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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경 Dec 20. 2021

공연홍보, 결국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일

@ 2012년 전주세계소리축제_공연예술축제 홍보기획


내가 홍보기획을 맡은 공연을 보고 나가는 관객 분들이 “공연 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하고 나간다. 이렇게 심쿵할 때가. 메시지 공연 문의가 와서 답변을 해줬는데 “친절한 답변 너무 감사드려요.” 하고 답문이 온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질 수가. 공연홍보기획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나 생각할 때가 있다. 분명히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공연기획자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일을 하고, 공연홍보기획자는 그 공연과 관객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공연기획자가 이 두 가지 역할을 다 했지만 지금은 각각의 전문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직마다 팀을 나누어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공연기획팀에 비해 홍보기획팀이 서브하는 느낌의 개념으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아직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홍보기획자로 일을 하다보면 업무뿐만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 현타가 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떤 가치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심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런 순간에 관객들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야말로 마른땅에 내리는 단비처럼 느껴진다. 내가 했던 의심들이 빠르게 걷히고 아~ 이런 것 때문에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었지 하면서 금세 일을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공연홍보기획자는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들과의 사이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공연홍보를 한다는 것은 공연과 관련된 것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느냐가 관건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공연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 공연내용, 공연에 참여하는 제작진과 아티스트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거시적인 내용만으로도 기본적인 홍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홍보를 하기 위해서는 공연을 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 해야 한다.


@ 2012년 전주세계소리축제_공연예술축제 홍보기획


이들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바탕으로 공연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된 홍보콘텐츠를 제작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 바로 그것이 공연홍보기획자가 하는 일이다. 공연홍보기획자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공연 팀과 관객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특히, 관객과의 관계적인 부분에서는 서비스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홍보가 마케팅적인 측면을 함께 가지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어떤 홍보담당자들은  부분을 간과한다. 예를 들어, 공연을 보기 위해 홍보물을 봤는데 구체적인 정보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거나 모호하게 되어 있을 , 홈페이지나 SNS 뒤지는데도 정확하게  수가 없다. 이러한 경우주최  관점으로 홍보물이 제작됐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나도 그랬던  같다. 나와 회사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업무를 처리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홍보는 관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관객들이 필요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홍보업무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비결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있었다.


비단 관객과의 관계에서 뿐만이 아니다. 내가 홍보하고자 하는 공연을 공부하고 알고 싶다면 제작진, 연출진, 참여 아티스트 등 그들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공연을 만들고 있는지 먼저 그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그 공연에 어떤 것들을 담아내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지를 알 수가 있다. 그렇게 했을 때 정확한 콘셉트,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홍보기획을 할 수가 있다. 또 그래야만 관객들에게 정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가 있다.


공연홍보기획자로 일을 해오면서 점점 더 생각하게 되는 건, 내가 하는 이 일이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공연과 음악이 좋아서, 백스테이지가 너무 궁금해서 무작정 뛰어들어 어느덧 10년 넘게 해오고 있는 이 일, 공연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 결국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고 남는 것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일이 쉽지 않겠지만 공연홍보기획자로 일을 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에 일을 하는 의미나 가치적인 것들을 생각하면 조금 더 내 일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힘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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