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도 속도가 아닌 방향성.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에요.

by 말선생님

우리나라 사람들은(나 포함) 빠른 것을 좋아한다. 특히, 아이들 발달에 있어서도 그렇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척들과의 안부인사에서 내가 생각하건대 (내 기준에서의) 어른들에게 빠질 수 없는 안부인사 멘트는 "오 많이 컸네! 이제 말도하지? 이제 걷지? 이제 배변도 하지?"가 아닐까.

나는 직업이 언어재활사지만 아이가 말을 '빠르게' 트였다고 해서 모든 발달이 순탄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다. 부끄럽게도 내 아이가 두 돌 전에는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 발달은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가기에 '말'을 빨리 트였다고 해서 신체발달, 정서발달, 사회성 발달이 더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인생의 성공의 지름길은 아닌 것 같다.



온이는 두 돌 전까지 산출 가능한 단어가 50개 미만이었다. 당시 언어발달장애 관련 전공서적을 보면 24개월 무렵엔 단어 50개 정도를 붙여서 두 낱말 조합 산출이 가능하고 했지만 온이는 10개 남짓의 단어를 산출했었다.


*아이가 말이 느린 것 같은데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고,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는 것 같다.


치료실을 방문하시는 부모님들께서 간혹 이러한 고민을 갖고 계시는데, 언어치료 전공서적이나 육아서 속의 언어발달 파트를 참고한다면 '말 늦은 아동'의 더 정확한 기준을 볼 수 있다. '아직 기다려보자'의 기준을 조금 더 적어보자면(언어발달을 다룬 책 대부분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이러하다.


수용 언어가 정상 범주(예 : 심부름을 잘한다. 갑자기 상황에 맞지 않게 기저귀를 가지고 오라고 해도 수행)

산출하는 단어 속에 포함된 자음이 다양하다(예 : '맘마, 빠빠, 무' 보다 '맘마, 까까, 나나, 따다' 산출)

의사소통을 시도하려는 횟수가 많다.(예 : 관심 끌기, 동작 모방하기, 요구하기 등)


온이는 24개월~25개월 무렵에 산출하는 단어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문장도 자연스럽게 산출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산출 가능한 단어 수가 많아지면 의사소통이 수월해진다. 요구하는 사항을 행동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게 되고 과격하게 나왔던 행동이 말로 표현되면 의사소통이 매끄러워진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습득하는 것들도 더 많아진다. 주변 사물, 동작어, 상태를 나타내는 말들을 습득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스스로 자신이 산출했던 말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그럼에도 육아에 있어서 '빠르다'는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평균'이라는 것에 아이를 가두게 되면 반드시 비교와 열등감으로 이어지고 아이를 재촉하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걷는 속도도 말을 하는 속도도 또래 친구들에 비해 빠르지는 않았던 온이를 나도 모르게 닦달했던 것 같다.


최근에는 '배변훈련'이라는 이슈에 부딪치고 있다. 그런데 육아상담 전문가의 설명을 들은 후 방향성이 조금 더 잡혔다. 배변훈련은 7세가 되기 전 반드시 이루는 과업이고 또래보다 천천히 성공한 아이들일 수록 실수할 확률이 더 낮다고 한다.


변기를 사다 두고 팬티를 강제로 입히고 기저귀를 갈아줄 때마다 "너는 언제 기저귀 뗄래?" 압박감을 주는 말을 쏟았던 최근의 시간들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내가 늘 부모님들께 이야기했듯이 아이는 아이 속도대로 가고 있다.


속도보다는 방향성


이 말이 육아에도 적용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매 순간, 아이와 연관되어 선택해야 하는 모든 것에 있어서 그러하지 않을까. 속도에만 집중을 하게 되면 주변의 것들을 놓치게 된다. 아이의 정서, 욕구, 작은 몸짓. 특히, 작은 몸짓이 언어발달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의 언어발달에 있어서 계속 염려가 되거나 또래보다 늦되다는 것이 눈에 두드러지게 보인다면 전문가를 만나기를 권한다. 혹, 아이가 잘 자라고 있더라도 마음의 안심을 가지고 육아를 할 수 있으니, '불안감'은 마음에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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