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 윤여진 저자 드림
완연한 봄이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큰 옷’을 안 입겠다던 4살 아들과의 실랑이가 끝났다. 팔과 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옷을 입혔더니, 이제는 팔과 다리를 덮어 달라고 난리지만 큰 옷과 익숙해졌듯 금세 짧은 옷에 익숙해질 것이다. 흐드러진 벚꽃이 벌써 지고 있는 걸 보니, 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릴 모양이다. 작년과 같은 평범한 봄이었다면 환경오염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주말마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서 봄을 만끽했을 것이다.
모두가 봄을 그리워하는 지금
하지만 올해는 ‘특별한’ 봄이다. 근래 몇 년 동안 ’ 10년 전에는 미세먼지 같은 게 없었는데’ 하며 옛날을 그리워했는데, 이제는 미세먼지만 걱정했던 작년의 봄을 그리워하는 처지가 되었다. 1년 전보다 훌쩍 자란 아이를 보니 아쉬움이 더하다. 작년만 해도 겨우 말을 알아듣고, 외부 세계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아기는 이제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하고 한시도 쉬지 않고 말하는 어린이가 되었다. 그 아이에게 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고 또 미안하다.
‘코로나’라는 예측하지 못했던 재난은 많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봄이 되면…’하고 계획했던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갔고, 2020년이 되면서 지키려고 했던 다짐들을 이룰 의지도 사라졌다. 자영업자들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얼어붙은 경제에 월급쟁이들조차 월급을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적으로 크게 피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외출을 하지 못하고, 사람을 못 만나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무기력해지는 기분이다. 며칠 전에는 한 시간이 넘게 뉴스를 보면서 한숨만 쉬었다. 내가 뉴스를 본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한번 보기 시작하니 괜한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인생에 대한 회의와 허무감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올해도, 작년에도, 그리고 그 전년도에도 늘 재난은 있었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며 외출을 자제하라는 뉴스를 연일 들을 때도 있었고, 다른 나라와의 무역 마찰로 경기가 안 좋을 때도 있었고, 또 다른 전염병이 돌았던 적도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결국 우리의 삶은 통제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올해 가을에는, 또 내년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지금보다 더 큰 재난이 올지도 모르고, 또 급작스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내년이 되면 과거를 그리워하며 흘러 보내는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인 미래
인스타그램 일상에도 찾아온 새로운 변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움츠러들고 우울한 중에도, 인스타그램 내에서는 새 바람이 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을 이용해서 만들어 먹는다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서 택배로 판매하는 카페도 생겼고, 집에서 아이들과 쉽게 놀 수 있게 각종 미술이나 만들기 키트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미술 학원들도 많아졌다. 오프라인에서 베이킹 수업만 하던 스튜디오나 카페들도 쿠키 만들기, 케이크 만들기 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안에 옷 만들기, 도자기 그릇 만들기, 비누 만들기 등등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판매하는 곳들이 많이 생겼다.
오프라인 매장에만 집중했던 자영업자들도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경험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들이 개발되고 있다. 자영업자인 한 지인은 샵에 손님이 줄자, 몇 년째 미루던 책을 완성했다. 또 다른 지인은 아이를 일터로 데리고 다니면서 아이와의 특별하고 진한(?) 시간을 누리는 중이다. 회식과 행사로 바빴던 친정 엄마는 모든 저녁 일과가 취소되어서 집에서 집밥을 해 먹는 재미에 빠지셨고, 오히려 친정 아빠는 수혜를 보시게 되었다.
스튜디오나 카페들도 쿠키 만들기, 케이크 만들기 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안에 옷 만들기, 도자기 그릇 만들기, 비누 만들기 등등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판매하는 곳들이 많이 생겼다.
역사를 돌이켜봐도 모든 사람에게 나쁘기만 한 위기는 없다.
인간은 의외의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지혜를 얻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마주하기도 한다. 예년 같은 봄이었다면 외출에, 나들이에, 여행에 바쁜 일상을 보냈겠지만 그 모든 것을 못한다는 것은 오롯이 스스로와 혹은 가족과 대면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전과 같은 일상을 보내지 못하는 변화의 시기는 오히려 기회 일 수 있다. 다행히 우리는 물리적으로 어디에 가거나 누구를 만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산다. 집에만 있는 신세라 하더라도 마음먹은 일을 못할 이유는 없다.
