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vs less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생존 스트레칭 후 출근 준비를 한다.
고속도로를 쌩쌩 달려 교실에 도착하면 7시 40분쯤이다.
작년까진 7시에 일어나 느긋하게 준비하고 가끔씩 남편과 모닝커피 후 학교에 도착하면 8시 30분이었는데 올해 이동한 학교는 부산과 양산의 경계인 금곡쪽에 있어 멀기도 하거니와 뭐 이래저래 좀 힘들다.
나이 들수록 학교 이동은 부담스럽다.
새 사람들(교장, 교감, 동료 교사, 아이들, 심지어 지킴이 샘까지)에게 적응하는 것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나의 숫자 즉 나이가 나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회사도 그렇겠지만 언젠가부터 학교도 교사의 나이가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
학생들은 나이 든 선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라도 그렇겠다.
대체적으로 나이 든 선생은 덜 친절하고 덜 스마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덜 친절할 것이라는 아이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나는 늘 웃는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영어 비교급 부정어 less는 정말 상대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선생들은 어려서부터 IT와 스마트 기기나 SW에 대한 로직이 계발되어 내 로직으로선 아무리 따라가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내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앞서 있기에 그들보다 less smart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학교 교육 방식은 엄청나게 진화했다.
이런 속도는 처음이다.
블렌디드 학습으로 모든 교실엔 전자칠판이 들어왔는데 거대한 컴퓨터와 같다.
온 오프라인 동시 수업이 가능해졌다.
엔트리와 코딩 교육은 물론이고 조만간 A.I 수업도 의무적으로 해야 할 거다.
나는 이동한 학교에서 영어와 실과를 가르치고 있는데 2학기엔 엔트리와 코딩으로 움직이는 로봇 만드는 수업을 해야 한다.
다행히 이런 류의 로직에 흥미가 있어 연수를 받고 있긴 하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이게 머선 일이고..
헐, 내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저 오늘 아침에 내린 커피가 너무 맛있다고 자랑하려고 했을 뿐인데 손가락이 자판에 있으면 나의 의지와 다르게 내 숨겨진 생각까지 미러링 해버린다.
이래서 나는 요즘 글 쓰는 것이 마뜩잖다.
긴 글도 스스로 지루함을 못 견뎌 쓰다가 지워버리고 컴을 닫기 일쑤다.
오늘 아침엔 여유가 조금 있어 '내 교실의 작은 카페예요~ 세리 샘이 보내준 커피 너무 맛있어요~' 이 말을 하려던 것뿐이란 말이지.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