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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cle monica Aug 02. 2021

3개월 차 ; 내게 딱 맞는 태교

자연주의 태교법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 떠올리기

*일러스트 출처 @https://notefolio.net/seroro




내게 딱 맞는 태교가 필요했다. 셋을 준비하는 시간, 나다운 태교가 정답이었다. 그게 가장 쉽고도, 온전한 방법이었다. 홀로 좌충우돌하면서 살아온 서른 해 남짓한 시간보다 더 오래 엄마로 살아갈 나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의 일곱 달은 엄마가 될 여행을 준비할 유일한 시간이 퇼 터였다.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 준비도 마찬가지로 철저해야 할 터였다. 



"도대체 왜 결혼 후 임신,출산,육아의 3종 세트는 오롯이 여자의 책무가 되는걸까?" 

솔직히 남자의 삶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달라질 게 크게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나는 평일에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보거나, 친구를 만나 회사일의 고충도 털어놓기 어렵게 될 터였다. 임신 한 이후로 회식도 딱히 갈 필요가 없었다. 내 생활만 아주 미세하게 바뀌고 있었다. 



앞으로 제약이 더 많아질 거였다. 임신중인 나는 아이를 위해서 못 먹는 음식도 많았다. 특히 3개월차에 접어들자 잠이 쏟아져서 정말 힘든 날도 많았다. 주말이면 집에서 쉬며 충분히 자면 되지만, 회사에서 잠이 쏟아지면 정말 별 도리가 없었다. 감정도 쉬이 좋았다, 금세 나빠졌다. 몸과 마음의 소용돌이 터널을 오롯이 나만 통과하고 있는 같았다. 



내가 짊어지기 시작한 엄마의 책무를 알아주었으면 했다. 결혼 전 연애 기간 처럼 아이와 서로를 맞춰볼 수 있는 예행 연습도 불가했다. 부부가 될 때는 서로 맞추어 가며 동등하게 배려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엄마가 된다는 건 연습도 없이 바로 실전이었다. 임신-출산-육아의 굴레에 빠져드는 순간 여자의 삶은 그저 엄마의 삶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괜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남편에게는 임신 기간 동안 최대한 내 자유를 허용해 달라고 통보했다. '자연주의 태교'라는 당위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큰 틀에서 허락해 주었으면 하는 일방적인 선언이기도 했다. '태교'는 모든 단어의 앞 뒤에서 굉장히 강력한 효과를 지닌 접두사이자 접미사였다. 태교낮잠, 맛집태교, 쇼핑태교, 태교쇼핑 등 쓰임과 응용이 무궁무진했다. 



자연주의 태교에 있어 (당연히 아기의 정서적 안정이 일차 고려사항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받아들일 내가 마음의 균형을 잘 잡는 게  필요했다. 한 명의 성숙한 사람을 키워내는데 있어 우리 부모님 세대가 해왔던 대로 아이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바치는 무조건적인 희생은 쉽지 않을 터였다. 외동이 흔한 요즘, 내 아이만이 무조건 제일 귀하다는 배타적인 접근도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았다. 



