌적이고..


그리고, 뭐라 할까

말이 너무 촘촘 혀

읽고 보면 별것도 아닌 것인데도

너무 촘촘하게 묘사를 해서 질린다.

아.. 좀.. 대충하시라고요..


어릴 적 친구네 집이 좀 특이했는데

가난한데도, 너무나 사이가 좋은 것도 특이했고,

이 식구들이 하나같이 좀 옛날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특이했고..

아무튼 그 누구라도 정신없었을 중학교 때

내 근처에 앉은 인연만 아니면,

친구가 되지 않았을.. 그런 친구인데


그 집이 그랬다.


식구들 중에 누구라고

바깥에서 일을 보느라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놓치면..

온 식구가 둘러 모여 앉아 그 드라마를 보고는

못 본 멤버가 돌아와서 물으면,

한 시간 본 드라마를

두세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해준다고 했다.


화목한 가정의 단면인데..

난, 노땡큐~

난, 내버려 두는 우리 집이 더 좋았다.

드라마 한 편 보다가

컨디션 나쁜 부모한테 잘못 들키면

하라는 공부안하고 딴짓한다며

더럽게 욕을 먹던

그런 우리 집이 마음은 편하다고.


내게 영어로 된 책은 그러하다.

지나치게 디테일하다.

그런 나에게

자꾸 권하더라고

우리 큰 애가..

내가 읽으면 좋겠다며 말이다.


그리하여

대충 읽는 시늉을 했더니

자기가 만든 거라며

이리 이쁜 북마크를 꽂아 준다.


NaverBlog_20170616_195117_01.jpg 부담은 엄마를 계속 읽게 한다

...............................

가상의 세계에

모든 것이 완벽하고 안전하게 지켜지는 그런 세계에서

지켜야 할 룰만 지키면,

기아도, 폭력도, 외로움도 없고,

오래 관찰하여 개개인의 적성대로 직업도 주고

모든 의식주와 날씨를 관리해주는 그런 사회에서,

한 아이가 The Reciever로 뽑힌다.

아주 드문 직업인 그 The Reciever는

말 그대로,

선대의 The Reciever는 The Giver가 되어

그 가상의 사회에서 풀지 않고

따로 저장하여 기록해두는

모든 감정과 희로애락과 고통과 역사를 전승받는다.

그 아이는 그 특별한 임무 때문에

그 사회에서 홀로 룰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남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경험과 역사와 무엇보다도 욕망과 희로애락을 가지게 된다.

그 가상의 사회가 그러한 직군을 두는 것은

그 사회가 예상치 못한 일을 당면했을 때,

The Reciever에게서 지혜를 구하기 때문이다.

The Reciever는 주로 고통 속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그에게 축적된 숱한 고난과 감정들의 기억 때문이고

그것들이 주는 고통은 The Reciever에게

지혜라는 열매를 맺어 주기 때문이다.

.............................

책을 읽으니,

아이가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더라,

그리고,

내 아이를 더 알게 되더라..


우리 큰 아이는

그 예민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특별하고 특이하다.


싫은 일을 겪거나

비위가 상하거나

무슨 생각만으로도

울음과 토함을 동시에 발사해서

선생과 부모를 기함시키길 어언 십 년


학교 양호실에서는

이젠 웬만하여서 나한테 전화조차 안 하고

알아서 내버려둔다.


그런 아이에게

예민함이 주는 불편함과 눈총이..

온갖 감정이 주는 기복과 잦은 울음이..

고통일 수 있겠는 그 수많은 감정들이..

실상은 존중받아야 할

지혜의 백그라운드임을

나 대신 알려 주고 있었던 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을 읽는 그 시간에

주위를 맴맴 돌며 깍꿍 거리며,

페이지를 확인하며 숙제 검사를 하고

좋아서 껑충껑충 날뛰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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