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당일 여행의 추억
지금은 닫아 버린 네이버 블로그 여행 이야기 중 '대마도 당일 여행' 이야기를 옮겨 왔다.
2012년 5월 어느 날 친구와 당일 여행으로 다녀온 이야기라 지금의 대마도는 많이 변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교기념일을 거국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대마도 당일 여행을 친구와 즉흥적으로 다녀왔다.
우리의 대마도 당일여행 미션은 '일본 가락국수' 먹고 '슈퍼에서 장보기'였다.
당일여행이라 기껏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4시간여..
다행히 이날은 파도가 꽤나 얌전했고, 날씨는 완전함 그 자체였다.
우리가 탄 배는 츠시마(대마도)의 이즈하라 항에 도착한다.
이즈하라까지는 배로 1시간 40분 걸린다.
츠시마의 항구는 두 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여기 '이즈하라'이고, 나머지 하나는 '히타카츠'란 곳이다.
히타카츠는 부산에서 배로 70분이면 갈 수 있다.
70분이면 다른 언어 다른 문화를 만날 수 있다니, 대단히 매력적이다.
이즈하라항과 히타카츠항은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이즈하라는 걸어서 대마도 시내와 유명한 곳을 다 둘러볼 수 있다는 것. 히타카츠는 아주 조용한 마을이라 그냥 산책을 하며 힐링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히타카츠 근처에 해수온천이 있다고 하는데 목욕하고 우동 한 그릇 먹고 다시 배 타고 부산으로 오면 된다.
다음엔 이 미션으로 한번 다녀올까.. 싶기도.(바다만 친절하다면..)
본격적으로 대마도 탐방에 나선다.
평일이라고 해도 다니기 좋은 5월 이여서인지 여성 여행자들이 꽤나 많다.
특이한 점은 혼자 여행 온 여성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혼자 걷기 딱 좋은 대마도이지만, 대마도 파도에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 여길 혼자서는 못 올 것 같다.
더 오래된 추억..
2007년 10월 어느 날 밤.. 친구들과 밤길을 어슬렁 거리는데 웬 기타 소리가 들린다. 살짝 엿보니 카페 같기도 하고 선술집 같기도 하다. 남자들만.. 있다. 당연히 들어가야 했다.ㅎㅎㅎ 사람들은 많은데 말소리는 왜 그리 작은지들.. '오챠와 데키마쓰까'(차가 가능한가요?) 엉터리 일본말을 괜히 날려본다. 된단다.. 그렇게 우리는 차를 마시며 대마도 아저씨의 어설픈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들으면서 밤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낮.. 다시 본 그 가게..
낮에 보니 가게가 정말 허름하다.
그래도 너무너무너무 반갑다.
이제 '수선사'(슈젠지)로 간다.
'수선사'(슈젠지)다. 한번 와봤던 곳이라도 내 기억력은 거의 판타지소설급이라 믿을 수가 없다. 그래도 워낙 표지판도 잘되어 있고, 꿈인 듯 희미한 기억에 의존하니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왔다. 슈젠지는 최익현 선생의 순국비가 있는 절이다. 일본의 절이 그러하듯 이곳도 아주 아담한 크기이지만 묘비가 많다.
특이한 점은 최익현 선생 순국비 외에도 일본 3대 현인 중의 한 명의 묘도 이곳에 있다는 것.
슈젠지를 나와서 주택가를 쭉 걸어 다녔다.
" 나 여기서 사진 좀 찍어줘~"
사진 찍을만한 예쁜 집도 아니고 아주 작은 집인데 내가 굳이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이유는 이 집이 내가 어릴 때 자란 집과 너무 비슷해서였다. 셋방살이를 한 적은 없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이 집처럼 아주 작은 집에서 우리 5남매가 살았었다. 외할머니까지 8명의 식구가 옹기종기 살던 시절이었다. 작은 집이라도 우리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안정감 있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어쩜 문 색깔도 똑같고 양쪽의 창문도 비슷하다.
부유하지 않지만 부모님의 넉넉한 사랑에 부족함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을 이 집에서 찾는다.
반갑다. 정말.
여기가 바로 이즈하라의 시내라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여행객들(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대마도에서 가장 큰 마트 '레드 캐비지' 거리이다.
건물 자체가 작은 쇼핑몰 같은 곳이라 분식집도 있고, 100엔 샾도 있고, 옷가게, 꽃집.. 다양하게 많다.