꾸리고 싶은, 우리 가족의 이상은 함께 자라고, 서로 돕는 동반자 같은 역할을 해 내는 모습이었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 나가며,  소소한 행복도 따로 또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했다. 운명 공동체에 기반을 둔, 회사와는 차원이 다른 이상적인 팀제 같은 모습이 내 머릿속에 있었다. 내 뱃 속 꼬물이가 언제 제대로 된 구성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전혀 보장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태교 리서치에 돌입했다. 설마 했는데 검색 결과는 놀라웠다. 단행본은 2,773권, 국내 학위 논문 375편, 학술 논문도 438편이나 있었다. 예상 외로 꽤 많았다. 단행본은 우선 제목과 목차, 출판일 위주로 정리해 관심 가는 리스트를 꾸렸다. 논문 중에서는 서문이 충실하고, 도움이 될 주제 위주로 다운받아 PDF 리스트에 넣어두고 눈에 밟히는 대로 속독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세상에는 오랜 기간 사회에서 수용하여 적극적으로 행해진 다양한 태교법이 있었다. 태아를 위한 뇌태교, 두뇌태교, 감성태교에서 부터 엄마를 위한 예술태교, 웃음태교, 여행태교.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전통 태교, 유대인 태교 등 넓고 다양한 태교의 세상이었다. 이렇게 학문적으로도 깊고, 다양한 주제로 넓게 태교가 많이 연구되어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결국은 임산부의 행복감이었다. 엄마의 긍정적인 마음이 태아와의 교감과 정서적 발달에 제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었다. 많은 태교법 중에서도 나는 특히 전통과 현대의 태교 비교, 예술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체험을 통한 임산부의 정서와 태아에게 끼치는 영향을 분석해 놓은 내용에 마음이 끌렸다. 명상과 요가, 미술과 색채 등 책의 키워드만 보아도 마음이 설렜다. 




그리하여, 내게 딱 좋은 태교의 원칙을 다음의 3가지로 잡았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 - 무취향의 일상은 무재미한 삶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뱃 속 아기와 함께 할 수 있으면 충분할 것 같았다. 가끔 우울할 때나 무기력할 때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뭘 해야 하는지를 몰랐던 때가 많았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유명한 넘버 "My Favorite Things'가 떠올랐다. 슬플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가사였다.  취향을 더 깊게 파기, 그게 내가 제일로 취는 삶의 재미였다. 그 단순한 명제를 항상 잊지 않기로 했다. 

                                                                                                

                                                                                                                                      둘째, 핑계 대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실천하기 - 보고, 듣고, 먹고 운동하자.

결혼하면서 결심한 게 하나 있었다. 핑계 대지 말기. 결혼했다는 이유로 바뀌게 되는 상황들에 변명하는 게 싫었다. 변화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가 누릴 수 자유를 누리는 방법을 찾았다. 마찬가지로 아이도 핑계가 되면 안 될 것이었다. 오히려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면을 발견하고 싶었다. 태교도 그 중의 하나였다. 더 나은 엄마가 되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하나 더해지니 건강한 에너지가 생겼다. 더 많이 선별하여 읽어 내고, 더 좋은 것들을 찾아 듣고, 더 아름다운 대상들을 보러 부지런히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셋째, 가끔은 아기보다 나를 더 우선시하기 - 엄마의 만족감이 아기의 행복이라는 생각을 잊지말자. 

당연히 매사에 태아가 우선일테다. 임신 초반에는 태아가 온전하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충분한 영양 섭취와 휴식이 필수였다. 그리고 안정기에 접어든다 할지라도 다양한 변수가 있기에 임산부는 매사에 방심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아이보다 나를 더 우선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을 수 있었으면 했다.행복한 엄마는 가끔 이기적일 필요도 있다고 인정하고 나니 더 마음의 부담이 적었다. 수중에 여윳돈이 있으면 괜히 무엇을 당장 사지 않아도,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생각에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기 쉬운 법이었다.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당장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내가 내 삶과 일상에 만족해야, 태아도 행복한 것.  태교도 결국 하는 사람 마음에 달려있었다.   



아이에게는 엄마의 냄새가 밴다고 한다. 그리고 각기 다른 엄마의 모습 만큼, 우리에게 딱 맞는 다양한 태교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배는 엄마의 냄새도 딱 그 엄마의 모습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굳이 더 잘하려고,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남들과 비교하고, 따라할 필요도 당연히 없고 말이다. 각자를 닮은, 저마다의 딱 좋은 태교를 통해 단단한 엄마로서의 진정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기를. 앞으로의 태교 여정이 꽤 기대가 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감동적인 시는 아직 쓰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부르지 않았다.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로 아직 배를 띄우지 않았고

가장 멀리 떠나 온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장 뜨거운 춤은 아직 추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그때 비로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막막할 때

비로소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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