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이의 영어 공부를 함께하며.
세상에서 가장 내 맘 같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자녀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아무리 똑똑한 경력을 가진 엄마라도 아이의 기질과 성향, 그리고 학습력 앞에서는 점점 힘을 잃어간다. 돌이켜보면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사교육을 계획한 엄마는 많지 않을 것이다. 교육관에 대한 큰 틀은 잡을 수 있겠지만 디테일한 사교육을 그리기보다는 우선 아이의 건강, 순산을 가장 간절히 바라게 된다.
언어치료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내 아이의 교육관은 그저 즐겁게 언어를 배우는 것이었다. 다만, 엄마인 내가 지방대 콤플렉스가 살짝 남아있는지라 그래도 남부럽지 않게 교육을 시키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 또한 욕심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시골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보다 더 자극이 많은 곳에서 교육을 시키고 싶다가도 문득 시골 학교에서 s대에 들어간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이의 그릇을 생각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의 영어 교육을 본격적으로 마음먹으면서 한번 더 생각해 보았다.
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 걸까?
아이의 언어 흡수력은 얼핏 보아도 어른보다 뛰어난 것은 인정할만한 것 같다. 발음도, 무엇보다 자신감도, 어른을 뛰어넘지 못한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많은 또래 엄마들이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을 보내고 있겠구나. 패드 학습을 시작했겠구나. 또 한 번 생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다.
1) 남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2) 아이에게 창피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
3) 육아서에서 보았던 그 우월감. 경계해야 할 우월감을 내가 갖고 싶어서.
4) 아이에게 듣는 즐거움과 경험을 주고 싶어서.
아, 결국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가장 아래로 내려가 있었고,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엄마 중 한 사람이었다. 아이는 영어를 모른다고 해서 전혀 창피함을 느끼거나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르는 것에 솔직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데. 엄마가 배우고 느껴왔던 그 상처 아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아이를 위한 학원을 폭풍검색하고 있었다. 그래, 아이를 위한 게 아니었는데.
언어에 있어서 듣기는 정말 중요하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듯이, 언어발달 또한 듣기로 시작된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모국어를 풍성하게 들어야 언어발달이 촉진되듯이 영어 또한 텍스트를 접하고 워크북을 접하기보다 먼저 듣는 즐거움을 경험해야 한다.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 발음이 좋지 않더라도, 유튜브로도 좋은 발음은 들을 수 있고 요즘은 워낙에 좋은 콘텐츠들도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어유치원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영유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1) 거리 2) 비용 3) 아이의 모국어가 5세까지는 무르익어가는 연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년 전의 선택에 단 1의 후회도 없고 오히려 일반 유치원 안에서 아이는 사회성과 그 외의 한글, 인지적인 개념들을 알게 모르게 배워왔다. 물론, 외국인 교사와 대면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환경에 대한 부러움은 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 또한 듣기를 강조한다. 그리고 '엄마표 영어'를 추천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먼저 언어는 '재미'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엄마표로 들어가는 순간, 정보의 바닷속에서 엄마의 머리는 더 아파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좋은 것을 찾아서 좋은 것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에. 어찌 되었든 검색의 시간과 에너지는 끝이 없다.
아이에게 영어를 지금 더 적극적으로 가르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정확하게 답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6세에도 저학년까지도 '즐거움'이 아닐까 감히 적어본다. 언어가 학습이 되는 순간, 우리 시대의 교육처럼 페이퍼를 채우면 공부가 끝난다는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니까.
* 경험담을 더 적어보자면 모국어 발음이 정확하게 무르익고 난 후 영어유치원에 등록을 해도 크게 늦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위험한 발언일까?) 한국어의 /ㅅ/, /ㄹ/ 계열 발음과 이중모음은 6세가 되었을 때에도 대화 속에서 정확하게 산출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발달연령으로도 그 시기 즈음에 정확히 산출되는 경우가 많다. (받침 /ㄹ/은 만 3세에 정확히 발음되지만).
* 그래서 찾은 상호작용 방법 중 하나가 그림책이었는데, '영어교육 vs 그림책'을 생각하자면 왠지 영어교육을 시키면 그림책을 배신하는 느낌이 든다. 아이에게 영어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최근 늘려가고 있는데 아이가 한글 그림책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책 편식이 있다. 이 또한 존중해 주어야지.
* 그림책 부모교육 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영어 교육인데요. 독자님들께서는 자녀의 영어교육을 어떻게 시키셨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