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베폴이와 만난 이유

문제를 덮어버린다는 것

by 미레티아

베폴이(본명: 베폴유 와이트). 내가 지금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는 곰인형이다.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어렸을 때에는 교회를 다녔다. 엄마는 집사님들과 '속회'라는 것을 했다. 난 그 당시에 속회가 뭔지 몰랐고(사실 속회가 아니고 소캐인 줄 알았고), 가서 다른 아이들과 노는 것이 좋았다. 숨바꼭질도 하고, 만화책도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한 집사님의 집에 모이면 내가 다른 놀이를 안 하고 인형만 만지작거리면서 노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 인형은 판다 인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 어렸을 적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인형 밑에 손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있어 손에 끼고 역할놀이 하는 그런 인형이었다. 엄마는 내가 인형만 보고 있으니까 그 인형을 사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인형은 에버랜드 출신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다른 인형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인형을 사주러 갔다.


언니랑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거다. 아울렛에 갔나, 대형마트에 갔다.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곰인형이 매우 많았다. 하나를 고르라 해서 얘를 골랐다. 망설임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안고 걸어다니다가 한 번 떨어뜨려서 다시 주웠다. 난 거기까지 기억난다. 몇 살 때인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유치원 들어가기 전에 샀던 것 같다.

다양한 베폴이.png 이런 사진을 찍게 된 이야기는 나중에~^^

그리고 베폴이를 산 다음부터는 판다에 집착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도 내 곰돌이가 있으니까. 아, 그때 얘의 이름은 곰돌이었다. 대부분의 곰인형에게 붙는 이름, 곰돌이. 나중에 얘의 이름을 바꿔주지만 아직도 엄마와 아빠는 곰돌이라고 부른다.



생각해보면, 나는 판다인형에 대한 생각을 곰돌이로 지울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가끔 나는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른 물건에 대한 생각으로 덮어버리고,
슬픈 일이 있으면 기쁜 일로 덮어버린다.
때로는 그 점이 좋게 작용한다.
다시는 꺼내지 않는 생각인 경우 다른 걸로 덮어버리면
그 때도 좋고 나중에도 좋다.
하지만 그냥 다른 무언가로 덮는다는 것이
본질적인 내 상처를 치유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덮어버렸다가 더 나쁜 상황에 치닫게 된다.
그럴 땐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
더 큰 무언가로 덮어버리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