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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Apr 29. 2023

책을 읽다가..

아버지에게 갔었어 를 읽는 중

#아버지에게ㅡ갔었어

#신경숙 #창비


읽는 중에..


P.196

아버지는 헛헛하게 웃었다. 내가 행복했다는 그때를 두고 아버지는 무서웠다고 했다. 젊은 날에 당신의 새끼들인 우리가 음식을 먹는 걸 보면 무서웠다고.


ㅡ무서우셨어요? 뭐가요?


내가 의아해서 묻자 아버지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고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


ㅡ그것이 설명이 되냐?


아버지가 말을 거두려 하자 엄마가 옆에서 거들었다.


ㅡ너그들이 먹성이 얼마나 좋으냐. 양석 걱정 없이 살게 된 지가 얼마나 되간? 오늘 저녁밥 먹음서 내일 끼니 걱정을 하며 살었는디..


*내 아버지도 무서우셨을까?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신 집의 장남.

홀어머니와 밑에 딸린 동생들 말고도 열여덟에 동갑내기와 결혼 해 삼십대 초반에 벌써 육남매의 아버지가 되어있던 울 아버지.

물려받은 산밭 조그만거 말고는 논 한평 없어 젊은 아버지는 탄광에 돈을 벌러 가셨었지.


석포면 대현리 연화광업소.

석탄을 캐는 곳이면 돈을 더 벌었겠지만 동과 아연을 캐는 곳이라 월급이 많지는 않았다는 곳.

대신 석탄을 캐는 곳만큼 위험하거나 까맣지는 않았다고 기억한다.

광산에서 일하시다 일주일에 한번쯤 버스타고 기차타고 다시 버스타고 집엘 오셨다.

집에 와서도 쉴수가.

엄마 홀로 빌려짓는 논농사를 거드느라 곧장 논으로 밭으로 가셨었다.


그래도 나는, 늘 동네서 보는 일복만 입고 있는 아저씨들보다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가방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 아버지가 더 자랑스러웠었다.

왠지 도시의 냄새가 뭍어있는 것 같은 세련된 모습.

광산에서 일하면서도, 농사를 지으면서도 틈날때마다 책을 읽고 붓글씨를 쓰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마음속 소용돌이를, 그 무서움을 붓글씨를 쓰며 달래셨을까?


뼈가 부서져라 일을 해도 앞날이 막막하기만 했을 젊은 아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내 앞에 닥친 일들이 버거울때 그래서 나는 가끔 이렇게 위안을 삼기도 한다.

지금의 나보다 더 캄캄했을 시절들을 내 부모도 어찌어찌 건너왔으니

나도 잘 건너갈수 있을거라고.

인생은 살만한거라고.

지나고보니 다 웃을 일이라고.


그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겐 빛이다.


*아버지의 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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