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다
물가에서 우리는
- 이승희
발을 씻는다
버드나무처럼 길게 발가락을 내어 놓는다
세상의 모든 염려를 품고
울음을 참고 있는 나무들이 있어
오늘 당신과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이 캄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 발이 물속에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눈이 없는 물고기처럼 당신의 손가락을 스친다
이제 더는 애쓰면서 살지말아요
어떻게든 사는 건
하지 말아요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없었으므로
이제 나는 눈 없는 물고기로 살거나 죽거나
당신 옆에 눕고 싶은 것일 뿐
상처 가득한 지느러미가 환해질 때까지
달빛이나 축내면서
어떤 당부도 희미해진 지금
말간 물이 발목에서 뒤척이는 건
마치 어떤 전생 같아서
몽유의 날들을 세어 본다
세어 보는 손가락이 붉어져서
물가의 나무들은 속으로만 발가락을 키운다
『현대시학』2015년 7월호
시 사랑하는 것도
꽃처럼 한 철인가
절절하던 구절구절이
계절 몇 개 보냈다고
곱게 하는 훈계질로 들린다
애를 쓰고 싶어
쓰고 사는 줄
순간 믿을 뻔했다
#애쓰는게_조절되면
#그게_애_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