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시리즈
잘 지내니?
오랜만에 네게 글을 띄워. 나는 잘 지내. 친구들도 잘 지내. 아무 걱정하지 마. 나는 한동안 아이유 노래를 듣지 않았다. 너의 마지막 프로필 뮤직에 있는 노래라서… 그 노랠 들으며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하기가 힘겨웠다.
끝없이 짙고 어둔 밤이 계속된다고 생각했었니? 기어이 울지 않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래도 누군가 너를 찾아주고 알아주고 안아주길 바랐을까. 그 노래가 너의 노래라고 생각했었는지 묻고 싶었어. 하지만 그건 네 노래가 아니야. 너의 이름은 조용히 잊히지도 않을 거고, 너는 혼자 허공을 끌어안지도 않았으니. 언제나 내가, 그리고 너의 마지막을 지켜준 아이들이 너를 기다렸어. 너를 꼭 안아주고 싶었어. 세상에,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를 끌어안고 영영 놓아주지 않을 텐데.
네가 멀리 가버린 후로 우리는 주기적으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거지.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을, 왜 그땐 몰랐을까. 네가 먼 길을 혼자 떠났을 때 나는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때였어. 참 이상하지?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어줬는데 난 24시간 이유를 짚어낼 수 없는 고독과 싸웠어. 그러다가 알게 된 거야. 내가 외로웠던 이유는 내가 사람들을 떠나려고 했기 때문이란 걸. 그리고 실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는 걸.
어쩌면 서로가 힘들까 봐 말은 못 해도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지. 우리는 널 잃고 남은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여전히 현생이 바빠서, 무안해서, 듣는 사람이 힘들까 봐.. 다양한 이유로 자주 만나거나 우는 얘기 하지는 못해. 그렇지만, 그렇지만 우리는 일 년에 한 번은 약속을 잡고 만나. 나는 외롭지 않고, 또 다른 친구들을 외롭지 않게 하려고 많이 노력해. 그게 네가 내게 마지막으로 준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끝까지 선물만 잔뜩 주고 떠난 너에게 감사해. 너의 이름을 불쑥불쑥 자주 불러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를 외롭게 두어서, 허공을 그러안게 만들어서 미안해. 너와 강아지를 같이 만났어야 했는데. 강아지도 너도 너무 예쁘다고 말해주지 못해서, 사진도 찍어주지 못해서, 좋은 곳 한 번 같이 가지 않아서 미안해. 너무 미안해.
사랑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