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음식썰
서귀포항 앞에서 스쿠버 샵을 하시는 강사님이 공판장에서 새벽에 잡은 고등어와 삼치를 친히 사오셨다. 물고기 봉다리를 단골집에 드리면 회를 썰어주시는데 사실 이건 메뉴에도 없는 거라 어디로 가면 먹을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없다. 그리고 강사님이 봉다리를 드릴 때 마다 사장님은 좀 짜증내시는 것 같지만 여튼 해주심. 그렇게 먹을 수 있는 막 썰어 올린 싱싱하고 찰진 고등어회, 삼치회 되시겠다.
고급 일식집에서처럼 곱게 썬 회가 아니라 그냥 먹기 좋게 막 썬 회라 느무~ 내 스타일이다. 이렇게 막 썰어 주시면 입안에 1/3쯤 회를 채울 수 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서너점 정도를 집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자태랄까?) 그 정도는 씹어야 씹는 것 같지 아니한가?
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아.. 정말 겁나 맛있다. 고등어를 왜 절이는 것이냐? 이렇게 고소하고 찰지고 촉촉한데! 등푸른 생선 특유의 기름 터지는 맛이 제주 앞바다를 다 가진 것 같다니!
또 삼치회는 어떠한가? 삼치회는 일단 귀하다. 육지로 돌아가면 삼치회는 더더욱 맛볼 수 없다. 애초에 파는 곳도 묘연하고 삼치는 육지로 올라오면 회로 먹기 애매한 상태가 된다. 삼치는 고등어에 비해 담백하다. 마치 흰살 생선의 어떤 물고기 처럼. - 그래도 삼치가 더 맛있다!- 고등어가 찰지다면 삼치는 폭신하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백질의 엉김이 심화되어 또 다른 찰진 식감을 낸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되기 전에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제주에 자주 오다보니 알게 됐는데 회를 초고추장이나 간장, 막장에 찍어 먹기 보다 양파채를 넣은 초간장을 곁들여 먹더라는 거다. 이렇게 먹으면 회가 꿀떡 꿀떡 넘어간다. 내가 워낙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사랑하여 다른 이들보다 많이 먹는 편이긴 하지만 더 먹을 수 있다. 양파 초간장은 절대 회를 물리지 않게 하는 마법 같은 맛이다.
회를 어떻게 아침에 먹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회는 아침에 먹는 게 젤로 맛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아침에 어시장에서 산 물고기로, 또는 밤에 잡은 물고기로 아침을 준비하더라만! 굽고 조리고 국 끓이는 것도 좋으나 회야 말로 그 신선함을 온 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닌가? 저녁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침에도 당연히 먹을 수 있다.
얘기를 들어보면 회를 술안주로만 생각해서 아침에 먹기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회를 밥 반찬으로 먹고 자란지라 나의 혀에는 회가 술안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난 회나 고기를 먹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생선회는 그렇다. 술을 마시다 보면 미각을 잃는다. 맛있는 회를 맛없게 먹는 것은 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술과 함께 회를 먹어야 회를 더 맛있게 먹는다고도 하고 더 많이 먹을 수 있다고도 하던데 난 아직 나보다 회를 많이 먹는 사람을 못봤다. 사실 같이 먹으면 그가 술안주로 먹으려 아껴두었을지도 모를 것들을 내가 먼저 홀랑 다 집어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아침밥도 넷이서 같이 먹었는데 회는 내가 거의 다 먹을 듯한 느낌?) 그러게 술이랑 같이 먹지 말래니..? - 그리고 머.. 사실... 아침에 반주 한 잔이 죄악은 아니잖아? -
내일 아침이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짧은 2박 3일이지만 신나게 놀다가 갈거다. 내게 주어진 쉴틈, 정확하게 48시간! 요긴하게 놀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