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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Mar 22. 2022

더쿠에 홀릭하다

커뮤니티 리뷰

 선거 결과에 쇼크를 받았지만, 예년과 다르게 쉽게 회복중입니다.

이게 다 더쿠의 처자들 덕분입니다. 


아직은 한국 소식을 검색하면, 뉴스 하나하나에 가슴 아픕니다.

그럴때마다 뉴스대신에 더쿠에 들어가서 케이돌토크를 읽어요.

새로운 세대가 주는 거칠 것 없는 깨발랄함, 덤벼 다 패줄께..하는 위트와 재치, 찰지고 각진 비유.

그리고 기존의 세상 렌즈를  거치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이,  정확해서 아프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 더쿠는 웃겨서요.

소리내어 웃은 적 없는 요즘, 유일하게 깔깔거리는 시간이예요. 


더쿠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년전 구글링을 하면서 우연히 방문하게 된후부터예요. 

서양 왕실역사에 대한 것이었는데, 정리도 잘해놓고, 사진 자료도 뛰어나고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재를 읽었어요.

그런데, 끝에 그 글 작성자가 수능 시험을 끝마치고 와서 다시 쓰겠다고 공고를 하더군요.

순간 뭐지 이 놀라운 능력에다가 심드렁한  캐릭 소유자는? 하고, 

사이트의 이름을 다시 보니 덕후의 더쿠였어요. 


무언가를 좋아하고, 혹은 누군가를 좋아해서, 몰두하고, 수집하고,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을 덕후라고 하죠.

어느 세대에나 있었지만, 예전에는 덕후들이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았을때, 좋을 게 없거든요.

날이 좋으면, 대충 놀리고,

날이 좋지 않으면, 이죽거리며 비웃고,

날이 적당할 때에는 대략 한심하게 보거든요. 


더쿠의 처자들 역시 이런 반응에 이골이 나 보이고,

그런 자기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곳에서 그들은 누구도 말리지 못하고,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며,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듯, 다른 이의 좋아하는 마음을 이해하는 것만 기본으로 깔고,

자신의 최애를 위해 달리는 사람들이예요. 


최애를 위해 일사분란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일사분란함이 행동으로 폭팔하기 전에 평소의 상태를 보면,

상호간에도 거침없는 까칠함과 직설적인 평가, 단호하게 오금박는 칼같은 한줄 정리가 특징이예요.

고정닉도 없고, 아이피도 공개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모두가 무명의 더쿠 1로 존재하니까 가능한 일이죠.

시간이 오래되었다고 신뢰가 쌓이지도 않고, 네임드도 없는 오직 일원으로 존재하는 세계에서,

그때그때의 말로 서로를 평가해서, 스스로 자기를 인정사정없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죠.

어제의 내 컨텐츠가 무수히 많은 공감을 얻어 내어도, 오늘 아니면, 아닌 겁니다.

그리고, 그 잣대는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평가하는데 정확하게 똑같이 적용합니다.

그렇게 단련된 근육으로 더쿠는 그 어떤 권위에도, 언론에도, 크고 작은 압력과 지적질에도 

'웃기시네 '를 외칠수 있겠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정성과 공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사랑은 아주 요구사항이 많고,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가져가고, 노동집약적이죠.

더쿠가 무서운 게, 그 모든 것을 다 가졌고, 그게 그냥 늘 하던 일이라는 거에 있어요. 

그들이 뽑아내는 간결한 카피, 촌철살인 집약인 콘텐츠와 웃긴 이벤트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더쿠는 우리 편이라도 방패 쳐 주지 않아요.

자기들끼리도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이 오금을 박는데, 민주당쯤이야.. 뭔데..하고 나서죠.

선거후 결과후에 나온 일부 수박 민주당의원의 훈장질에도, 냅다, 너 뭐 돼냐고.. 박치기 해버리는 응대과

맨날 선거에 지면 빚진다고, 표달라는 징징대는 정의당을 ,가스라이팅한다고, ㅈㄴ 불편하다며, 갈겨버리는 걸 보면 , 연쇄 촌철살인마의 위엄을 후덜덜 느끼게 되죠. 


더쿠는 좋아하는 대상도 그냥 픽하지 않아요.

다시 말하지만,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부채감이 없고, 그 누구에게도 설득당하지 않아요.

자신만의 기준, 확고한 자기 취향, 그들만의 정보공유로, 오직 스스로의 판단력으로 택합니다.

좋아하는 대상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의 과거를 하나둘씩 파고, 현재의 데이터를 모으며, 미래를 함께 상상하죠.

