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결국 사람이다, 조지아 여행 중 만난 사람들
나의 여행은 호기심의 실행이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만나는 행운과 인연들로 가득 찬 럭키박스이다.
럭키박스에서 튀어나온 만남.. 찰나의 인연이지만 유쾌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추억한다.
죠지아로 가기 위해 경유한 이스탄불에선 나흘을 보냈다.
동서양의 특징을 다 갖고 있는 이스탄불은 걸어서 여행하기 참 좋다.
웅장한 모스크와 아야소피아, 지하왕국이라 불리는 하수도 시설 외에도 신비로운 문양의 카펫과 접시, 그릇,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터키 음식들.. 재미있는 시장 모습을 보기 위해 걷고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어디든 앉아서 챠이를 주문하자. 3리라면 안락한 의자와 따뜻한 챠이가 여행자의 다리를 쉬게 해 준다. 느긋하게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여행의 맛이다.
'미디야'라는 홍합밥을 파는 인상 좋은 아저씨..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묻자 더 먹음직스럽게 배열하시더니 멋지게 포즈를 취해 주신다. 탁심의 대표 길거리 음식이라는데 이 아저씨 가게만큼 정갈해 보이는 미디야는 없었다.
마지막 날에 꼭 먹어보자고 했는데 여행자에게 '다음번에'는 결국 오지 않는다.
'미디야'를 결국 못 먹고 와서 못내 서운하다.
여행을 하면 어김없이 재래시장에서 과일을 먼저 산다.
더운 이스탄불 거리를 걸어 다니려면 수분 보충이 필수다.
걸으면서 먹으려고 과일가게에 들렀다.
과일이 우리나라보다 대체로 다 싼 편이다.
우리나라 사과와 배는 세계 최고의 수분과 당도를 자랑하지만 그 외 과일은 글쎄다..
복숭아도 맛있고 체리도 맛있고, 토마토도 정말 맛있고..
체리와 복숭아를 1킬로 산다. 인상 좋은 과일가게 아저씨, 실수인지 계산을 잘못한 것이 흠이지만, 덤으로 몇 개 더 주는 센스는 잊지 않는다. 과일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으나 자연스레 내 어깨에 손을 얹는 아저씨는.. 여지없이 터키 남자다.
길 모퉁이에서 구두를 수선하시는 이 할아버지는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도 챠이를 마시려고 뜨거운 물을 붓고 계셨다.
터키인들은 정말 챠이 사랑이 각별한 것 같다.
앙증맞은 챠이 잔을 앞에 두고 한껏 여유를 부리는 터키 사람들을 보니 우리는 뭐하러 이리 바삐 걷고 바삐 사나 싶다.
이 할아버지는 사진 찍어도 된다고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돈을 달라며 손가락 두 개를 비빈다.
할배요..인생 날로 잡숫기 있기? 없기?
배실배실 웃으며 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한다.
트빌리시는 물가가 싸다. 버스비는 0.5라리.. 우리 돈으로 약 350원이다. 지하철, 마슈르카, 택시.. 다양한 교통수단들을 다 이용해보자.
트빌리시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는 택시가 가장 만만한 수단이기는 하다. (바가지를 씌우는 기사들도 있으니 타기 전에 흥정부터 하자.)
죠지아 사람들은 무뚝뚝한 것 같지만, '감마르쵸바~'라며 인사를 먼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도 나도 서로 도움을 주려고 즉석 반상회를 연다. 참 따뜻한 사람들이다.
사메바 성당에 갈 때 만난 할아버지 기사님은 돈을 안 받겠다며 그냥 데려다주셨다. 할아버지와 한마디의 의사소통은 못해도 서로 간의 눈빛으로 친절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여행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다.
사메바 성당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성스럽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서 신과 대화를 한다.
어디선가 들리는 찬송으로 가슴 저 밑에서부터 따뜻한 물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각자 자신이 서 있고 싶은 곳에서 초를 꽂으며 하나님께 무언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니 우리의 기도는 그동안 하나님을 향한 갈구의 기도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어릴 때 목사님과 장로님과 전도사님과 주일학교 선생님이 하던 기도의 끝은 늘 '~~~ 을 간절히 원하고 바라나이다. 아멘.'이었다.
무엇을 원하고 바란다는 기도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나의 하나님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하나님, 안녕하시죠? 하나님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이 멋진 타이밍에.. 감사드립니다.
Thank God for the encounter you now and here.'
사메바 성당을 나와 주택가로 내려오면서 인형 같은 꼬마를 만난다.
