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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cle monica Aug 01. 2021

2개월 차 ; 자연주의 출산 선언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나의 출산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이른 새벽, 방금 내가 행할 출산의 방식을 정했다. 내 몸과 본능을 믿어보기로 했다. 꼬박 금요일 밤을 지새워 어제저녁 총알 배송된 그 책을 완독 해낸 직후였다. 책을 읽으며 나는 알 수 없는 확신과 한껏 고양된 기분에 사로잡혀 버렸다. 이것이 바로 책에서 지겹도록 언급한 자기 확신과 최면 효과 같기도 했다. 



바로 제왕절개도 그냥 자연분만도 아닌, 자연주의 출산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새해 첫날, 혈기왕성한 청춘의 기운으로 산 정상에 올라, 새로이 떠오른 첫 해를 맞이하는듯한 가슴 뭉클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뭔가 특별한 출산을 하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막연한 기분 좋음에 한 껏 들떴다. 



나는 출산도 처음이지만,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개념도  더더욱 처음이었다. 산부인과 첫 진료를 마치고, 우리나라에서 자연주의 출산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 Hypnobirthing The Mongan Method>과의 첫 대면을 했다. 그리고 나의 출산은 바로 그것으로 해야겠다는 막무가내의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산모와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 순산만이 아니다. 출산은 육체적인 성취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영적인 업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기의 탄생은 인류애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



자연주의 출산은 기본적으로 산모와 아기가 주체가 되어 행하는 출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산부의 3대 굴욕이라고 불리는 관장, 제모, 회음부 절개를 의무로 행하지 않고, 필요 이상의 의료진의 개입 없이 무통이나 촉진 주사와 같은 현대 의술의 도움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자연주의 출산의 핵심은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지속했던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 출산'을 모토로 한다는 것이다. 산모의 건강한 출산에 대한 확신 마인드 컨트롤, 출산 파트너에 대한 신뢰, 그리고 가장 중요한 태아의 본능적인 탄생에의 의지를 더해 자연스럽게 아기의 몸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오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컬었다. 



나의 출산은 최대한 인위적이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출산일을 정해 엄마의 배에서 아기를 꺼내는 제왕절개 수술은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나와 아기의 상태가 허락하는 한 아주 순조롭게 나의 출산이자 아가의 생일이 마치 축제처럼 진행되기를 원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출산은 인류 사랑의 완성이라는 그랜틀리 딕 리드 박사의 확언도 짐짓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간접적으로 접한 출산의 아름다움은 나에게 이상화된 천상계의 모습과 같았다. 근엄한 성당의 중앙에 놓인 성모와 아기 예수의 삼단 제단화처럼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젖을 찾아 본능적으로 꼼지락 거리는 아가와 이를 지켜보는 모성애로 충만한 어미의 모습은 한없이 성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임신과 출산은 온전한 신성불가침 한 영역 이었다. 사실은 무엇보다도 남의 일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 아름다워 보이기만 했던 출산이 내 일이 되었다. 벌써 6주였다. 가족계획을 일절 세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계획에 두고 있던 시기보다는 조금 일찍이었다. 역산해보니 작년 말 결혼 기념으로 다녀왔던 베트남 나짱 여행 즈음이었던 것 같았다. 무심코 지나쳤던 지난 (개) 꿈 중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한테 왔던 게 기억났다. 그게 태몽이었나 싶었다.



아가는 아직은 콩알만 한 크기였지만, 심장만은 아주 경쾌하게 뛰고 있었다. 지역 맘 카페에서 추천받은 산부인과에 들러 여원장님의 초음파 진료를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초록색 활자와 흑백의 이미지가 빼곡한 초음파 모니터에서 아가를 처음 만났다. 엄마가 된다니 약간 흥분이 되기도 했지만, 금세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공식적인 (임) 산부가 되었다. 산모 수첩을 받고 산부인과 병원에 드나들기를 시작한 그날, 나의 뱃속 아가는 나짱의 랑과 호랑이의 랑을 더해 우리의 사랑스러운 랑랑이를 태명으로 정했다. (나는 임신 초중기에는 일반 산부인과 진료를 받다 후기에 진입해 자연주의 출산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 했으나, 경우에 따라 초기부터 자연주의 출산의 방식을 따르는 병원이나 조산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한다.)



