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 리뷰
젊은 날 어느 한 자락에
이 책을 읽고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책이라 말하던 친구가 있었고..
20년이 지난 후에
나는 그 기억을 풀어내어
빤스앤노블스에서 세일 표딱지가 붙은 패키지를 사두었다.
그때 큰 아이는 지금의 막내의 나이였고,
술도 아닌 책이라도 묵혀두면,
언젠가 향기로운 정신으로 피어나리라 하고...
세월이 흘러,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두고두고 내게 말했다.
정말 좋은 책이라고,
엄마가 읽어야 하겠다고..
나는 영어로 된 책을 읽는 걸 별로로 안 좋아라 한다.
정확히는 귀찮아한다.
한국말보다 속도도 딸리고..
한국말보다 내게 닿는 느낌도 덜 느낌적이고..
그리고, 뭐라 할까
말이 너무 촘촘 혀
읽고 보면 별것도 아닌 것인데도
너무 촘촘하게 묘사를 해서 질린다.
아.. 좀.. 대충하시라고요..
어릴 적 친구네 집이 좀 특이했는데
가난한데도, 너무나 사이가 좋은 것도 특이했고,
이 식구들이 하나같이 좀 옛날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특이했고..
아무튼 그 누구라도 정신없었을 중학교 때
내 근처에 앉은 인연만 아니면,
친구가 되지 않았을.. 그런 친구인데
그 집이 그랬다.
식구들 중에 누구라고
바깥에서 일을 보느라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놓치면..
온 식구가 둘러 모여 앉아 그 드라마를 보고는
못 본 멤버가 돌아와서 물으면,
한 시간 본 드라마를
두세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해준다고 했다.
화목한 가정의 단면인데..
난, 노땡큐~
난, 내버려 두는 우리 집이 더 좋았다.
드라마 한 편 보다가
컨디션 나쁜 부모한테 잘못 들키면
하라는 공부안하고 딴짓한다며
더럽게 욕을 먹던
그런 우리 집이 마음은 편하다고.
내게 영어로 된 책은 그러하다.
지나치게 디테일하다.
그런 나에게
자꾸 권하더라고
우리 큰 애가..
내가 읽으면 좋겠다며 말이다.
그리하여
대충 읽는 시늉을 했더니
자기가 만든 거라며
이리 이쁜 북마크를 꽂아 준다.
...............................
가상의 세계에
모든 것이 완벽하고 안전하게 지켜지는 그런 세계에서
지켜야 할 룰만 지키면,
기아도, 폭력도, 외로움도 없고,
오래 관찰하여 개개인의 적성대로 직업도 주고
모든 의식주와 날씨를 관리해주는 그런 사회에서,
한 아이가 The Reciever로 뽑힌다.
아주 드문 직업인 그 The Reciever는
말 그대로,
선대의 The Reciever는 The Giver가 되어
그 가상의 사회에서 풀지 않고
따로 저장하여 기록해두는
모든 감정과 희로애락과 고통과 역사를 전승받는다.
그 아이는 그 특별한 임무 때문에
그 사회에서 홀로 룰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남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경험과 역사와 무엇보다도 욕망과 희로애락을 가지게 된다.
그 가상의 사회가 그러한 직군을 두는 것은
그 사회가 예상치 못한 일을 당면했을 때,
The Reciever에게서 지혜를 구하기 때문이다.
The Reciever는 주로 고통 속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그에게 축적된 숱한 고난과 감정들의 기억 때문이고
그것들이 주는 고통은 The Reciever에게
지혜라는 열매를 맺어 주기 때문이다.
.............................
책을 읽으니,
아이가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더라,
그리고,
내 아이를 더 알게 되더라..
우리 큰 아이는
그 예민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특별하고 특이하다.
싫은 일을 겪거나
비위가 상하거나
무슨 생각만으로도
울음과 토함을 동시에 발사해서
선생과 부모를 기함시키길 어언 십 년
학교 양호실에서는
이젠 웬만하여서 나한테 전화조차 안 하고
알아서 내버려둔다.
그런 아이에게
예민함이 주는 불편함과 눈총이..
온갖 감정이 주는 기복과 잦은 울음이..
고통일 수 있겠는 그 수많은 감정들이..
실상은 존중받아야 할
지혜의 백그라운드임을
나 대신 알려 주고 있었던 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을 읽는 그 시간에
주위를 맴맴 돌며 깍꿍 거리며,
페이지를 확인하며 숙제 검사를 하고
좋아서 껑충껑충 날뛰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