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송, 문, 정.. C월드 속 성(姓)이 다른 가족들의 일본 여행
시어머니, 손위 시누이, 동서, 동서네 딸.. 그리고 문여사.. 조, 송, 정, 문.. 성이 다른 여자들이 어쩌다 가족이 되어 일본 여행을 시작한다.
맏며느리 문여사는 혼자 대장, 총무, 가이드, 사진사 등 1인 다역을 한다.
누가 시켰느냐..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그럼 즐겁게 자원봉사 중이냐.. 그것도 아니다.
그저 그래야 할 것 같은 묘한 맏며느리병 환자라고나 할까.
아니다.. 부부여행, 가족여행, 친정식구들과의 여행, 친구들과의 여행에서도 그랬으니 딱히 맏며느리병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나댐병'이라고 해두자.
나댐병은 배려의 기저에서 나오는 '착한 사람 신드롬'의 유사증이나 확연히 구분되는 증상으로는 중간중간 '내가 왜?'라는 후회 섞인 자기 탄식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착한 사람병'과 구별된다.
어느 병이 더 고치기 어려울까..
어머니~ 이번 여행은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그리고 무지하게 걸어야 하는 여행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괘안타.. 내가 새벽마다 운동 안 다니나.. 이 정도쯤은 할 수 있다."
83세의 시어머니는 매일 새벽마다 해운대 동백섬을 대여섯 바퀴씩 도시는 분이다.
송 아무개 남자 때문에 이 분과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만나 22년을 '사귀어'보니 당신의 깊은 인품에 감동할 때가 많다.
문여사는 이번 시월드 여행에서 은근히 걱정되는 것이 있다.
여행은 아무리 친한 친구와 다녀도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더구나 여행 동행들은 시월드 가족들이다.
시어머니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받으면 어쩌지?
손위 시누이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어쩌지?
동서가 뺀질뺀질 말이 너무 많으면 어쩌지?
사춘기 시작된 어린 조카가 힘들다고 짜증내면 어쩌지?
죄다 어쩌지, 어쩌지.. 투성이다.
문여사는 가장 중요한 '어쩌지?'를 잊고 있다.
바빠서 떠나기 전날까지 제대로 된 여행 계획도 안 세웠는데 어쩌지?? 는 정녕 어쩌지?
멍청한 문여사.. 얘 어쩌지?
교토의 하늘이 꾸무리하다.
바람도 선선하고 간간이 비도 흩뿌린다.
이런 날씨는 걷기 참 좋다.
뙤약볕 아래에서 걷는 것보다 적당히 흐린 날의 찹찹한 기운이 오히려 상쾌하다고나 할까.
교토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 참 고고한 교토였지..'
문여사에겐 교토에서의 추억이 많다.
교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저녁식사에 초대해주고 그 후 오랫동안 우편으로 소식을 주고받았던 아츠코 교수님, 숙소를 찾느라 헤매던 나와 친구를 위해 자신의 차에 타고 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다 내리게 하고 우리를 태워준 교토 NHK 오케스트라 지휘자님..
그리고 친절의 끝판왕이었던 '게이오'라는 남자..
20년도 더 된 추억은 교토를 몇 번이나 더 다시 오게 만든다.
친구와, 또 친구와, 친정식구들과, 시월드 식구들과 말이다.
기요미즈데라(청수사) 올라가는 길은 여전히 복잡하다. 좁은 길을 넓히지 않는 보존의 미덕 덕분이다.
산넨자카, 니넨자카에 빼곡히 있는 상점들은 약간의 내부 리모델링을 했지만, 변한 것이 거의 없다.
다만 기요미즈데라는 2년 전에도 공사 중이더니 여전히 공사 중..
천천히 꼼꼼히 작전인가 보다. 우리하고는 잘 안 맞는 천천히, 꼼꼼히..
돈카츠로 저녁식사를 하고 온천을 갔다.
700엔 온천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무척 좋았다.
다만 시월드 여인들과 다 벗고 있자니.. 몹시 꿀럭꿀럭..
처진 가슴과 똥배가 뭐.. 흉인가..
당당히 고개 숙이고 전광석화 같은 샤워를 한 후 각자 멀찍이 앉았다.
온천까지는 같이 왔어도 온천을 즐기는 동안은 각자의 공간을 지키며 피로를 풀었다.
우르르 같은 동선으로 씻고, 탕에 같이 앉고, 노천탕도 같이 들락거리며 온천을 했다면, 문여사는 분명 속으로 짜증 났을지도 모른다.
온천 스케줄은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다.
특히 문여사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숙소에서 문여사는 좀 외롭고 많이 무서웠다.
어머니와 형님, 동서와 동서 딸이 한 방을 쓰고, 문여사는 고시원 같은 싱글룸을 썼다.
