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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Jan 28. 2018

누구에게나 있는 듯한.. 내 이야기

어느 겨울 아침

시골은 겨울이 그야말로 긴 휴가다.

아이에게나 어른들에게나.

국민학생이었고 방학이었던 어느 겨울 아침.

보통은 느지막이 일어나 게으르게 하루를 시작하는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일찍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평소엔 자리에 잠시도 앉아있는걸 본적이 없던 우리 엄마도 겨울 농한기의 한가로움을 즐기셨던가, 아님 어쩌다 늦잠을 주무신 날이었나,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침.

마당엔 하얗게 눈이 쌓여있었다.


다시 눈을 붙이려해도 왠일인지 잠이 오지않아 마당으로 나왔다.

이참에 마당에 쌓인 눈이나 쓸어볼까.

장갑을 끼고 평소에 오빠들이 하던대로 눈 치우는 나무로 된 커다란 삽을 들고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조금지나니 벌써 등줄기에 땀이 송송.

마당을 반쯤이나 치워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 더 치우자.

이럴 때 엄마가 일어나 나를 본다면 엄청 칭찬을 하실텐데..하는 생각.

아이참, 엄마는 왜이렇게 안일어나는거야. ..


마당을  얼추 다 치워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던 그 겨울 아침.

나는 결국 나의 착한 행실로 엄마에게 칭찬을 받았던가  어쨌던가.

기억도 나지않는 고즈넉하던 겨울아침.

왠지 서운한 기분도 들었던 건 같기도 하고.

나만 홀로 떨어진 것 같은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고.


문득 문득 그 적막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 쓸쓸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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