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혁재 Feb 08. 2019

18. 데스밸리를 지나 만나게 되는 것들

이산을 넘으면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스타트업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두 번이나 지나오면서 정말 이제 여기만 지나면 모든 게 끝인 줄 알았다.


예전보다 정말 많은 것들이 좋아졌기에...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드리고 있다.

좋은 멤버들과 좋은 투자자들을 만난 행운이 있었고 모두들 열심히 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회사가 정말 춥고 배고픈 그리고 잔인했던 데스밸리를 지났기에 지금의 생활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지를 느끼고 있다. C레벨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 서면 아직도 우리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들을 연신 내뱉고는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쉴 수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술 한잔을 살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 결혼을 하고 싶다는 심리적인 여유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이대로 행복하게? 끝인 줄 알았는데...

그런 여유도 잠시뿐 데스밸리를 지나 만나게 되는 일들과 씨름하고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몇 배가 됐지만 예전보다는 좋은 환경과 생활, 그리고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1. 기존 멤버들과 신규 멤버들 간의 융화

우리의 경우 2018년에 신규로 합류한 멤버들이 2107년도까지 함께 했던 인원수의 2배가 넘는다. 현재는 약 70명의 국내외 멤버들이 스푼 라디오 서비스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올해에는 더 많은 인원들이 합류를 할 텐데, 조직이 커지면서 겪는 사람 간에 생기는 갈등의 성장통은 생각보다 크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정량적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고, 그렇다고 좋은 게 좋다? 정성적으로만 풀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어떨 때는 정말 답답하고 어려워서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간 게 수십 번인 거 같다. 


그냥 사람이 많아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서비스가 더 성장을 하겠지라고 너무 쉽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모든 구성원들 개개인의 성향과 업무 스타일이 틀리고 경험과 성과를 내는 조건 역시 다르기에 중간에서의 조율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물론 회사와 Fit이 맞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지만 실제로 일을 같이 해봐야 팀과 그리고 회사와 Fit이 맞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Rule을 만들어서 보완을 하고 있지만  회사가 모든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을 맞추어 가기에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성과와 보상체계 역시 주먹구구식이었다면 많은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이나 Rule을 회사가 먼저 준비해서 제시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일당백으로 소규모로 일하던 초기 조직의 구성에서 각각의 업무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조직으로 변화화는 과정을 겪고 있다. 


2. 해보지 않았던 무수한 비개발 업무들

초기 때의 비개발업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서비스 개발 외적인 부분에서 챙겨야 하는 업무들로 일과의 절반 이상을 보냈는데, 조직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런 업무들은 절대 줄지가 않았다. 그냥 손이 남는 멤버들이 닥치는 대로 했다면, 오히려 이제는 더 큰 비용과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법규나 규정을 맞춰야 함은 물론이요, 서비스를 출시한 해외 국가들의 각각의 규제나 법규, 현지마다 틀린 계약조건이나 파트너사들의 요구 등등 이러한 비개발업무를 위해 사업개발을 위한 별도의 팀을 꾸려서 운영을 하고 있지만 업무는 항상 손이 부족하게 끊이지을 않고 있다. 


3. "언젠가 또 망할 수 있다"라는 생각

노키아도 망했는데 아직 작은 우리는?라는 생각을 마음 깊숙이에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닷컴 열풍 때 무수히 많은 IT회사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졌다. 몇 권의 책만 봐도 수십 아니 수백 개의 회사들이 그 수명을 다하고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일들이 안 생길 거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되고 나태해지거나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일이라도 당장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시련이 오거나 시장환경이 급변할 수 있음을 알기에 매일매일 외줄 타기를 하듯 생존에 대한 고민과 크기가 커지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합류함에 따라 그 책임감의 크기는 배를 더하게 됐고 그래서 꼭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생존 의식을 마음속에 더욱 각인시키려 노력 중이다. 


4. 함께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의사결정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에 의사결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을 영입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 중에 있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자금이 넉넉하면 원하는 인재들을 마음껏 모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인재들은 처우나 조건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회사나 서비스의 비전 그리고 본인들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의 Fit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금 운영의 크기 역시 커졌기 때문에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빠르게 결정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뭐 물론 빨리 결정을 한다고 하지만 속으로 이게 맞나? 몇 번이고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곤 한다. 매일 같이 내리는 의사결정에서 아직도 체감적으로 정말 큰 금액의 집행을 결정해야 할 때가 많고 해당 금액을 집행되면 그에 맞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책임은 의사결정을 한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위치의 능력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챌린지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지신 분, 그래서 다른 업에서 그리고 다른 경험으로 서비스에 새로운 시각으로 함께 결정을 할 수 있는 C레벨분들을 찾기 위해 몇 달 아니 몇 년째 고군분투 중에 있다. 


5. 성장과 성과에 대한 집착

스푼 라디오라는 서비스를 위해 좋은 인재들 본인들의 커리어를 걸었고, 투자자분들은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기에 가시적은 성과를 단계별로 꼭 내야만 한다.

작년보다 더 성장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라는 생각, 그리고 이를 위해 작년과 다른 모습으로 일을 하고 다시 한번 우리들만의 룰이나 틀을 깨는 혁신이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무사히 마친 한 해보다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하고 더 성과를 내야 하는 이유를 구성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서는 글로벌 오디오 플랫폼으로의 가시적인 성장과 성과를 어느 정도 도달한 뒤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용자의 규모, 매출 규모 또는 서비스 리텐션과 같은 주요 지표들로 평가받겠지만 이런 부분들을 달성한 이후에  우리가 하는 것들이 우리 업에서 Rule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고.

우리가 UX/디자인 가이드를 발표하고,

우리의 마케팅 기법이 성공사례가 되고,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사람들이 배워가는 모습을 꿈꾸고 그리고 있다.


"지금 앞의 산이 너무 힘들고 어려워 보여요."

"근데 그 산을 넘었어요. 끝인 줄 알았는데 바로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시작했으니 계속 넘어야 해요. 끝은 아무도 모르죠."


예전에 존경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님이 하셨던 말이 이제는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산을 넘고 다음 산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도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17. 스타트업은 꿈의 직장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