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35]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감상 영화 ①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지난 4월 30일 개막, 5월 9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선 넘는 영화제를 진행했다. 슬로건 '우리는 늘 선을 넘지'를 내건 이번 영화제는 57개국 224편의 상영작을 공개했으며, 국제경쟁 부문 대상은 조엘 알폰소 바르가스 감독의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가, 한국경쟁 대상은 조현서 감독의 <겨울의 빛>이 차지했다. 전주에서 몇몇 작품을 감상한 에디터의 짤막한 후기들을 모았다.
1. <마지막 공화당원>
- 섹션 : 다시, 민주주의로
- 감독 : 스티브 핑크
- 출연 : 애덤 킨징어, 소피아 보자-홀먼 등
- 등급 : 12세 관람가 / 상영시간 : 88분
2021년 1월 6일, 미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것. 이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고, 트럼프의 두 번째 탄핵 절차로 이어졌다. 197명의 공화당 하원의원 중 단 10명만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그중 한 명이 일리노이주 출신의 애덤 킨징어 의원이었다. <마지막 공화당원>은 킨징어가 그 결정을 내린 직후부터 그의 정치 인생이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유년 시절부터 뼛속까지 공화당 지지자였던 킨징거는 어린 시절 할로윈에 공화당 주지사 복장을 하고, 자신의 침실을 선거 캠프 사무실처럼 꾸밀 정도로 정치에 열정적이었다.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복무한 애국자였던 그는 한때 일리노이 주지사 선거에 나갈 후보로 꼽힐 만큼 유망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고,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에 리즈 체니 의원과 함께 참여하면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마지막 공화당원>은 정치적 소신과 원칙의 대가를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극심한 양극화 시대에 초당적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진보적 감독과 보수적 정치인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조합은 그 자체로 영화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킨징어의 이야기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정치인이 "소신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값진 기록이다.
2. <부부 문제 해결사>
- 섹션 : 월드시네마
- 감독 : 엘리자베스 로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95분
흔히 생각하는 불륜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직업인 '부부 문제 해결사(애인 퇴치사)'를 통해 한 부부의 위기를 들여다본다. 중국에서는 경제 성장과 함께 불륜 비율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3배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사랑 산업'이 발달했다고. 이 산업의 일부로, 부인들이 수만 달러를 지불하고 남편의 불륜을 해결하는 전문 에이전시를 찾는 현상이 생겨났다.
영화는 '왕 선생님'이라는 '애인 퇴치사'가 '리 부인'의 의뢰를 받아 남편과 그의 연인 '페이페이' 사이에 개입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강점은 누구도 탓하지 않고 세 당사자 모두에게 진정한 공감을 보여주는 접근 방식이다. '왕 선생'은 먼저 '리 부인'의 친구로 위장해 남편을 만나고, 나중에는 '리 씨'의 '사촌'으로 소개되어 '페이페이'까지 만난다. '왕 선생'은 마치 심리 탐정처럼 일하며, 각 인물의 동기와 욕구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영화 속 대화 장면들은 끊김이 없는 롱테이크로 촬영되어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감독 로는 거울 반사 같은 시각적 장치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낸다.
한편, 영화의 시작 부분에는 "모든 참여자가 촬영 시작과 끝에 동의했으며, 영화와 애인 퇴치사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했다"는 중요한 자막이 나온다. 이는 영화의 윤리적 접근을 강조한다. 결국, 이 작품은 중국 사회의 변화하는 관계 역학을 조용히 관찰하면서, 사랑, 배신, 용서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한다. 선정적이거나 도덕적 설교 없이, 감독은 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얽힌 모든 사람의 복잡한 인간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3. <하와의 첫 문장>
- 섹션 : 프론트라인
- 감독 : 나지바 누리
- 출연 : 하와 누리 등
- 등급 : 12세 관람가 / 상영시간 : 85분
5년에 걸쳐 촬영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기 직전, 53세의 하와가 평생 미뤄왔던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하와의 여정은 그저 한 여성의 늦깎이 성취를 담은 이야기만이 아니다. 13세 소녀 시절 자신보다 30살이나 많은 남자와 강제 결혼을 당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 하와는 드디어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이 여정을 기록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하와가 자신의 삶을 희생해 키운 자녀 중 하나인 저널리스트 딸 나지바다.
2021년, TV 뉴스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와 지원 인력을 철수하기로 탈레반과 합의했다고 보도한다. 사람들은 국가가 다시 탈레반의 억압 아래 놓이겠느냐며 걱정한다. 일부 낙관적인 이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탈레반이 여자아이들의 교육권을 재확인했다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곧 학교는 여자아이들에게 문을 닫는다. 탈레반은 체계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기 시작하며, 서구가 "여성을 벌거벗게 만들기 위해 여성의 권리를 이용한다"며, 이것이 강간과 폭력에 여성들을 노출한다고 주장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독특한 점은 객관적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의 시선으로 촬영되었다는 점. 나지바 누리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서도 가족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마치 카메라가 누리 감독의 눈에 내장된 것처럼 촬영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감독과 피사체, 딸과 어머니라는 이중적 관계를 통해 영화에 특별한 깊이를 더한다. <하와의 첫 문장>은 '좋은 의미'에서 분노에 찬 다큐멘터리로, 억압적인 가부장제 정권이 수백만 아프간 여성의 독립, 교육, 직업을 어떻게 취소시켰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