" 우리 여기서 미소 된장 사 가지고 가자~ "
레드 캐비지 마트 앞에는 대마도에서 제일 큰 은행인 십팔 은행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18'이란 숫자에 행운이 들어있다고 여긴다지.
제일 좋아해서 잘 부르는 노래를 나의 18번 곡이라고 하는 걸 보면 일제강점기 시대 언어 착취의 영향인가 보다. 이런 eighteen..
잠시 걸어 다닌 것뿐인데 출출하다.
일본에 왔으면 일본 버거 함 무주야지..
해서 들어간 곳은 바로 모스버거.
결론부터 말하면 짭짤 달달하니 맛있다. 양도 적당하고.. 커피도 굿~
다행히 주문받는 사람이 필리핀 사람이라 영어도 아주 잘 통한다.
대마도엔 영어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의사소통이 사실 어렵다.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대마도 시청이 나온다.(사진의 왼쪽)
이곳 바로 앞에는 자그마한 학교와 유치원이 나오는데(사진의 오른쪽) 한국말로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팻말이 붙여져 있다.
아이들 노는 것이 귀여워 사진을 찍었나 보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개인 사생활을 중요시 여기는 일본 사람들의 눈엔 참으로 성가신 일이었겠구나 싶다.
레드 캐비지를 오른쪽으로 두고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역사박물관이 나온다.
조선통신사비도 바로 이곳에 있다.
아, 이곳은 안 가는 것이 나았다. 이름하여 '반쇼인'..
일본 막부 정치의 역사적인 곳이라고 하는데, 일본 역사에 관심 없는 나는 그저 저 높은 계단을 올라가면 뭔가 있겠지 하는 기대로 올라갔었다.
저 계단 끝까지 올라갔다가 볼 것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물론, 한쪽 눈 감고 봐도 튼튼해 보이는 내 다리론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평소의 운동부족으로 인해 숨도 차고 다리도 아프고 땀도 나고.. 무엇보다 400엔이란 입장료가 아까웠다는 말..
이제 비극적 삶을 살다 간 덕혜옹주비를 만나러 간다.
5년 전 갑자기 대마도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느 방송 다큐 프로그램에서 본 치욕적 역사에 희생된 '덕혜옹주'의 비운의 개인사를 봤기 때문이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마도에 가서 그분의 비에 인사라도 하고 와야겠다는 나답지 않은 생각이 들었고 , 급히 친구 둘을 꼬셔서 목숨 내걸고(진짜 죽을 뻔했음) 대마도에 갔었다. 1박 2일 일정이 파도로 인하여 2박 3일이 되었다.
그리고 5년 후 나는 다시 이곳에 있다.
한평생 외롭고 두려움에 살다 간 그녀의 명복을 다시 빈다.
그런데 이 비 이름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이왕조종가결혼 봉축 기념비..
그녀는 여기서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유배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세 시간 알차게 돌아다니니 배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다시 레드 캐비지에 들러 장을 본다.
마음 같아선 간장도 사가 져가고 싶지만, 환율도 높고 비싸기도 해서 아이들 간식 조금과 미소된장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저 빨간 사과를 먹고 싶었으나, 우동보다 더 비싸네..
아, 우리는 이 레드 캐비지 건물 안에서 우동과 이나리스시를 먹었다.
약간 짜긴 했지만, 우동..정말 맛있었다.
주인아저씨의 푸근한 인상도 좋았지.
2층에 들러 아주 괜찮은 가격의 내 스타일 옷도 샀다.
옷값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한 것 같다. 엄마에게 어울릴 일본 할머니 스타일의 블라우스도 한 장 샀다. 엄마나 나나 옷 취향이 비슷해서 엄마에게 작으면 내가 입으면 된다는 요망한 계산까지 다 해서 고른 옷이다.
이제 배 타러 갈 시간..
마지막으로 약국 비슷한 곳에 들러 피로회복제 '박카스'를 샀다.
주인아주머니와 의사소통이 잘 안 되었는데, 친절한 대마도 아주머니 우리에게 비타민까지 한알씩 챙겨주신다. 박카스와 같이 먹으라며..
이제 저 뒤의 작은 배를 타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간다.
화창하고 아름다웠던 5월 어느 날
그만큼 아름다운 기억을 담고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