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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자리 Sep 03. 2024

상담의 매력

당신의 상처가 빛나는 기적이 되는 순간

상담을 하면 힘든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될 텐데 그러면 마음이 슬퍼지지 않나요?
심리상담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맞는 말이다. 어떨 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애가 끊어지다'라는 단어가 왜 생겼는지를 알겠다 싶었던 적도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도 그럴듯한 공감적 이야기를 하지도 못했지만 정말 창자가 끊어지게 아팠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상담은 비밀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내담자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도 좋다고 허락하는 아주 특별한 예를 제외한다면 

상담실에서 나누어진 이야기는 상담자 이외에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세상에 전해지진 않는 수많은 이야기들...

거의 매 순간 나는 드라마나 영화, 책 한 권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주 묵직하고 진한 차 한잔을 마신 듯도 하고...


사람. 인생, 삶의 어느 한순간도 놓치기 아까운 비밀이 숨어있다.

처음엔 그저 분노, 불면증, 의심, 불안, 외로움 그런 감정과 두려움의 일상으로 시작되지만 피하고 싶었던 상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그 마음의 깊이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너무나 신비롭고 오묘하게 그를 살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 어떤 마음도 그를 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임을 알게 되는 순간

그래서 늘 별볼일 없다고 여겨졌던  모든 일상들이 이해되고 고맙고

지금의 나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상담은 그런 순간에 예술이, 기적이 된다.


상담의 매력.

상담은 그가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내고 있었는가를 알게 되는 신비로운 장이다.


때때로 처연하고, 서럽고, 비참했어도 포기하지 않고 내 삶을 살아내고자 애썼던 모든 순간들의 의미가 퍼즐처럼 맞춰질 때, 내가 오늘을 산다는 것이 적어도 내 안에 내가 모르고 있었던 나는 매 순간 너무나 진심으로 살아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어느 한순간도 그냥 의미 없이 지나간 순간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는 자기 자신의 그 섬세한 마음에 놀라고 나는 그의 마음안에 펼쳐진 우주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런 순간은... 정말... 상담실 문을 곱게 닫고 나오면서...

와... 이런 장면을 나 혼자 보게되다니...

이건 상담자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영광이다...


상담자가 되겠다는 사람을 나는 무조껀 일단 말리는 편이지만

(돈이 많이 들고, 돈을 못 버는 직업이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하니까. 힘들다고)

그럼에도 상담자를 왜 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만큼 아름다운 직업도 없다고 말해줄 수 있다.


사람이, 생명이 얼마나 존귀한지, 오묘한지, 신비로운지.

그가 똑똑한 사람이어서도, 지혜로운 사람이어서도 아닌

어린아이에게서도,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도 

그가 그려내는 그림 한 장 한 장 단어 하나하나에 숨겨진 

진정 어린 생명력은 그를 온전하게 살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일.


사람들은 상담에서 위로를 받고 따뜻함을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상담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해도 어쨋든 '마취 없는 수술'이다.

상처는 있는 대로 드러나고 아픔의 감정은 오래 묻어두었을수록 더 눈물겹게 흐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아주 솔직하게 우리가 생생히 살아있음을 보게 되는...


굳이 장르로 말하면 로맨스기보다 무협활극에 가까울 때가 많지만,  

그 치열했던 인생 속에서 움켜쥐고 놓지 않았던 내 삶의 별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건,

정말 기적과 같은 희망이다.




어제 시청에서 감사장을 받았다.

6년... 벌써 시청 드림스타트와 함께 한지 6년이 지나갔구나...

상황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는 상담.

갈수록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다는 걸 체감하는 자리지만

나는 그곳에서 모진 비바람에도 오늘을 딛고 일어서는

존경스러운 사람들을 만난다.


심리상담사는 사람이, 자연이, 생명이...

삶이 얼마나 치열해서 아름다운지를 배울 수 있는 직업이다.



ps.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금 살고 싶어하든

설령 살고싶지 않다고 느끼든 간에

당신 내면에 살아있는 생명은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게 자신을 살려내기 의해 전심을 다하고 있다는걸 기억해주길.

그 마음의 정성은 하늘을 움직일수 있는 힘이라는 것도…

내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느누구도,

설령 응급실에서 자살기도로 긴급수술을 해야했던 이들까지도

한명도 예외가 없었으니… 

이 점만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20240902

정말 살기 힘들어졌다.

6년 전보다 지금 훨씬 더...

그래도 오늘을 잘 견뎌내고 있는

우리들이 날로 대견하게 느껴진다.

세상이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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