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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지기 Mar 24. 2023

AI 생성 이미지를 변호한다.

사이보그 같지만 괜찮아.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들은 전통적인 사진도 아니고 실사도 아니다. 피사체가 없으니까 '사진'으로 인정되지 않는 게 당연지도 모른다. 닮았지만 진짜가 아닌 이미지. 그렇다, 가짜다. 어떨 때는 가짜가 오히려 더 진짜 같이 보인다. 반대로, 분명히 진짜인데 가짜 같다며 믿어주지 않는 일도 발생한다. 진정한 시뮬라크르 세상이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해 먹고살기도 힘들어지는데 '생성형'이라는 웬 미꾸라지 한 마리가 들어와서 예술계를 온통 헤집어 놓는다. '오리지널'들은 분노한다. 그리고 한탄한다. 가짜가 나온다는 건 진짜가 존재한다는 증거라면서.


<가뜩이나 밀리는데> (C) 2023, 미래지기


인공지능이 생성해 낸 이미지는 그림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다. 그래서 '제3의 이미지'다. 마치 '2'가 아닌 '2.5'와 같은 소수점의 프랙털 차원과 닮았다. 다들 알다시피, 프랙털 도형은 자연이라는 '오리지널'을 묘사하지 않는가? 카메라가 '찍은' 사진과 '생성해 낸' 이미지는 서로 다른 유니버스에서 산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것들이 무척 닮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세계에서 나와 하필이면 한 무대에 오른다는 데 있다. 파국을 만들어내는 인커전일까? 아니면 그토록 기다리던 쌍둥이 별을 찾은 것일까?


<유지되지 않는 게 자연이다> (C) 2023, 미래지기


'사진'이라는 것의 의미가 '어떤 사건의 중요한 증거가 되거나 다큐멘터리나 아니면 존재했었던 과거의 기억'에 있다면,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분명히 '사진'으로서 인정받지 못해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거에 존재했던 물질성을 증명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사진의 역할이 그것이라면,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는 아무리 해상도가 높아지더라도 결코 사진이 될 수 없다. 비록 사진이 조작될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비록 손실압축 기술을 거치고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에 의해 후보정되었더라도 말이다. 그저 따로 불러 줄 이름이 아직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뭐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C) 2023, 미래지기


사진을 활용해서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2차 창작자' 또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인공지능이 생성해 내는 이미지는 대단히 매력적인 미디어가 된다. 소비자에게는 과거 기억의 저장소라거나 진짜냐 가짜냐 같은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일에 필요한 이미지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그러므로, 만약 초상권에서 자유롭고 복잡한 저작권에 얽매이지도 않으며,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그 비용도 지극히 저렴할 뿐 아니라 만들어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분도 되지 않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오리지널'들도 남몰래 활용하지 않을까? 더 나은 작품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써. 위대한 예술가들이야말로 출처를 꽁꽁 숨겨놓는다니까. 가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물질적 작품은 진품일까? 꿈속에서 봤다는 매력적인 이미지들은 결코 경험이나 학습에서 나온 return 값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구출해줄게> (C) 2023, 미래지기


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오리지널'들은 '생성형'들이 자신들의 경제 활동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걱정하며 거부감을 드러낸다. 경제 활동은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세계 밖에 있는 사람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경제적 부담이 없어졌으니까. 과연 누가 옳을까? 입장 차이가 서로 대립한다. 인공지능 때문에 종말을 선언할 예술이라면,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그 거짓된 세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진짜라고 믿었던 예술이 그동안 눈속임을 하고 있었다는 증거니까.


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 낸 예술품이다. 그러므로 잘 융합하고 현명하게 사용할 때 인간의 예술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생성형 이미지는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과 인간을 생성하셨고, 인간은 이제 프롬프트로 세상과 인간을 생성한다. 전자는 후자인 세계(virtual)의 토대가 되는 세상(real)이다.


▨ 미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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