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케스트라단의 공연도 유의깊게 보는 중이다. KBS교향악단,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를 보았고, 경기필은 좋은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중이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올해 2개의 공연을 예매해 두고 아직이다.
지난 목요일(3/19)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을 보았다. 얍판츠베덴이라는 지휘자의 정석같은 외양을 갖춘 분이 현재 상임인데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보고 싶었다. 맞춤하게 말러교향곡 6번 '비극적'공연이 있었다.
얍 판 츠베덴 지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Tragic)'
서울시립교향악단
2026. 3.19 (목) 19:30
롯데콘서트홀
프로그램은 1곡, 인터미션없이 딱 80분이다. 공연은 정시에 바로 시작되었고 앵콜없이 두어번의 커튼콜 후 바로 끝났다. 군더더기 없다.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은 타이틀이 글자 그대로 '비극적'이니 곡도 그런줄 알고 있었고, 멜론을 통해 들었을 때도 그러한 느낌이었는데, 얍판츠베덴이 요리한 곡은 대단히 웅장하고 광대하여 처음 이 곡을 듣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비극성을 느껴야 될까 반문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기세로웠다.
초반부터 타악기의 힘을 받아 힘차고 웅혼히 시작되고 4악장 끝날 때까지 그 힘이 빠지지 않은 거대한 대서사시라고 할까
얍판츠베덴의 지휘 스타일은 대단히 카리스마적이고 에너제틱했으며 동작이 큰데도 정교했다. 카라얀계열(기술적 지휘의 정석같다)과는 또 다른 거구 저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도있는 힘이 대단히 인상적인 지휘자다.
서울시향도 훌륭했다. 대편성 교향악인 이 어려운 곡을 이많은 단원이 이리 일사분란하게 해내기 힘들다.
여러 국내 오케스트라를 보고 있는데 그 전엔 그들간에 비교라는 걸 안했다가 서울시향공연을 보고 나선 '여기가 탑이겠구나!'인지했다. 그만큼 탁월했다. 앞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볼 것인데 그와는 비견될까 기대도 되었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나 금관, 특히 저음부 금관의 소리가 간헐적으로는 흔들린거 같다. 호흡과 숨으로 그 긴 관, 또는 넓은 관들을 통과해 내는 소리들이 개인안에서도 균일하기 힘든데 동료까지 맞추어야 하니 너무 힘들 것이다. 전반적으로 서울시향의 연주가 훌륭하여 이 정도엔 관대해진다.
오보에가 가장 큰역할을 하는건 처음 봤다. 오보에 끝부분을 관중석쪽으로 길게 빼서 소리를 넓게 퍼져나가려는 듯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여러 목관연주자들도 그들의 주요파트에서 그런 액션을 취하였다. 지휘자의 가이드인건지 개인의 스타일인건지 모르겠다만 소리가 잘 퍼져나오고 퍼포먼스처럼도 보여서 눈길이 확 가면서 집중되었다.
나는 대편성교향악을 가장좋아하는데 특히 다양한 타악의 소리들을 사랑한다. 말러의 '비극적'이 그러했다.
팀파니가 2대 너무 좋았고, 마림바 공연을 처음 보았다. 영롱한 소리를 내는 것은 알았으나 이리도 파워풀할 줄이야... 마림바가 포함된 공연들을 자주 보고 싶어졌다. 큰북과 그 림을 다양 채로 연주하는 것도 좋았다. 다채롭고 새로운 경험이다. 트라이앵글... 이 단순하고 작은 악기가 내는 깊은 파장의 음이 거대한 소리의 향연속에서 결코 눌리지 않는다. 케틀벨 같은 종이 2열로 쭉 늘어선 악기는 비주얼만큼 임팩트있게 쓰이지는 않았다. 징(처럼 생긴 악기) 2대와 심벌츠도 있었고.
아, 그리고 망치!
실제로 토르가 들법한 거대한 망치를 2번 친다. 소리도 퍼포먼스도 끝판이다. 처음엔 너무 놀라 엉덩이까지 들썩였고, 두번짼 (4악장 거의 엔딩부근) 지휘자가 망치연주자를 보라고 그 쪽으로 시선을 집중시켜 놀래긴 덜 놀랬지만 숨죽여 그의 망치 내리침을 기다리며 한껏 감정이 끝까지 올라온 상태에서실제 망치가 '쾅' 내려쳐지고 급 곡이 끝나는 구성에 쫘악!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곡이 끝나고 몇번의 커튼콜 후 앵콜공연이 없었지만 만족한다. 90분을 인터미션없이 4악장곡을 연주하고 또다시 앵콜은 무리다. 관객도 힘든 마당이다. 서울에 연고를 둔 오케스트라이니 자주 연주할테고 자주 보러오면 된다.
이번에 서울시향의 퍼포 수준을 본 후 말러 비극적 외 내가 선호하는 레퍼토리를 들고 오면 곧 다시 보고 싶다. 곧 다시 보고 싶을 만큼 훌륭했고 서울시향이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수준의 좋은 기준점이 될 것 같아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