자다가 들리던 힘없는 아기 울음소리.. 으으..
대놓고 응애응애 찢어지게 울었다면 무서울 것이 전혀 없는 일이었을 터다.
한밤중에 들리는 힘없는 아가의 울음소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와도 비슷해서 음산하고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다음 날 조식 먹을 때 그 아기가 눈에 보여서 얼마나 안도했던지..
적어도 귀신 소리는 아니었던 거다.
교토에서의 하루.. 클리어.
문여사는 오사카와 교토를 여러 번 여행했어도 고베는 처음이다.
큰엄마 패키지(이번 시월드 여행의 애칭이다)를 계획하면서 큰엄마 문여사는 자기가 안 가본 근교 도시를 넣었다. 고베에 가야 하는 이유는 고베규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베규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에 충분하긴 하다.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고베는 멋진 도시였다.
일본에서 찾기 어려운 세련됨이 묻어나는 도시라고나 할까..
문여사는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오만한 이스라엘넘들을 싫어하지만 스타벅스와 오만한 이스라엘 넘을 연결 지으며 스타벅스를 외면하기엔 그간 여행마다 3유로, 4달러, 4천 원, 300엔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던, 편안하게 화장실을 쓸 수 있었던 스타벅스를 놓아줄 수 없다.
고베엔 130년 된 유형문화재 주택이 있다.
놀랍게도 유형문화재 주택을 스타벅스가 쓰고 있단다.
몹시 궁금했다.
문여사는 거기도 가야 했다..
한큐 패스는 오사카, 교토, 고베, 나라까지 다 갈 수 있는 티켓이다.
오사카에서 고베만 갈 예정이라면 한신 패스만 사도 좋다.
고베 산노미야역에 내린다.
내리는 시간이 브런치 정도의 애매한 시간이라면 고베규를 먹기 딱이다. 배 고플 때 고베규를 먹는다면 그 돈 어찌 감당할 것인가.
산노미야 역을 나오면 길 건너 인포메이션에서 고베 시티 루프 버스 티켓부터 구매하자.
이 버스.. 너무 좋다.
고베의 주요 포인트를 다 데려다준다.
그리고 인포메이션에서 지도를 받아 스테이크 랜드가 어디 있는지 표시해달라고 하자.
아차.. 혹시 문여사처럼 맵치라면 구글맵에 스테이크 까지만 쳐도 스테이크 랜드가 나오니 구글맵이 데려다주는 대로 걷기만 하면 된다.
스테이크 랜드는 오전 11시에 오픈한다.
스테이크 랜드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40분쯤이었는데 이미 만석이었다. 웨이팅 리스트에 Moon이라고 적으며 앞에 몇 명의 이름이 있는지 세어보니 15팀 정도가 있었다. 좁은 계단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꽉 찬 곳엔 문여사 일행이 서 있을 공간조차 없었다.
'16번째로 이름이 불릴 때까진 한 시간쯤 걸리겠지?' 어머니 앉아 계실 공간도 없고 답답하기만 한데 주변 구경이나 하고 오자며 나갔다.
산노미야 거리를 걷자니 여기저기 스테이크 집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면 왜 굳이 스테이크 랜드를 고집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 것이다.
스테이크 랜드의 점심 가격이 제일 착하기 때문이다. 고베규는 1인분에 평균 5천엔 정도 한다.
딱 고기만 그렇다. 양이 그다지 차지도 않는다.
고기가 더 먹고 싶을 공간을 미리 막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밥이다..
맛있는 일본 쌀밥이라면 얼추 괜찮다.
스테이크 랜드의 런치 세트는 고베규에 밥, 샐러드, 음료 포함 3,180엔으로 고베에선 아주 괜찮은 가격이다.
문여사는 산노미야 거리 구경을 하다 스을 웨이팅 리스트에 적어놓은 Moon이 신경 쓰인다.
줄도 어지간히 줄었을 텐데 가서 기다리자.. 며 갔는데 허어억! Moon은 이미 좍좍 두 줄이 그어져 있다.
그제야 보이던 한글..
이름을 불렀을 때 없으면
다시 이름을 적어야 합니다.
이 곳 돌아가는 시스템을 유심히 보니 테이블 당 한 명의 셰프가 각자의 키친(철판)을 담당하는데 한 테이블에 적게는 8명, 많게는 16명 정도 둘러앉을 수 있다. 일행이 다른 두세 팀도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데 손님들이 앉으면 셰프가 잠깐의 설명을 한 후 철판 조리를 시작한다. 같은 시간에 식사를 시작하고 식사를 끝내는 시간도 같기에 테이블 회전율이 빠르다. 하여 대기 순번이 길더라도 내 순서는 금방 올 수 있다는 것을 이름에 두 줄 그어지고 나서야 알게 된 문여사 일행..
