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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Aug 24. 2018

쑥대를 뽑고 나서

장석남 시인

늦 여름은 스무여해 만에 뵌 고모나 
고모집 돌담에 기댄 무화과나무나 그런 
이름으로 불러도 될 성싶다 
빈 절마당을 그렇게 불러도 되듯이 

가장자리, 마당 가장자리 
제 족속 집성촌을 빠져나온 쑥대들 뽑아내니 
흙도 한무더기 무겁게 딸려나온다 
슬펐다 

손 씻기 전 손바닥의 쑥내를 
오래 맡는다 

                                                        

                                                     -장석남시인, '쑥대를 뽑고 나서' 전문

  



싫다는 아이들을 몰고 여름 숲으로 산책을 갔다 왔다
달라진 바람이 참말로 아깝게 좋더만.

댓발 나온 아이들의 입은 아이스크림으로 틀어 막고,
더위 믿고 날뛰던 마당가 쑥대의 기를 눌러 놓고 들어와 
읽은 시다

타이밍이 아조...

쑥대에 한무더기 딸려 나온 흙이 슬프지도 않았고,
손 바닥에 쑥내를 오래 맡지도 않았지만,
사람이든, 
계절이든,
오가는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이 흘리는
짠내는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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