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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미러 Apr 02. 2024

Vol.22 <Jim Carrey>

기록보관소

사서 김지은입니다.

농담은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때는 우리를 웃게 해 삶의 부담을 잠시 잊게 해주고 때로는 농담 하나가 우리 사이를 유연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요. 한 마디의 농이 얼음처럼 굳어진 분위기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모습을 보며 농담이 우리 삶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 역할인지 깨닫고는 합니다.


이러한 농담의 힘을 자신의 연기에 담아내는 한 배우가 있습니다.  그의 연기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자신만의 재치를 통해 다채로운 감정을 전달하는 그의 연기는 우리의 마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줍니다. 


감정의 파도를 타고 우리를 이끄는 한 배우의 이야기,

 <Jim Carrey: Joke and the Mask>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Good evening, ladies and gentlemen.
여러분 좋은 밤입니다.
My name is Jim Carrey
저는 짐 캐리입니다.
and how are you this evening? Alrighty then.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는지요? (일부러 관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네. 그럼 이만.

짐 캐리, 1991년 '더 코미디 스토어'에서


제임스 유진 캐리*가 짐 캐리라는 가면을 쓰고 말한다. “웃어 봐. 웃을 때만큼은 다른 골칫덩이들이 떠오르지 않잖아. 그럼 된 거지. 웃기만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종종 웃자.” 

짐 캐리는 수천 가지의 얼굴을 품고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온 미국 코미디계의 상징적인 존재다. 1999년과 2000년, 영화 <트루먼 쇼>와 <맨 온 더 문>으로 골든 글로브 남우 주연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대중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그는 관객에게 “이번엔 도대체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배우이기도 하다. 항상 다음이 더 기대되는 배우 짐 캐리를 농담 가득한 그의 작품과 함께 알아보자. 

1994년은 짐에게 가장 특별한 해였다. 주로 시트콤과 스탠드업 코미디 분야에서 인지도를 올리던 그는 1994년에 개봉한 <마스크>, <덤 앤 더머>, <에이스 벤츄라>로 코미디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 중 <마스크>는 슈퍼맨과 원더우먼 같은 히어로 클리셰에서 벗어나 잔망스러운 마스크가 보여준 익살에 집중했다. 북유럽 신화 속 로키의 장난감인 마스크를 쓰면 감춰졌던 욕구가 방출된다는 설정에 짐은 딱 맞는 배우였다. 소극적인 인물상 속 장난스러움과 재치 넘치는 끼는 <마스크> 때부터 이어진 짐 캐리의 캐릭터 중 하나였다. 극 중 자신을 잡으러 출동한 경관 수십 명과 함께 ‘Cuban Pete’라는 진한 중남미풍 노래에 맞춰 춤추는 장면은 그가 영화를 얼마나 흥겹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James Eugene Carrey, 짐 캐리의 본명. 



What's hapenning to you, Stanley?
스탠리**, 왜 그러는 거야?
It's crazy. I'm losing control.
나 완전히 미쳤나 봐.
When I put that mask on, I can do anything. Be anything.
마스크를 쓰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마스크> 中  
**짐 캐리가 연기한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 


<덤 앤 더머>에서 짐 캐리(로이드 역)와 제프 다니 엘스(해리 역)는 전례 없을 만큼 엉뚱하고 유치한 형제로 나왔다. 바가지 머리 로이드와 더벅머리 해리는 난관을 벗어날 때마다 장난스럽게 행동하며 웃음을 완성한다. 둘은 도어 스코프로 총 든 악당을 보고 “너 가스 요금 냈어?”라며 서로에게 되묻거나, 감성 충만한 광고 때문에 펑펑 울기도 한다. 영화 후반부, 위기에 처한 해리는 방탄조끼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물론 사전에 범인을 포착한 FBI의 공이 크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개그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을 보호한 건 튼튼한 방탄복이 아니라, 악당의 모략이나 총탄이 하나도 먹히지 않았던 ‘코미디 마법’이 아니었을까? 