임신의 영광스러운 기쁨과 자연주의 출산법에의 강력한 의지로 처음부터 마미스 하이(Mommy's High)가 지속될 줄 알았다. 마치 최고의 긍정에 도취된다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처럼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컨디션은 계속 떨어졌다. 출산 예정일을 점지받은 이래로 내내 근심-걱정-초조의 3단계로 두려움의 파도가 쳤다. 감정의 파도가 거센 날에는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도 버거웠다. 입덧이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종종 역하게 올라오는 구토의 증세로 머리가 핑 돌았다. 



매일이 걱정이 걱정으로 이어졌다. 아기가 건강하게 무사히 잘 자라줄 수 있을지. 선천적으로 좋지 않은 유전자를 물려받지는 않을지. 앞으로의 임신기간 동안 태아와 24시간 내내 함께 할 텐데 항상 좋은 생각만 하는 건강한 엄마로 지낼 수 있을지, 아기가 커 감에 따라 배가 부르면 매우 불편하다던데 회사는 잘 다닐 수 있을지. 기차가 배를 밟고 지나간다는 것 같다던데 미친 듯이 아프다는 출산의 고통은 견딜 수 있을지. 



무엇보다 둘의 관계에서 셋으로 변화하게 될 새로운 가족의 모습도 고민이었다.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엄마의 손이 관심과 사랑이 더 필요할 것이었다. 당연하게 받기만 했던 엄마의 희생과 정성이 한없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항상 자식이 최우선 순위였던 내 엄마에 견준다면 내 아기에게 우리 엄마처럼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모성애라는 숙제에 점차 환상은 가시고, 현실적인 책임감과 부담감이 밀려들었다. 



출산의 방식을 자연주의로 정한 이유 중의 하나는 모든 과정에 바로 아빠의 지지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조건이었다. 자연주의 출산에 있어 파트너의 역할은 정서적인 유대감을 지속하며, 진통의 순간에 지지와 결속을 공유하며 극도로 자연스러운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파트너의 역할을 둘라라는 전문 조산사가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유일한 파트너는 남편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결혼에 있어서의 50:50 공동 책임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도 동등하게 이어졌으면 하기도 했다. 



여전히 두려움은 지속되었지만, 앞으로 남편과 솔직하게 감정을 꺼내놓고, 충분히 이야기해가며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기로 했다. 내가 염두에 둔 자연주의 출산 병원에서는 아빠와 함께 하는 사전 교육에서부터 부부가 함께 나누는 지속적인 태담과 음악 태교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산모가 겪는 모든 육체와 정신의 험난한 파도타기를 가장 가까운 남편도 함께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새롭게 꾸리게 될 가족의 균형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중심점을 갖추는 역할 말이었다. 



"만약 우리가 두려움과 증오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길 원한다면 우리는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근원적인 틀이 만들어지는 때입니다. 그 뿌리에서 두려움과 소외가 생겨나기도 하고 사랑과 신뢰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p.6. <평화로운 출산-히프노버딩 Hypnobirthing THe Mongan Method> 



아기의 분만 delivery이 아닌 탄생과 출산 birth을 준비하는 과정. 이제부터 나의 모든 소망은 '순산'으로 귀결될 것이다. 순하고, 지극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아픔까지 덜한 아름다운 출산과 아가의 탄생을 매일 매 순간 고대한다. 이제부터 나와 남편, 우리 랑랑이가 함께 하는 자연주의 태교의 향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참이었다. 




※자연주의 출산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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