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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지기 Sep 16. 2017

기억이 관계를 만든다

오블리비언 V 복제인간


1. 오블리비언


  잭과 비카는 외계인의 침공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떠나버린 지구에 남아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다. 목성의 위성인 '타이탄' 본부의 지시를 받으며 드론을 수리하고 수력 설비를 관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잭은 불시착한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안에 있던 여인 줄리아를 만나게 된다. 잭을 믿지 못하게 된 비카가 드론에게 살해당하 잭은 줄리아와 함께 탈출한다. 드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려다 비행정이 추락하고, 우연하게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잭 (요원 52)을 만나게 된다. 지구에 남아 있는 저항군에게 잡힌 잭은 자신과 비카가 외계인이 만든 복제인간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외계인이 침공하기 전에 잭은 줄리아와 부부 사이였으며 비카와는 직장 동료 관계였던 과거의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난다.


이미지 출처 : 만화 <복제인간> 고유성

 

 줄리아는 복제되지 않은 단 한 사람이지만 잭은 복제된 수 많은 '잭 하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잭은 줄리아와 지구에 남은 사람을 위해 저항군의 지도자 말콤과 함께 외계인 모선으로 들자폭을 하여 외계인 '테트'를 폭파시킨다. 줄리아와 만난 잭은 죽었지만 아직 줄리아를 만나지 못한 자신의 또 다른 복제품인 '요원 52'는 지구에 살아남았다.


2. 복제인간


  오로라 계획이라는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컴퓨터 조작기사 유탄은 자신의 백업용 덕분에 기억이 주입되고 복제되어 북극 기지에 복귀한다. 동료들은 반기지만, 연인이었던 진은 돌아온 탄이 예전에 사했던 사람이 아닌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감추지 못한다. 적의 공격을 받게 된 기지에서 파편으로 부상을 당한 유탄은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이 '복제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기지에 스파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유탄과 진은 비밀리에 조사를 착수한다. 유탄은 자신이 기지에 다시 돌아온 목적 가운데 하나가 '수송선이 공 받아 본체가 죽게 된 사건을 밝히는 것'이라고 진에게 말한다. 수송선의 잔해를 찾는 수색 작전에서 유탄과 진은 얼음 속에 묻혀버린 유탄의 본체를 발견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영화 <Oblivion>

  더 이상 (복제) 유탄을 마주하기 어려워진 진은 전속하기로 결정하고 남극으로 떠난다. 유탄은 기지의 대장이 적군의 스파이였다는 것을 알아내고 사살하게 되지만, 같은 시각에 기지를 떠난 수송선이 격추되어 진을 포함하여 타고 있던 대원 모두가 죽고 만다. 자신의 비통신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진을 제거하기 위해 대장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진이 떠나기 전 남긴 쪽지를 뒤늦게 발견한 유탄은 분노하고 본체가 걸렸던 금식증에 걸린다. 진이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탄은 복제되어 기지로 돌아 온 진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미지 출처 : 영화 <Oblivion>


3. 관계는 기억이 만든다.

  
  <오블리비언>의 주제는 '기억'이다. 시간이 흘러 '요원 52'도 기억을 되찾으며 줄리아를 만나게 되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난다. 줄리아와 새로운 잭이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한 예전의 관계가 반복될 것이라는 암시를 던진다. 복제되어 돌아온 진이 유탄을 기억하지 못해도 둘의 관계는 곧 회복될 것이 분명하다. 유탄은 새로 돌아온 진에게 둘 사이의 각별한 이야기를 하나 하나 전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전속을 하기로 마음을 기 전 진이 새로 돌아온 유탄에게 그렇게 해 주었던 것처럼.


이미지 출처 : 영화 <Oblivion>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에서 타치코마 클론들은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하나의 타치코마가 다른 기계은 하지 못한 독특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병렬화'만 할 수 있다면 다른 타치코마도 같은 경험을 기억할 수 있다. 바토는 자신이 탑승하는 타치코마에 '기름칠'을 함으로써 다른 클론들과 구분되는, 복제될 수 없는 유일한 흔적을 남긴다. 복제된 유탄의 어깨에 있던 상처가 없어진 것은 본체와 같지 않다는 물리적 증거다. 줄리아는 돌아온 '요원 52'를 자신이 캡슐에서 나온 뒤에 만난 잭과 같은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폭탄을 싣고 우주선으로 날아간 잭도 본체는 아니다.


이미지 출처 : 만화 <복제인간> 고유성

 

  아무리 얼굴이 같은 쌍둥이로 태어나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장하면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다. 그런데 피부색이 다르고 인종과 나이가 다른 사람들이 어느 순간에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21세기 초는 기술복제의 시대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에서부터 SNS에 이르기까지 복제하지 않으면 발전 자체가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특정인의 얼굴 모양을 흉내내는 성형기술은 복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온갖 미디어를 통하여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조건반사를 하게 된 사람들이야 말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복제된 '정신적 리플리컨트'들은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고유한 개성을 만 동시에 복제될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난다. '복제된 인간'을 경계하지만, 복제라는 행위야 말로 문화의 근간이며 인간의 조건이다. 복제된 개체들 사이에서 차별성을 부여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경험이 만들어 내는 기억이다.


▨ 미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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