<브루스 올마이티>를 번역하자면 ‘전지전능한 브루스’ 정도일 것이다. 앵커 자리를 노리는 리포터 짐 캐리(브루스 역)는 불운한 남자다. ‘간단한 소원 하나 이뤄지지 않는 그에게 신의 권능이 부여된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브루스가 그 힘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출근길 도로를 뻥 뚫고, 여인을 위해 달을 끌어당기고, 또 라이벌이 진행하는 뉴스를 망쳐버리는 것이다. 콩트와 슬랩 스틱에 치중한 기존 코미디 작품과 다르게 ‘신이 된다면?’ 하는 호기심 자체가 이 영화의 동인으로서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하고 있다. 

앞선 세 영화와 달리 짐 캐리는 <이터널 선샤인>에서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극 중 짐(조엘 역)과 케이트 윈슬렛(클레멘타인 역)은 만남과 이별을 겪은 연인으로 등장해 담백한 이야기 속에서 진실한 불빛을 발했다. 몬톡(Montauk)에서 둘은 첫 만남과 재회를 모두 경험했다. 그들은 쌀쌀한 몬톡 해변에 나란히 앉아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했고, 이별 후 기억이 지워졌음에도 조엘은 회사 대신 몬톡행 열차에 올라 그녀와 재회했다. 쓸쓸한 겨울 바다를 품은 몬톡은 추억이 묻힌 모래사장이자 사랑이란 씨앗이 움트길 기다리는 텃밭이었다. 첫 만남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직전, 클레멘타인이 묻는다. “이게 다야, 조엘. 이것도 곧 사라질 거야. 우리 어떡하지?” 조엘이 답한다. “그냥 음미하자.” 




MAN ON THE MOON

영화 <맨 온 더 문>은 서막에서부터 관객에게 당혹감을 안기며 시작한다. 짐 캐리(앤디 코프먼 역)가 흑백 화면에 등장해 “재미없는 부분을 모두 잘라냈더니 영화가 끝나버렸다.”라고 말한 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약 2분 후 검게 변한 화면 옆에서 그가 다시 등장해 이렇게 속임수를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진짜 영화를 튼다. 이후 영화 속에서도 앤디는 황당한 행동을 이어간다. 시트콤 <택시>로 잘나가던 그가 어느 날 여성 관객과 레슬링 대결을 벌이고, 무대에 올라 몇 시간 동안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다. 물론 이런 행동들은 방송사가 원하는 ‘Show Business’ 스타일이 아닌 ‘Show for Himself ’, 앤디 자신만의 코미디였다. 

<맨 온 더 문> 촬영 비하인드 다큐멘터리, <짐과 앤디> 에서 짐은 자신에게 ‘하이드(Hyde)’라는 제2의 인격이 있다고 말했다. 앤디에게도 마찬가지로 하이드가 있었고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소심하고 고독한 자신의 일부를 그 뒤에 완전히 숨겨야 했다. 이는 어쩌면 장난스러운 캐릭터를 구현해내려는 일종의 직업 정신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고약한 세상 속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본능에 가까웠다고 믿는다. 

사람은 단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존재이다. 흔히 코미디언은 마냥 장난기 넘치는 사람이라고 여겨지지만, 사실 그들은 배역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여태껏 우리는 이 점을 놓치고 가면과 그 사람을 동일시해버린 적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서만큼은 일상 속 제임스 유진 캐리와 배우 짐 캐리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상대의 내면을 파헤치던 집착은 그만두고 짐의 배역 그 자체를 사랑하기로 하자. 앞으로 나올 그의 다른 가면들까지. 



And suddenly I thought to myself,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You felt so good when you were being Andy.
'앤디일 때 기분 좋았는데,
Cause you were free from yourself.
그건 스스로에게서 해방되었기 때문이야.
You were on vacation from Jim Carrey.
짐 캐리로부터 떠난 거지.
So you stepped through the door not knowing what's on the other side, and what's on the other side is everything. 'You know, everything.
문밖에 뭐가 있는지 모르더라도 가보자고. 그곳에는 모든 것이 있으니까.'

<짐과 앤디> 中 


Vol.22 <Jim Carrey: Joke and the Mask> 中

Editor 서상우

Illustrator 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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