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첫 사교육을 시작하며.

나에게 학원이란?

by 말선생님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다. 여섯 살이 되었다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교육적인 부분을 재정비해주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재정비라기 보다는 새로운 것들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한글도 엄마표(요즘은 아빠랑 같이), 숫자도 엄마표(이건 아빠 비중이 더 크다), 그 외의 부수적인 것들은 유치원에 의존하고 있었다.


언어치료사 엄마로서, 사교육에 대한 욕심보다 '엄마표'를 고수하게 된 것은 육아서의 영향이 컸다. '그래, 나도 이렇게 키워야지! 현장에서 많이 봐와서 알잖아! 사교육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행히 아이는 내 결심을 읽기라도 한 듯, 유치원에 입학하던 작년부터 잘 따라와주었다. 한글도 받침 없는 글자는 제법 읽고 쓸 수 있게 되었고, 숫자도 더하기를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개념을 쌓기 시작했다. 이건 아이의 머리가 좋다라기 보다는 원에서의 또래 영향이 매우 큰 듯 했다.


하지만 6세는 뭔가 달라져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영어'. 영어를 초등학교 때 시작하는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무언가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과연 영어 그림책 종종 읽어주고, 영어 노래 영상을 자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할까? 유튜브에서만 보더라도 내 아이의 또래들이 영어를 술술 말하고, 초등학생 아이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읽고 쓰던데. 왠지 내 아이만 뒤쳐질 것 같다는 중압감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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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러니까...'나'만 없었다. 이미 맘카페에선 '5세 영어'부터 시작해서 더 어린 아이들도 조기교육을 시작하고 있었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학원이 여럿 뜨는데 어느 곳을 가야 할지 도무지 깜이 오지 않았다. 흑. 무심해도 너무 무심했나? 내 공부에만 너무 힘을 써온 걸까?





밤에 가지고 있던 육아서 몇 권을 다시 펼쳤다. '그래, 아이 중심이 되어야지! 학원에 안 보냈던 이유는 아이가 질릴까봐 안 보냈던 거였어!'


나의 학원, 사교육 이력 또한 처음엔 신이나서 시작했지만 늘 질려서 관두는게 일상이었다. 가정방문 학습지가 특히 그랬고, 초등학교 떄 다녔던 학원은 거의 놀이터나 다름 없었다. 학원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는 있었지만 시골지역 특성상 큰 자극 없이 그저 놀러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에 대한 정신이 번뜩 들어서 사교육을 알아보다가 선택한 것이 인강의 세계였다. pmp라고...당시엔 엄청 고가 기기였는데. 영상으로 강의를 들으면 내가 강남, 목동, 지금의 분당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와, 서울 친구들은 정말 좋겠다. 저 강의를 현강으로 듣다니!' 부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왜 시골로 이사와서 이 고생을 하는걸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뒷바라지는 도시 학생들 못지 않았고, 기숙사에서 입금해달라고 말씀드리면 바로 강의 결제가 되어서 강의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학원 강의, 동영상 강의만 의존해서 내 머릿속에 직접 넣지 않고 수능을 본 나의 탓이었다.




아이에게 영어를 왜 가르치고 싶은걸까? 단지, 뒤쳐지기 싫어서? 이런 누구를 위한 생각일까?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겁이 났다. 지금은 너무나 신나게 배우고 있는 영어가 주입식 교육 때문에 질려버리지는 않을지. 물론, 요즘 유아 영어는 재미있고 또 엑티비티한 활동들도 많지만. 괜한 노파심이 들기 시작했다.


일주일도 더 안되게 고민했던 이 시간이 버겁고 힘들었는데, 학무모가 되었을 때는 얼마나 어깨가 더 무거워질지 생각해본다.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 상호작용을 하는 것, 식사 중에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 이러한 것들이 주렁주렁 열매를 맺는다면 좋을텐데. 그 열매의 기준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좋은 성적표와 대학이 아닐까 생각된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대학도 자퇴생이 많아서 폐과가 될 위기에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20년전만 하더라도 교대에 간다면 여학생으로서는 정말 성공 이상의 성공이었는데. 세상이 바뀌고 또 바뀌어가고 있다. 나의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는지 생각하는 것조차 어려워진 시대. 학부모를 2년 앞둔 이 시기에 많은 것을 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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