이방인을 경계하는 눈빛 없이 활짝 웃어주는 얼굴이 천사와도 같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이런 천사 같은 아이들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그들과 같은 웃음으로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하다. 작은 신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오래된 교회 앞을 지나가다가 결혼식을 막 하려는 커플을 만난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 예쁘게 포즈까지 취해주는 신부와 신랑, 그리고 신부의 친구들..
신부의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신랑을 보니.. 음.. 장가 진짜 잘 가는구나~~ 오래도록 행복하길..
카즈베기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 샤틸리까지 다녀오는 강행군으로 제니와 나는 이틀 동안 '뻗기로' 무언의 합의를 한다.
그러다 저녁 무렵 트빌리시의 명물 '벼룩시장'에 갔는데 이런.. 주말 6시라 그런지 파장 분위기다.
제니는 챠이를 끓이는 주전자를, 나는 은팔찌(로 보이지만 주석 같은 물질?)를 사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닌다.
20라리를 10라리로 깎았는데도 선뜻 가져가라고 하신 이 인심 좋은 아주머니는 빨리 집에 가서 저녁을 준비하셔야 하나보다.
우리한테 마지막으로 물건을 판 뒤 집에 갈 준비를 하기 바쁘다.
은팔찌를 안 깎아 주겠다더니 깎아주고는, 잔돈 없다며 잔돈을 안 주려고 하신 고수의 이 할아버지..
지갑 속의 아기를 가리키며, '슐리 슐리(손자)?'라고 하니 금세 좋아하시며 잔돈을 내주신다.
아이고..할배요..손주 사진 안 봤으면 잔돈도 못 받을 뻔했네요..ㅎㅎ
한국이든 죠지아든 가족에게 관심을 보이면 급 친절해지는 심리는 같은가 보다.
옆 좌판에서 그림을 파시던 할아버지가 이 상황이 웃기는지 계속 쳐다보며 웃으신다.
그러다 제니와 셋이서 정식으로 비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시기로..
그렇게 걸어 다니다 밤이 찾아오고, 밤이 깊어질수록 밤바람은 여행자의 고단함을 날려 보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멋진 노랫소리와 연주가 우리의 발을 멈추게 한다.
한참을 그들의 연주에 취해 바람에 휘청 거리 듯 몸을 흔든다.
술보다 더 진한 여름밤 음악에 취하는 우리..
달도 밝다.
멋진 연주를 하고 있는 이 젊은이들에게 감동의 표시를 '두둑이' 하니 우리의 호응에 감사의 눈길을 보낸다.
트빌리시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이들은 히치하이킹으로 일본까지 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다.
얼굴은 공짜를 안 좋아하게 생겼는데 얘네들.. 이란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비자받을 돈이 없다며 비자 비용까지 도네이션을 받고 있다.
무모한 도전이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은.. 그들의 젊음이 부러워서일까?
므츠케타는 죠지아의 옛 수도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므츠케타엔 '스베티츠호벨리'대성당이 있다.
예수님의 성의가 묻혀 있는 성당으로 죠지아 인들이 아주 성스럽게 여기는 죠지아의 보석과도 같은 교회이다. 마침 운이 좋아 소박하나 성스러운 결혼식과 아기의 세례식을 볼 수 있었다.
스베티츠호벨리 성당 문 앞에서 그를 만났다.
'테무리'.. 그를 처음 본 곳은 쨍쨍의 포스팅에서였다.
그 자리 그대로 있는 테무리를 보고 반가워 그와 쨍쨍의 사진을 보여주니 내가 쨍쨍인 줄 알고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표시하던 그의 어깨를 안고, 손을 쓰다듬으며 작별을 하니 아쉬운 듯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쨍쨍은 그의 집에서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의 눈빛 이야기를 들어주었지만, 나는 쨍쨍이 될 수 없다. 아쉽고도 슬픈 작별을 하니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우리를 계속 쳐다보던 테무리의 목소리와 눈빛에 걸음은 무거워져 갔다.
우플리치스케는 고대 동굴도시이다. 기록에 따르면 BC 1000년경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초기 교회의 모습도 보인다. 이런 고대의 신비함과 신기함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 바쁘다.
그러다 누가 자꾸 내 사진을 찍는 느낌이 들어 주위를 보니 이 친구가 동굴은 안 찍고 동양 여자를 찍고 있네.. 나도 똑같이 카메라 렌즈의 방향을 그에게로 돌리니 오히려 활짝 웃으며 멋진 모델이 되어준다.
"It's a revenge!" 하니 "Oh, why not!"이라고 응수하는 독일인 친구..
그의 웃음에 담긴 선함이 참 마음에 든다.
Bon Voyage!
카즈베기로 가는 길..