무명의 신인 아이돌 1 일때부터 덕후들은 그들과 함께 풍찬노숙을 같이 하며, 

비웃음과 좌절을 같이하며 헤쳐 나갑니다. 


하물며, 정치인이야.

하물며, 이재명이야.

60가까이 살아온 이력을 하루하루 되새김하며, 디테일을 새로 풀며, 날마다 깊이와 폭을 넓혀가며, 

그걸 공유하죠.

더쿠 유저들이 덕질할 새로운 인물을 딥 러닝하는 걸 보면서,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뛰어난 언어능력에 놀라고, 예리함에 베이고 있어요. 


남자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면, 지지세력이라 부르고,

여성들이 지지하면, 팬덤화라고 부르냐고. 차별 오진다고.

그리고, 팬덤화를 나쁜 뉘앙스로 사용한다며, 일침을 놓아요.

기존관념과 권력에 대해 어찌나 오지게 비판을 하는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움추렸던 저는 심지어 반성까지 했지요. 


요새는 법사들 살 날리는 거, 미러링한다고, 오후 10시, 오전 5시에 기도를 시작했네요.

나라를 위한 구국기도회라고. 디도스 대신 기도스 라고 하죠.

더쿠도 선거당일 디도스 공격 받았거든요.

장난으로 시작한거 같은데, 기레기가 그걸로 이상하게 더쿠를 호도하니, 외치더라고요.

잠 좀 자자, 장작 좀 그만 넣어라. 이것들아. ㅎㅎ.

그리곤 계속해 나갑니다. 


기존 언론과 커뮤니티 먹었던 댓글부대에서 학을 띄고 싫어 할 만한 일이죠.

원래 10퍼센트 이상으로 대승하고, 이재명은 혐오와 함께, 물에 흘려 보내고,

패배감에 쩔은 민주당은 자기끼리 싸워 분열시켜, 지방선거까지 승리할 플랜이었는데,

0.7프로 밖에 차이가 안 난 후보는 극성맞은 2030 코어 지지세력이 생겼지,

지지자들은 더쿠 포스팅을 공유하고, 또 덕분에 웃고 툭툭 털고 일어나지,

서려리는 용산간다고 난리치지..

요새 승리한 2번 지지자들 의외로 무척 신경 날카로워 보이더라고요.

선거패배후에 이렇게 빨리 회복된 적 없는, 제 회복의 원동력이라,

저는 아는 사람들마다 이 사이트를 추천합니다. 


원래 한시간내에 읽기가 않되는 댓글에는 별거 없어요. 

공감하는 한두단어의 자음이 주로 있죠.  

구경꾼들은 그냥 더쿠들이 올리는 끝없은 한두줄 포스팅을 읽고

그 재치와 스테미나, 화수분처럼 쏟아내는 랩을 즐기면 되어요.

유투브 채팅창처럼요.


회원을 받는 시즌도 아니고, 제 딸같은 또래의 처자들이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같은 또래들의 말만 듣고,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정보를 주고받다보면,

슬프게도 고립되고, 새로운 흐름에 불편해하면서 편협하게 늙어갈까바,

그게 무서워서, 저는 새로운 곳을, 흐름을, 그 생각들을 열심히 들여다 봅니다.


원래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과 흐름을 불편해 해요.

새롭다고 무조건 옳지도 않고요

그러나, 받아 들이고, 안 받아 들이고는, 알고 난 뒤에 판단하는 거예요.

새로운 것에 대해, 얼마나 선입견 없고, 열린 마음으로 쳐다 보는 것 = 그게 '젊음' 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조금만 열린 마음이면, 금방 알 수 있는 진실로 억지로 외면하고,

먼저 알았던 가짜뉴스로 덧칠하지 않고. 자신이 잘못 알았던 정보를 얼른 수정하며, 괘도를 수정할 줄 알죠.

가스라이팅같은 수년간에 걸친 일방적인 혐오에 스며들어서, 무조건 본능적으로 싫어하며,

자신이 믿는 양비론이 대단한 논리인 거처럼, 부끄럼없이 펼치지 않아요.

그런 또래에게 실망했던 이 중년여인...더쿠에 홀리고 갑니다. 


2019년에 BTS 분석한 글로 딴지에서 베스트 간 적 있는데, 

그 때도 BTS의 뒤에 있던 더쿠도 분석하고 싶었는데,

그게 이런 흐름으로 글을 쓰게 될 줄 정말 몰랐네요. 


더쿠는 박력이예요. 기백이고.

처자들이 일단 파발마 하나씩 장착하고, 달리고 봐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서..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거침없이..

쫄리면 뒤지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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