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리지 Apr 28. 2019

치킨과 토종닭, 로열티와 종의 다양성

커리지; 운동인의 월간 단백질 박스

커리지; 운동인의 월간 단백질 박스

커리지; 운동인을 위한 단백질 간식 정기배송 스타트업

바쁜 운동인에게 운동 전후에 드실 수 있는 단백질 간식을 배송합니다.




우리 운동인들, 닭 없이는 못 살지요? 닭은 지구상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조류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육되는 동물입니다. 닭의 품종으로는 무려 250여 종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만큼은 기형적이게도 딱 한 종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혹시 아시나요? 바로 코니시 크로스(Cornish Cross)라는 종입니다.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닭 중 토종닭을 제외한 모든 닭이 이 종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 종은 1930년대에 가슴살이 많은 코니시 품종과 달걀 맛이 좋은 화이트 록 품종을 교배해 만든 종입니다. ‘팝콘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빨리 자라는 아이예요. 한 달이면 1.5kg을 훌쩍 넘습니다. 치킨이 되고도 남을 정도죠. 하얀 깃털과 두터운 가슴살, 그리고 짧은 다리를 가진 이 닭은 현대 육종 기술의 집결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철저히 경제적 목적에 의해 설계되었고, 생산성이 워낙 높아 국내의 거의 모든 닭이 이 품종으로 교체되었죠.


© Pxhere

반면에 한국의 토종닭은 모든 면에서 느립니다. 대한민국에서 토종닭이라고 인정받는 품종에는 한협 토종닭, 우리맛 토종닭, 소래 토종닭이 있어요. 이 토종닭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산업화 품종의 닭들에 비해 오랫동안 천천히 기른다는 점이에요. 보통 두 달 반 정도를 기릅니다. 코니시 품종보다 약 2.5배 시간이 더 걸리는 셈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딱 하나입니다. 우리가 닭을 먹을 때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는 거예요. 바로 ‘로열티’와 ‘종의 다양성’이요.


우리는 치킨을 먹을 때마다 닭의 로열티를 해외 종자 회사에 지불해야 합니다. 치맥 문화가 성장하면 할수록 이 종자를 보유한 회사는 돈을 벌게 되고, 전 세계의 모든 종자 회사들은 ‘빠르게’ 자라는 유전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어요.


코니시 크로스는 치킨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빨리 자라는 대신 살을 구성하는 근섬유가 촘촘하지 않고 성겨요. 성긴 근섬유 때문에 베어 물었을 때 입안에서 닭 살점이 부드럽게 떨어져 나가죠. 이 때문에 튀김옷을 입히고 빠르게 튀겼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환상적인 조합을 만들어내요. 과연 치킨닭이죠.


더욱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소비자가 원한다 한들, 현재 현실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선택지는  딱 한 품종, 코니시 크로스뿐이라는 거예요. 종의 다양성 감소는 아마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식재료의 다양성과 연결되기 때문이죠.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다는 건 한정된 종류의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끔찍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미 우리 식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요.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으면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선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고, 먹는 사람 입장에선 서로 다른 재료에서 나오는 음식의 즐거움을 잃게 됩니다. 굳이 환경 보호론자가 아니더라도 미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응당 종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인거죠.


저는 우리가 때때로 토종닭을 소비하는 것이 종자 로열티를 덜 지불하고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토종닭이 잘 보존되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많이 먹으면 돼요. 참으로 역설적이긴 하지만 인간이 안 먹으면 멸종하고 인간이 먹으면 기르는 것이 축산업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맛있으면 먹어요. 저는 이번 호에서 토종닭을 맛있게 먹는 조리법을 알려드리려고요.


© Pixabay


코니시 품종은 빨리 자라다 보니 근육이 치밀해질 새가 없고, 닭 자체의 선명한 풍미를 가질 시간도 적어 연하고 밋밋한 맛을 냅니다. 별다른 육향이 없어요.이 품종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한 달도 안 된 닭을 도축하니 육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반면 방목해서 오래 키운 닭은 풍미가 진하지만 그만큼 육질이 단단해요. 오랫동안 기르는 덕에 대체로 도톰하고 쫄깃한 껍질을 가지고 있죠. 길고 두꺼운 다리뼈는 ‘육수를 낼 때’ 좋은 재료가 되고, 단단한 육질은 ‘구워 먹을 때’ 정말 일품입니다.


이번 달에는 별미로 토종닭을 구입하셔서 프라이팬에 한 번 구워 먹어보세요. 돼지고기와 비견할 만한 닭의 육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튀겨 먹을 땐 코니시 크로스가, 굽거나 국물을 내거나 볶음 요리를 할 때는 토종닭이 좋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치킨 대신 토종닭, 어떠신가요? 




커리지; 운동인을 위한 단백질 간식 정기배송 스타트업

바쁜 운동인에게 운동 전후에 드실 수 있는 단백질 간식을 배송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복에 급하게 운동 갈 때 추천 음식, 꿀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