3000미터가 넘는 산을 넘고 넘으니 고산증세가 나타나 난감하다. 가슴이 조여 오고, 두통과 메스꺼움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혹시나 하고 챙겨 온 청심환을 제니와 반씩 나눠 먹으니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청심환 강추!)
그러다 잠시 차가 멈춘 이 곳에 아주 작은 집이 있어서 그냥 다가가 본다.
'May I look inside?'라고 하니 이 아저씨는 누추해서 안된다며 문을 닫는다.
꿀을 파는 아저씨다. 화분(pollen)까지 들어있는 꿀이 20 라리라고 해서 하나를 산다.
몸에 좋은 건 일단 사고 보는 나의 팔랑귀로 인해 '이상한 나라의 폴'에 나오는 큰 개처럼 귀를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면 어쩌지?
흰머리가 아니고 멋진 회색빛 머리인 이 아저씨는 일단 긴 팔로 그의 집 난입을 시도하려는 나를 막는다.
내친김에 그와 함께 사진을 찍는데.. 어쩌나, 내 눈은 고산병 증세 때문인지 퉁퉁 부었구나.
카즈베기 산에 있는 게르게티 삼위일체 성당에서 이 부부가 자꾸 나의 눈길을 끌었다.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부부는 큰 배낭을 메고 온 것으로 보아 트래킹 중인 것 같다. 고산증으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나의 부실한 체력에 비해 이 부부는 서로의 존재만으로, 실로 그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아 부러웠다.
카즈벡의 웅장한 자연, 할 말을 잃게 하는 산 봉우리들의 향연을 보니 자연스레 남편 생각이 난다.
언젠가는 나도 남편과 함께 이 산을 다시 찾을 날이 있지 않을까..
그땐 나도 저 부인처럼 떡 벌어진 어깨와 더할 수 없이 튼튼한 두 다리로 내 몫의 짐을 들고 올라오리라..(는 못하리라..)
어린이들은 가족의, 지역의, 나라의 미래인 것은 확실하다.
어른들과는 한마디 의사소통하기도 힘든데, 이 꼬마는 이름과 나이를 묻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을 잘한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즉석에서 멋지게 포즈를 취하는 9살 숙녀..
그리고 그녀의 동생.. 자기는 다섯 살이라고 손가락 다섯 개를 다 편다. 그 옆에 있던 꼬마의 엄마가 4살이라며 손가락 4개를 살짝 보여준다.ㅎㅎ
똘망한 눈망울, 야무진 입, 큼직한 귀.. 다부진 자세..
꼬맹아, 부디 잘 자라서 엄마의, 게르게티의, 죠지아의 큰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 꼬마 아가씨들은 어제 산책 중에 만났는데 제니가 오늘 혼자 산책하면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언젠가 내가 더 쓰임이 있다면 게르게티 같은 이런 마을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
나는 아이들에게 영어라는 소통의 단순한 도구를 가르치겠지만, 나는 이들로부터 순수한 마음을 배우지 않겠는가..
일방적인 가르침과 배움이란 애초에 없다.
샤틸리로 가는 길은 정말 멀고도 험난하다.
누가 이 높디높은 외로운 산길을 다닐까 했는데 마침 길에서 인상 좋은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아들과 함께 샤틸리의 야생화를 따서 트빌리시 시장에 내다 파신다고 한다.
오로지 야생화를 보기 위하여 이 험한 샤틸리를 찾는 이들도 있다 하더니 과연 꽃들은 능선을 하나 넘을 때마다 색깔과 모양이 다르고 자기들만의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그마한 체구의 할아버지만큼 작고 오래된 자동차가 오히려 이런 좁은 산길엔 더 안전해 보인다.
샤틸리를 함께 여행한 친구들 소개를 해야겠다.
샤틸리는 워낙 산길이 좁고 험해서 자칫하다간 다음 끼니도 못 챙겨 먹고 황천길로 갈 수 있다.
마슈르카도 다니지 않는 길이지만 데이비드 님이 안전하게 운전할 테니 같이 가자고 해서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미모의 여성들과 동행을 한다. 자전거로 혼자 여행 중이라는 아가씨의 미모가 되려 여행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참 예쁘다.
자전거 타고 이란으로 넘어갈 거라는 이 예쁜 아가씨, 대단하기 그지없다.
또 한 명의 여성 동지는 어젯밤에 아이슬란드에서 트빌리시로 바로 왔다는 초등 샘이다. 그녀의 체력과 정신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진을 찍어준 또 한 명의 동지는 므츠케타에서부터 게르게티까지 함께 여행한 '사진 찍는 달봉님'이다.