행동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대개 심리적인 경우가 많다. 외부적인 제약이나 위기가 생기면 심리적인 장애물은 더 많아진다. 하고 싶은 일을 미루는 핑계는 수만 가지인데 그 핑계들을 들여다보면 정말 하지 못할 이유는 몇 가지가 안 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돈 주면 저렇게 열심히 하지’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돈을 벌지 않을 때도 아니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도 열정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무엇인가를 했다는 것, 그것이 결국 차이를 만든다.
우울증을 계기로
처음 접해본 도전의 세계
나는 ‘여우 마켓’을 산후 우울증 ‘덕분에’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150일 즈음 되었을 무렵, 해야 하는 연구는 안 하고 쇼핑만 하던 내 모습이 진절머리 나게 싫어서 시작한 것이 ‘여우마켓’이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어차피 매일 쇼핑하는데 남편 눈치 안 보고 돈 쓰고 싶은 마음도 컸다. 당연히 처음 몇 달 동안은 예상대로 되지 않았지만 일단 사업자 등록을 하고 물건을 팔겠다고 공표하고 나니 그 이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장사와 사업에 문외한인 평범한 아이 엄마가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마음의 결정과 실천적 행동, 딱 두 가지였다.
이제 곧 여우마켓 2주년이 된다. 지난 2년 동안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는 학문이나 연구보다 훨씬 더 넓고 재미있는 세상을 알게 되었고, 30대 후반에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사업가로, 엄마로, 사람으로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더 즐겁고 행복해졌다. 책을 쓴 저자가 되었고, 어엿한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가 되었고, 여러 유튜브에 출연한 패널이 되었고, 내 유튜브 채널을 가진 유튜버가 되었다. 그리고 2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생겼다. 우울과 절망 속에서 무기력했을 때 강행한 단 한 번의 다짐과, 단 한 번의 행동이 내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이다.
장사와 사업에 문외한인 평범한 아이 엄마가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마음의 결정과 실천적 행동, 딱 두 가지였다. 우울과 절망 속에서 무기력했을 때 강행한 단 한 번의 다짐과, 단 한 번의 행동이 내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이다.
아이와 함께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되도록
주말마다 집에 있는 것이 아이에게 미안해지던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아이는 오히려 밖에 나가는 것보다 우리와 함께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밖에 있으면 우리의 관심이 분산되는데 집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 우리만 아쉬워 동동거렸을 뿐, 아이는 주말 내내 부모와 집에 박혀 지지고 볶는 것이 전혀 서운하지 않다. 그 안에서 엄마, 아빠와 더 재미있게 놀 방법을 얼마든지 찾아낸다.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 쉽게 적응한다. 어쩔 수 없이 갖지 못하는 것, 혹은 지나가버린 것에 대해 어른만큼 아쉬워하지 않는다. 눈 앞에 있는 것들 안에서 금세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다. 고민이나 생각보다는 행동을 한다. 그로 인해 실수를 하기도 하고, 다치고 깨지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늘 성장하고 발전한다. 아이와 마주하는 시간이 많은 요즈음, 나도 아이의 행동을 보며 배운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cQEGGVopvI&t=8s
이번 여름이면 10여 년간의 대학원 생활을 끝내고 졸업을 하는데 졸업 후 무엇을 할까 고민이 되어서 그냥 일단 뭐라도 저질러 보기로 했다. 작년부터 유튜브 개설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살을 빼고 난 후에, 혹은 편집을 배운 후에 하겠다고 생각하며 미루고 있었다. 막상 찍어보니 내 외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없었고, 편집은 우선 외주를 맡기면 되었다. 구독자도 많지 않고 이제 막 시작한 채널이지만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기회들이 생겼다.
움츠러들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세요.
어차피 ‘완벽한’ 시작 같은 건 없다. 시작부터 완벽하다면 그것은 시작이 아니다. 지금 고민이 많고 우울하다면, ‘코로나’로 인해 일상에 제동이 걸렸다면 미루던 일들을 행동으로 옮겨 보길 추천한다. 단 한 번의 행동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지도 모른다.
움츠러들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자!
책을 넘어 독자분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책의 연장선에서 지금 시기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발견'에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