문여사는 다시 Moon이라 적고 어머니랑 계단에 쪼그려 앉았다. 아.. c..
Moon 상!
하이! 하이! 와따시 문 데쓰!!!
일본말로 하이! 하이! 를 이렇게 다급하고 힘차게 대답했던 적이 있었던가.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또 여사네 차례가 넘어갈까 봐 문여사는 본인이 생각해도 좀 오버했다 싶게 크게 대답을 했다.
기분 좋아진 큰엄마 패키지 일행들..
맛있는 음식을 두고 무슨 말을 전할꼬..
엄청 맛있었다. 삼키기 싫었다. 꼭꼭 씹고 싶었는데 그냥 녹았다.
셰프는 동석한 일본인 커플의 고기와 문여사네 고기 양을 정확하게 계량해서 확인을 시켜준 후 굽기 시작했는데 어쩐지 우리 고기가 저쪽 커플한테 몇 점 슬쩍 넘어간 듯한 느낌은 고기가 너무 맛있어서인가?
그나저나 바싹 튀긴 마늘 후레이크와 숙주 볶음은 고베규와 정녕 잘 어울렸다.
내가 며느리 덕에 일본에 와서 온천도 해보고, 이렇게 맛있는 고기도 먹는다.
진짜 맛있게 잘 먹었다, 에미야..
점심값 쪼매 넣었다.
C월드 수장이신 시어머니께서 봉투를 슬쩍 문여사에게 주시며 하시는 말씀이다.
받아라~ 어데예~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결국 받게 된 봉투를 밤에 숙소에서 열어보니 거금 5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번 여행은 그간 모은 가족회비로 모든 것을 쓰기로 했기에 개인적인 쇼핑을 제외하곤 내 돈 쓸 일이 없다.
어머니께서 주신 찬조금 덕분에 더 여유롭게 다닐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말이다.
고베 스테이크의 아름다운 추억을 입 속에 고스란히 간직하며 기타노 이진칸, 하버랜드, 모자이크, 모토마치 등을 시티 루프 버스를 타고 돌아보았다. 스타벅스는 물론 기타노 이진칸(옛날 외국인 거주지역)에 있다.
일본스러운 근대 서양식 목조 주택들이 있는데 들어갈 때마다 입장료를 내야 한다. 글쎄다.. 굳이..
포토존으로 이름 난 기타노 이진칸 보다 큰엄마 패키지 일행들이 좋아한 곳은 하버랜드였다.
쇼핑몰 <모자이크>는 모녀끼리 둘러보는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가족회비가 부족해서 딸을 데리고 오지 않은 문여사는 홀로 자유시간을 가졌다.(수미야.. 흙흙.)
문여사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시티 루프 버스의 일요일 운행시간은 저녁 7시까지다.
어느덧 베이스캠프인 오사카로 돌아갈 시간이다.
다시 시티 루프 버스를 타고 산노미야 역에서 내려 한신 라인을 타고 오사카로 돌아간다.
고속철로 30분 만에 도착한 오사카 우메다 역에서 미도스지 센으로 환승하고 에사카 역에서 내려 7번 출구로 나와 200미터를 걸어 숙소에 도착하니 시간은 8시가 넘었다.
다들 고베 스테이크를 너무 맛있게 먹어 저녁 먹을 생각이 없다는데 이를 어쩌나..
문여사네 손위 시누이와 동서는 '에비스' 맥주로 저녁을 대신하고, 어머니는 우유면 족하다 하시고, 조카는 컵라면을 먹고 싶다고 한다.
문여사는 커피면 족하다.
어차피 피곤해서 누우면 뻗을 몸..
아침에 일찍 서둘러 나라를 다녀왔다.
이번 <큰 엄마 패키지>의 방점은 도다이지(동대사)의 신성한 동물인 사슴이다.
그 신성하신 대표 동물이 버릇없는 원숭이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사슴공원에 가까워지니 역시나 사슴들이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있다.
보조를 맞춰 걷는 것 같기도 하다.
사슴이 실례해놓은 지뢰밭이 천지라 냄새가 심하게 나긴 하지만 걷다 보니 어느새 냄새에도 익숙해졌다.
문여사 시어머니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는 분이 아니시다.
그저 무덤덤하게 사슴들을 쳐다보신다.
시누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여사와 동서는 사슴들이 너무 귀여워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만지려고 손을 뻗는다.
코를 벌름 거리며 문여사의 손등을 핥은 아기 사슴은 문여사에게 과자가 없는 걸 알고 홱 고개를 돌린다.
이누무 시키..
백제인들의 건축 기술로 만들어진 동대사(도다이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유일하게 화재로 소실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천오백 년의 세월을 살고 있는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이며 일본 화엄종 본산으로 그 의미가 우리에게도 남다르다.
