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작은 시작

by Pia

3년 전쯤 주기적으로 만나던 모임에서 새 멤버를 만났다. 어머니가 작가이고 그 영향인지 다독, 심독, 필사는 기본이고 대화에 사용하는 단어들마저 깊이가 있어 신선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보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무작정 닮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독서를 진심으로 대하게 되었고 어린 시절 의무감에 베껴 쓰던 독후감 같은 독서 후기가 아닌 나름의 독서 결과물을 내 언어로 써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직장인의 하루, 지인과의 만남 등을 핑계로 독서는 일상이 아닌 의지를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고 글쓰기도 짤막한 단문들로 끝나기 일쑤였다. 얼마 전 그 사람이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급작스럽지만 오늘 나도 첫 발을 내디뎌 본다. 모든 시작은 어느 날 갑자기가 되어야 진행되는 듯하다. 지금도 이렇게 한 자 한자 쓰는 게 어색하고 영어 문법을 공부할 때처럼 띄어쓰기, 문법 등이 맞는지 신경이 쓰이지만 일단은 써보는 데 의의를 두어야겠다. 직장 내 보고서 작성, 개인적인 글쓰기 등에서 시작과 끝이 맞는 문장인지 정도는 알고 써야 덜 창피할 듯하여 한 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부터 각종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필사도 해보고 문장도 외워보고 했지만 그저 흉내내기에 그쳤던 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남은 게 없다. 그저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 나름의 규칙을 잘 지키며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는 정도로 정리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갑자기 두드리기 시작한 오늘의 첫 글이 앞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달에 한 번은 쓰기, 평일에 짤막하게라도 남겨보자는 식의 생각이 들지만 혼자만의 약속으로 지켜야 하는지 아무 제약 없이 정말 편하게 쓸지 이런저런 고민이 생긴다. 아무래도 자연스레 찾아오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두는 것이 나을 듯싶다.


그동안 스마트폰 자판기를 두드리며 sns에만 올리다가 키보드로 전체적인 글을 보며 쓰다 보니 마치 연습장에 연필로 쓰던 일기장이 캠브리지 노트에 만년필로 에세이를 쓰는 수준으로 느껴진다. 셀프칭찬으로 앞으로 브런치 방문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다짐을 해본다. 무엇을 바라고 시작하는 글쓰기는 아니지만 스스로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생각을 다듬어나가는 일을 해 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