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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Aug 06. 2021

약해지지 마.. 백 세 할머니의 위로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시집, 100세 할머니의 위로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작년에 구입한 이 시집은 삶에 위안이 필요할 때, 용기가 나지 않을 때, 힘들고 지치거나 마음이 푸석해져 갑자기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책장에서 꺼내 읽곤 한다.

1911년에 태어난 시바타 할머니는 90이 넘은 연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셨고 그녀의 첫 시집은 만 99세가 된 2010년에 출간되었다.

할머니의 언어는 단순하고 부드럽다.

한 세기를 사는 동안의 지혜가, 100년의 응축된 감정이 이 간결한 시 한 구절 한 구절에 담겨 있다.

이런 시를 어찌 한 번만 읽을 수 있겠는가.

외로울 때 읽으면 친구가 되어 따스한 손길로 마음을 쓸어준다.

100년의 삶을, 그 울퉁불퉁한 시간의 길을 걸어온 은자에게 묻고 싶은 것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매번 찌르르 슬프다.

시바타 할머니가 어딘가에 무얼 숨겨 놓았나 보다.

그대, 외롭고 쓸쓸한 시간 중에 있다면,

엄마의 손길과도 같은 시를 읽으며 위로받을 수 있기를.



<외로워지면>

외로워질 때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손으로 떠

몇 번이고 얼굴을

적시는 거야


그 온기는

어머니의 따스함


어머니

힘낼게요

대답하며

나는 일어서네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약해지지 >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 또한 많아

구름도 타 보고 싶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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