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시집, 100세 할머니의 위로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작년에 구입한 이 시집은 삶에 위안이 필요할 때, 용기가 나지 않을 때, 힘들고 지치거나 마음이 푸석해져 갑자기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책장에서 꺼내 읽곤 한다.
1911년에 태어난 시바타 할머니는 90이 넘은 연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셨고 그녀의 첫 시집은 만 99세가 된 2010년에 출간되었다.
할머니의 언어는 단순하고 부드럽다.
한 세기를 사는 동안의 지혜가, 100년의 응축된 감정이 이 간결한 시 한 구절 한 구절에 담겨 있다.
이런 시를 어찌 한 번만 읽을 수 있겠는가.
외로울 때 읽으면 친구가 되어 따스한 손길로 마음을 쓸어준다.
100년의 삶을, 그 울퉁불퉁한 시간의 길을 걸어온 은자에게 묻고 싶은 것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매번 찌르르 슬프다.
시바타 할머니가 어딘가에 무얼 숨겨 놓았나 보다.
그대, 외롭고 쓸쓸한 시간 중에 있다면,
엄마의 손길과도 같은 시를 읽으며 위로받을 수 있기를.
<외로워지면>
외로워질 때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손으로 떠
몇 번이고 얼굴을
적시는 거야
그 온기는
어머니의 따스함
어머니
힘낼게요
대답하며
나는 일어서네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 또한 많아
구름도 타 보고 싶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