세 명 모두 혼자 여행 중이다. 친한 친구와 함께 여행하면 서로 배려해야 하고, 의견을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그녀들은 혼자 여행이 편하고 좋다고 한다.
여기서 뜨~끔..혹 내가 제니에게 배려를 요구하거나 그녀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는 아니었을까..
나는.. 우는 것은 혼자 울지만, 웃을 때는 누군가와 함께 웃고 싶은 사람이라 여행은 같이 웃을 수 있는 친구와 하고 싶다.
여행 중 순간순간을 제니와 함께 웃을 수 있어 참 좋다.
드디어 샤틸리의 정상이다.
2700 미터의 높은 산이 귀를 아프게 해도 게르게티에서 단련이 되었는지 숨이 가쁘거나 두통은 없다.
저기 미끄러질 것 같은 비탈에 요염하게 다리를 꼬고 있는 샤틸리의 왕자님이 백마와 함께 있다.
그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헉, 그런데 왕자님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중이다.
와.. 이렇게 높은 곳에서도 휴대폰이 터지는가..
나를 곁눈으로 보며 계속 통화를 하고 있어서 더 이상 다가가는 것은 포기.. 저 백마도 나를 경계한다.
말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
'아줌마.. 고우 백!'
그러다 참 묘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진을 다 찍고 다음 장소로 옮기려는데 '백마 안 탄' 왕자님이 뭐라 손짓을 한다.
엉? 이제 와서 손 흔드는 거야? 내릴까??
그런데 그의 손짓이 이상하다.
작별 인사의 손짓은 아니고..
당신들 차 타이어 펑크 났어..
라는 손짓을 귀신같이 알아듣고 데이비드 님에게 알리지만 이 산 꼭대기에서 어떻게 하나.. 걱정이 온몸을 휘감는다. 오늘 이 추운 데서 비박이라도 해야 하나 싶고.. 벌써 머릿속에선 혼자 시나리오 쓰고 영상 돌리고 난리다.
두 목동이 시크하게 내려와서 타이어 교체하는 것을 진지하게 도와준다.
그러다 이 잘생긴 목동들도 헤맬 때쯤 어디선가 나타나는 미니버스!
그중 제일 젊은 남자가 열심히 설명하며 으쌰 으쌰 하더니 타이어 교체에 드디어 성공한다.
그들이 타이어 작업을 할 때 나머지 남자들은 어느새 콜라 페트병과 생수병, 푸리(빵), 마늘, 컵 등을 꺼내 놓고선 샬라 샬라 시끄럽게 대화를 하고 있다.
슬며시 다가가서 인사를 나누고 뭐라도 얻어먹으려는 나.. 는 참 뻔뻔하다.
콜라인 줄 알고 마시려니 우웩.. 와인이다. 술을 못 마신다고 절레절레 손을 흔드니 그럼 이거라도 마시라며 생수병에서 물을 따라 주는데..우웨웩..바로 70도가 넘는다는 죠지아 전통주 챠챠다.
자꾸 거절을 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사진 찍기 바쁜 달봉을 부른다.
무적의 달봉은 챠챠를 원 샷으로 거뜬히 삼킨다. 달봉아, 오늘 니 속은 70도의 알코올로 완전 소독되었겠다..ㅎㅎ
샤틸리 정상에서 추위에 떨며 비박하다 얼어 죽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의리-의리'한 멋진 코카서스 상남자들로 인해 위기도 모면하고 추억도 담아간다.
마돌로바~목동님!
손짓을 안 해줬다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내일이면 죠지아를 떠나 다시 이스탄불로..
죠지아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와인마을 텔라비 당일여행이다.
오전 10시쯤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마슈르카를 타고 약 세 시간을 달려가니 꽤 큰 시장이 있다.
'Hey, I love you, photo, photo!'
이 터프한 아주머니는 자신이 아는 영어를 총동원하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시네.
기꺼이~기꺼이!
그러자 옆의 과일가게 아저씨도 자기를 찍어 달라고 한다. 고맙다며 복숭아까지 하나 주신다. 모델비는 내가 드려야 하는데..
마돌로바~까르까~(고마워요, 안녕히 계세요.)
달랑 두 마디만 했는데도 자기 나라의 말을 하니 기특한지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으신다.
글 시작에서 말했듯이 여행은 결국 사람이다.
여행의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길에서 만난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이 아닐까.
제니와 내가 만난 '사람들'은 위기에서 도움을 주고, 길을 찾아주고, 버스를 알려주고, 여행자의 노곤함을 풀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그들과의 만남에 감사하며, 또 다른 그들을 만나러 길 떠나는 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