나라시의 '나라'도 '우리나라'에서 유래되었을 만큼 당시의 백제인들의 영향력은 대단했었나 보다.
도다이지의 대불 상의 크기도 놀랍다. 1500년 전에 이렇게 큰 불상을 만들고, 불상이 앉아 있을 절을 지으려면 얼마나 고난도의 건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을까.
절 입구에 있는 촛불탑에 50엔을 보시하고(초1개 50엔) 초에 불을 붙여 기도를 드렸다.
문여사도 어머니도 한참 동안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있었다.
기도에 겹치는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들은 한 남자를 사랑하니까.
사슴들과 사진도 찍고 공원도 둘러봤으니 오사카로 서둘러 가야 한다.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는데 정작 오사카 시내 구경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도톤보리에서 점심을 먹고, 쇼핑 겸 구경을 한 후 짐을 챙겨 공항 가는 길에 오사카 성 외관 구경만 하고 갈 예정이다.
2년 전 가을, 문여사가 당시 83세의 친정 엄마와 두 언니들과 오사카 성 천수각 안을 구경했을 때 정말 별로 볼 것이 없었다. 특히 좁은 계단을 걸어 내려와야 하는데 노인들에겐 볼 것도 없는 내부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코스임엔 틀림없다.
우리가 침략자 일본인 장군의 갑옷과 투구를 봐서 뭐하겠는가.
그럼 왜 오사카성을 패스하지 못하는가..
그야 오사카성이니까.
오사카 왔다 가니까 고 놈 생긴 자태나 한번 보자는 것이다.
오사카성은 계속 보수를 해서인지 참 깔끔하다.
날씨도 좋아서 깔끔스러운 오사카성이 더 잘 난 척하는 것 같다.
도톤보리의 포토 스폿인 글리코 상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긴 했으나 왠지 찜찜한 문여사..
이게 뭐라고 말이다.
별 것도 없는 것 앞에서 별스럽게 이럴까.
일본이라서 그렇다.
일본은 감성 마케팅 하나는 끝내주게 잘한다.
뭐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소문을 어떤 형태로든 퍼뜨리고, 그것을 관광 상품화시키고, 그리하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 결과적으로 세금도 더 걷고..
다 쓸데없는 얘기고.. 일본에서의 마지막 한 끼나 먹으러 가야 한다.
바로 라멘!
문여사네 고딩 아들넘이 추천해준 '금룡' (동네마다 있는 중국집 이름과 같음)에서 돈코츠 라멘을 먹기로 했다.
왜 여기일까?
김치와 밥, 매운 콩나물 무침이 나오기 때문이다.
돈코츠 라멘은 우리 입맛엔 분명 짜다. 게다가 느끼함은 어쩔 수 없는 돼지라면의 숙명인 바.
어머니는 일본 라멘이 처음이시니 입에 안 맞으실 거다.
그렇다면!
김치와 밥이 답이다.
어라..매콤한 콩나물 무침까지!
일본 라멘집에 이런 조합은 없다. 밥과 반찬은 무한리필이라나.
게다가 6백엔!
문여사가 드럭스토아에서 쇼핑한 이야기는 그냥 넘어가자.
매번 똑같은 것만 사니 말이다.
구심, 휴족시간, 온안대, 카베진, 부추 가루, 퍼펙트 휩.. 등.
이 아이템들이 떨어질만하면 또 싼 티켓을 찾아서 일본 어디로 날아올 것이 뻔하다.
시간은 바람과 같이 흐르고 어느새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입국 수속은 드릅게 느리더니 출국 수속은 몹시 빠르다.
돈 쓸 거 썼으니 미련 없이 보내준다인가.
보딩 타임 전에 큰 엄마 패키지 다섯 멤버들이 둘러앉았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찬조금 중 고베 스테이크를 계산하고 남은 돈을 여행 대장 자격으로 시누이와 동서에게 나눠 주었다. 시어머니 돈으로 지가 인심 쓴다.
청주와 남해에서 온 동서와 시누이는 개인 여비가 더 들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회비로 움직이는 단체여행에서는 남은 돈이 있으면 안 된다.
문여사는 계산 맞추는 것이 제일 싫다.
어쨌든 회비는 제로인 것이 젤로 마음 편하다.
어머니는 이 나이에 세상 구경시켜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시고, 조카는 큰 엄마의 영어와 근본 없는 일본어가 너무 멋있다며 추켜 세워주고, 시누이와 동서는 너무 재미있는 여행이었다며 다음에 또 가자고,, 는 안되고..
무튼 문여사의 나댐병은 이런 공치사들 때문에 도통 나을 기미가 없다.
멋진 문여사네 C월드 여인들 덕분에 여행의 따스한 기억이 '이름이 뭐더라 온천'처럼 모락모락 하겠다.
@도톤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